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넘은 ‘끝장회견’ 의혹 해소됐나···“실시간으로 챙겨봤는데···이런 걸 왜하나”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 맞아 담화 및 기자회견 열어
명태균 씨 관련 의혹 질문 쏟아져
尹 ‘명씨, 정치 의견 주는 수백명 중 한 명일뿐···연락하지마라 얘기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기 반환점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그간 명태균 씨와의 의혹에 대해 “명태균 씨와 관련해 부적절한 일 한 적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명태균 씨와는)경선 막바지 때 소통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선 막바지 때 명 씨에게 연락하지마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당선된 이후 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임기 반환점’ 2시 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임기 반환점을 맞아 연 이번 기자회견은 그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속 시원히 해소할 수 있게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끝장회견’을 예고했다.

담화발표를 제외하고도 2시 간 가량 질의응답을 이어 온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로 운을 뗐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국민들에게 사과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임기를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감사 말씀과 또 사과말씀을 드려야겠다 생각했다”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에게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면서 내각 개편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찾아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이라며 “인사 안을 내놨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의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명 씨와 관련된 의혹과 녹취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추가 통화 녹취나 문자가 공개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연락이 왔는데, 텔레그램으로 왔는지 전화로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축하 전화를 받고 명 씨도 선거 초입에 도움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이야기 했다”면서 “좋은 일로 전화했는데, 제가 고맙다 하는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와 관련된) 그런 이야기를 명씨에게만 받은 것도 아니고 수백명으로부터 받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한 사람에게 매정하게 하는 것이 본인도(명씨) 섭섭하겠다 싶어 전화 받아 줬다고 분명히 참모진한테 이야기 했다”고 언급했다.

김 여사와 명 씨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제가 아내 휴대폰을 좀 보자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 이야기 했고,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태균 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한 적 없고, 여론조사도 잘 나왔기에 그걸 조작할 이유도 없었다”면서 “대통령실에서 여론조사 할 때도 국민 세금가지고 무슨 지지율 조사를 하느냐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할 때부터 저희 집사람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 만들어서 제 처를 좀 악마화 시킨 건 있다”면서 “제 아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해야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 끼쳐드리는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 언급에서도 윤 대통령은 제 2부속실장을 금일 발령냈다고 밝혔다. 이어 제 2부속실에서 근무할 직원들도 조속히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대통령 지지율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지지율이 20%대가 무너지면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가운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나. 전광판 안보고 공만보고 뛰고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거 때부터 해왔는데, 제 마음은 달라진 것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이 밖에 나가 혼이 나고 오면, 그게 맞다, 틀렸다를 떠나서 앞으로 좀 잘해봐 하는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구 경북 지역에 계신분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속상해하시지 않도록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미 대선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시아 태평양 글로벌 지역에서 한미동맹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와 파트너십 갖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사실 대통령실에서 오래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해 준비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 본 일부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명태균 씨와의 의혹에 대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산에 사는 40대 O씨는 “지난번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에도 챙겨봤는데 대통령이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아무 의미없는 회견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역시 “실시간으로 보는데 (대통령이)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된다”, “국정농단을 자백하는 발언 아니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시끄러우니 사과하는 것 아닌가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서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가지고 다툴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다 맞다고 할 수도 없고, 어떤 걸 딱 집어서 말한다면 그 부분은 사과드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그러나 사실은 잘 못 알려진 게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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