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는 기준금리 인하하는데...왜 장기금리는 오를까

[머니인사이트]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미국의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Fed는 지난 9월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4.75~5.00%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그러나 9월 17일 3.65%였던 미국의 10년 국채금리는 11월 1일 4.36%로 오히려 0.71%포인트 급등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았고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시각이 반영되면서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함께 약해진 영향이다. 그러나 장기금리는 추세적인 상승 위험이 쌓여가고 있다. 표면적인 장기금리 상승 배경보다는 이면에 깔려 있는 더 큰 흐름들을 살펴봐야 한다. 민간 압도 정부의 자금수요, 불안한 국채시장민간을 압도하는 정부의 자금수요가 장기적으로 국채금리에 강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요국 정부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년 35.2%에 불과하던 미국의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비율은 2024년 99%에서 2034년 122%로 증가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06%를 훌쩍 넘어선다. 부채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까지 GDP 대비 이자 부담은 오히려 감소했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과 전쟁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를 잡기 위해 Fed는 가파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큰 폭으로 늘어난 국가부채는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2024년 9월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0%를 하회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14년(2008~2021년) 평균인 2.3%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4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2조 달러로 GDP의 7.0%에 달할 전망이다. 이자를 갚기 위한 순이자 지출은 8920억 달러로 국방 재량지출을 넘어섰고 2034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를 갚기 위한 순이자 지출은 2023년 GDP 대비 2.4%에서 2034년에는 GDP의 4.1%로 증가한다.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의 무려 60%가 이자를 갚기 위해 사용된다. 저금리에 발행되었던 국채가 만기 후에 고금리로 차환 발행되면서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중에서 순이자 지출을 제외한 기초수지 적자(primary deficit)도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 지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미 국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주체는 외국인과 Fed다. 2023년 말 기준 외국인과 Fed는 미 국채의 48%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수요가 정체되는 가운데 Fed는 보유채권 규모를 줄여 나가는 양적긴축(QT)을 진행 중이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2022년 이후 개인들의 채권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채권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금리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투자자들은 Fed의 금리인하가 시작되고 장기금리가 더 하락하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 이후 장기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했던 배경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증가하면서 소비와 투자 등 ‘자금 수요’보다 과잉저축에 의한 ‘자금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2009년부터는 Fed가 양적완화(QE)를 통해 장기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보다 채권을 사거나 저축하려는 사람들이 항상 많았다. 장기금리는 경기가 좋을 때 조금 상승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많이 하락하면서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경기가 나쁘면 자금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금리는 더 많이 하락한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자금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해외 공급망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이전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에너지 전환, 그리고 기술혁신에 따른 공장 설비 등 과거에 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다. 미국의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라고 부를 정도다. 부채가 역대급으로 증가한 정부는 더 빌려야 하는데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다. 중앙은행은 채권의 보유량을 줄이고 있고 외국인의 미 국채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그동안 쌓아 두었던 저축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지난 40~50년 동안과 반대로 장기금리가 경기가 좋을 때 많이 상승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조금 하락하면서 추세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쌓여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데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부양을 위해 오히려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쌓여가는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인플레이션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상승 압력이 쌓여가고 있다. 첫째,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인플레이션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이 블록화되고 호환성이 낮아지면서 기존 공급망의 효율은 낮아지고 비용이 높아졌다. 미국은 자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장 효율적으로 구축됐던 기존의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가까이 있지만 더 비싼 노동력, 더 비싼 원자재와 중간재가 투입됐다. 비효율과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들이다.

둘째, 팬데믹을 거치면서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팬데믹에서 벗어났지만 이를 되돌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몇 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경기침체에도 국민들이 최소한의 수요 하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는 점차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강하고 인플레이션에는 취약한 체질로 변해왔다.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극심한 디플레이션은 사라졌고 장기 인플레이션 사이클은 이전보다 높이도 한 단계 더 높아지고 길이도 길어졌다.

셋째, 고령화에 따른 부양비율(The dependency ratio) 상승과 신흥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추세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노년층이나 유소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인 ‘부양비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양비율이 상승하면 저축이 줄고 소비가 늘어난다. 특히 치매 등 간병에 의존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저축을 소비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성장잠재력과 인플레이션을 낮춰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자 뉴 노멀 시대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를 이끄는 핵심 배경 중 하나였다. 선진국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존재했으나 신흥국의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이 유입되면서 나타나는 물가하락 압력이 이를 압도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저물가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임금 노동력의 상징이던 중국도 2010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생산보다 소비는 더 증가한다.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린다. 결국 생산과 저축보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추세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요인인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은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동안 발생할 위험에 대한 보상이다. 장기채권의 만성적인 수요 우위 때문에 추세적으로 하락하며 2016년 이후 마이너스 값으로 떨어졌던 기간프리미엄이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의 장기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반전되는 흐름이다. 팬데믹 이후 국채 발행이 급격히 늘면서 그동안 수요 우위였던 장기채 수급에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Fed는 보유채권을 줄이는 양적긴축을 시작했다. 기간프리미엄의 정상화는 장기금리 수준을 높여 채권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미래의 현금흐름을 이자율로 할인하여 평가하는 주식과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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