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트코인 수도로" 트럼프의 가상화폐 정책은?[비트코인 AtoZ]
입력 2024-11-18 14:00:18
수정 2024-11-18 14:01:08
비트코인 "석유처럼 전략 비축"
부통령 후보 JD밴슨도 비트코인 보유
테슬라, 상장사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 보유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보다 더욱 강력한 트럼프 2.0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당선은 미국 정치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강력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024년 11월 12일 현재 기준 1비트코인당 8만7000달러, 한화 약 1억 2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트럼프의 재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의 당선이 불러온 비트코인 시장의 급등세는 단순한 가격 상승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크립토(암호화폐)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금융 질서를 마주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비트코인과 크립토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지 발언과 공약을 이어왔다. 그가 내세운 주요 정책과 공약을 살펴보면 크립토를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위상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크립토 공약을 정리했다. 1. 비트코인 전략 비축 자산화 공약2024년 7월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향후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보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기존의 금이나 석유처럼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은 비트코인을 미 정부가 인정하는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며 모든 미국 국민이 이 자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의 비트코인 비축 공약은 미국이 크립토를 경제 및 외교적 힘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2. 크립토 규제 완화 및 산업 육성 약속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했던 규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를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내세운 목표는 미국을 ‘크립토 수도’이자 ‘비트코인 슈퍼파워’로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를 해임하겠다고 강조했는데 그는 불명확한 규제 기준으로 인해 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의지는 미국 내에서 크립토 산업이 보다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규제보다도 산업적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의지가 있음을 확고히 했다. 3. 비트코인 채굴 장려트럼프는 비트코인을 미국 내 채굴 산업에 비유하며 이 채굴을 미국 내에서 독점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과거 미국이 철강 산업을 주도하던 시절처럼 비트코인 채굴 역시 미국이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크립토의 핵심 기술인 채굴을 전략적으로 미국의 경제력 강화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안정성과 미래 가치까지 미국 주도로 확보하겠다는 트럼프의 결심을 드러낸다. 4.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개발 중단 선언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CBDC가 중앙 정부의 강압적인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롭고 탈중앙화된 특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개인의 금융 활동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자 비트코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선언은 CBDC의 도입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크립토 관련 공약을 내세운 것뿐 아니라 아예 월드리버티(World Liberty)라는 디파이(Defi) 프로젝트에 가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혁신하여 사용자들이 중개자 없이 자산을 자유롭게 거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럼프는 이 디파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사람이 금융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 및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월드리버티 프로젝트는 미국 중심의 디파이 플랫폼 구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탈중앙화 금융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는 트럼프의 비전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 또한 친크립토 성향인 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부통령 JD 밴스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그는 25만~50만 달러 수준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참모 역할을 하는 일론 머스크 또한 테슬라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아크함에 따르면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1만1000개로 이는 1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테슬라는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회사 중 하나이다.
비록 모든 공약이 이행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가 크립토에 대한 긍정적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시장과 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채굴 산업을 장려해 ‘디지털 금’에 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달러 지배력 강화, 그리고 디파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 패권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나날이 발전하는 AI와 크립토가 융합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도 형성될 잠재력도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크립토 산업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것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지금이라도 코인을 투자해야 하느냐는 주변 지인들의 문의가 잦다. 과연 지금이 신규 진입하기 적기의 타이밍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거래소 앱 랭킹, 구글 트렌드, 탐욕&공포지수, 인간 지표 등을 고려 했을 때 강세장 초입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강세장이 당장 종료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바닥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에 투자하고 싶다면 이에 대한 필자의 조언은 항상 같다. 바로 비트코인만 최소 3년 장기투자할 것을 목표로 적립식 매수를 하라는 것이다. 대체 자산으로 자리를 잡고 장기적으로 가격이 우상향한 비트코인과는 달리 여타 알트코인은 일종의 얼리스테이지 벤처투자와 비슷해서 불확실성이 높고 상당한 학습과 주의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총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고 신규 발행량이 제한적인 비트코인과는 달리 알트코인은 일정 주기로 투자자, 팀 등 인사이더들의 물량이 유의미하게 풀리면서 잠재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금이라는 밸류에이션 벤치마크가 있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알트코인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장기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코인의 미래는 어떨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을 고려하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2017~2018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가 크립토를 아예 없애 버리거나 강력하게 규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국가의 통화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비트코인과 같은 크립토는 ‘화폐’의 역할보다는 대체 자산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맞춰 크립토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크립토를 단순한 투기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그 잠재적 가치를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한국이 최근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기업가들이 상당 부분 배제되었다는 점이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크립토 분야는 급변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고 매일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업계 현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사람들이 배제되어 운영된다면 가상자산위원회의 논의는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역시 국가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 우려가 된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