"변화 없이 혁신 없다" 이재용 불참한 삼성전자 55주년 창립기념식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5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삼성전자


"변화 없이 아무런 혁신과 성장을 만들 수 없다"
삼성전자가 창립 55주년 기념식을 열고 미래 준비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얼마 전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위기 극복 메시지'는 없었다. 앞서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와 회장 취임 2주년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창립기념일을 맞아 경영 쇄신 다짐이 공개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이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한종희 대표이사(부회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디바이스경험(DX)·DS부문 사업부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범했다. 1974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했고,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면서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한 부회장과 전 부회장은 이날 공동 명의의 창립기념사를 통해 더욱 철저한 미래 준비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한 부회장은 "미래 10년을 주도할 패러다임은 AI이며, AI는 버블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상화되는 'AI 대중화'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특정 제품이나 사업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부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까지 새롭게 접근하자"고 강조했다.

또, 한 부회장은 "고객을 위한 기술과 품질 확보는 경쟁력의 근간이며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임직원 모두가 사활을 걸고 우리의 본질인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한치의 부족함 없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경영 쇄신 의지도 다졌다. 한 부회장은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며,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이 변화와 쇄신을 강조한 건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 쇼크'를 비롯해 조직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 영역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리고,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 적자폭이 더 커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설투자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흔들리면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위기론이 제기됐다. 과거 ‘초격차’로 대표되던 기술 경쟁력이 관료주의와 부서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되고 재판이 길어진 것도 리더십 부재의 원인이 됐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2020년 9월 공소장이 접수된 이후 이 회장은 107차례 열린 재판 중 96차례 법정에 출두했다.

1심 재판부는 올해 1월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했다. 이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1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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