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세계 최초" SK하이닉스, 'HBM3E 16단' 출시로 지배력 강화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4일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차세대 HBM 개발을 공식화했다./SK


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 16단 제품 출시를 공식화했다. 지난 9월 말 HBM3E 12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 지 약 한 달여 만에 차세대 제품 출시를 알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와의 동맹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최대용량 5세대 HBM 개발…내년 초 샘플 제공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HBM4부터 16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48GB(기가바이트) 16단 HBM3E를 개발 중이며, 내년 초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1세대 HBM, 2세대 HBM2, 3세대 HBM2E, 4세대 HBM3, 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고 HBM3E는 HBM3의 확장 버전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 중인 신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가장 용량이 크고, 높게 쌓은 제품이다. 용량은 현존 HBM 중 최대인 48GB(기가바이트)다. 기존 12단 HBM3E의 용량은 3GB D램 단품 칩 12개를 적층한 36GB였다.

SK하이닉스는 16단 HBM3E를 생산하기 위해 12단 제품에서 양산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을 메우는 공정을 거친다. SK하이닉스는 이 때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거친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삼성전자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공정보다 칩을 쌓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휨 현상 제어(Warpage control)도 우수해 안정적인 HBM 양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 공정과 함께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도 백업 공정으로 함께 개발 중이다.

곽 사장은 "HBM3E 16단은 12단 제품 대비 학습 분야에서 18%, 추론 분야에서는 32% 성능이 향상됐다"며 "향후 추론을 위한 AI 가속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6단 HBM3E는 향후 당사의 AI 메모리 넘버원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엔비디아 젠슨황 최고경영자(CEO)가 영상으로 등장해 SK하이닉스에 HBM을 빠르게 출시할 것을 독촉하기도 했다. 당초 2026년 출시 예정이었던 6세대(HBM4) 12단 제품은 젠슨 황 CEO의 요청에 따라 내년 하반기 출하할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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