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트렌드]
세계 각지의 전장에서는 저렴한 민수용 드론이 미사일이나 로켓 못지않게 효과적인 공격용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저가 드론의 무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드론 방어용 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무기들 중에서 가성비를 기대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다양한 드론 방어용 무기2010년대 중반부터 드론을 이용한 테러 발생 우려 등이 커짐에 따라 다양한 드론 방어용 무기 체계가 개발되어 왔다. 드론 방어용 무기 체계는 크게 드론을 탐지, 추적하는 대드론(Counter Drone) 체계와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Anti Drone) 체계로 나뉜다.
안티 드론 체계는 GPS 교란, 주파수 간섭, 원격조종 시스템 탈취 등으로 드론의 조종을 방해하는 재밍이나 특정 지역에 드론이 접근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지오펜싱(geo-fensing) 등 드론의 비행을 방해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과 직접 드론을 공격해서 격추시키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의 미사일, 대공포, 충돌형 드론, 지향성 에너지 무기 등이 있다.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고출력 마이크로파나 레이저 등 고출력 에너지를 목표물에 집중시켜 전자 회로나 드론의 몸체를 파괴하고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적합한 대응 수단으로 부상한 레이저 무기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저렴한 민수용 드론이 효과적인 공격용 무기라는 점이 입증되었다. 전력에서 열세이던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초기부터 민수용인 DJI 드론이나 취미용으로 쓰이던 FPV(First Person View) 드론 등으로 러시아군의 막강한 기갑 전력을 공격해서 우수한 전적을 거두어 왔기 때문이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미사일이나 로켓 대신 드론을 공격용 무기로 사용하는 빈도가 대폭 늘어났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에서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내세우면서 드론으로 각국의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가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저렴한 공격용 드론의 확산은 반대 급부로 가성비 있는 드론 방어용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을 유발했다.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 공격에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 샤헤드의 대당 가격은 약 2000~2만 달러(약 280만~2800만원)라고 한다. 미 해군은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해 후티 반군의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한 발당 180만 달러(약 25억원)의 시스패로 미사일과 최대 210만 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SM-2 함대공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
미 해군의 미사일 단가는 이란제 드론보다 최대 1000배 비싸다. 더군다나 사용분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 생산하는 데 몇 달이나 걸리고 현지에 배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미군 내에서 드론 방어에 소요되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은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 결과 가성비를 갖춘 동시에 드론을 완벽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인 레이저 무기 개발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레이저 무기 체계는 여타 안티 드론 무기들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광속 등 빛의 다양한 특성을 활용해서 소형 드론처럼 작은 목표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고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별도의 탄약 없이 충분한 전기만 공급되면 사용할 수 있다. 동시에 대량 발사할 수 있어서 다수의 드론이 무리 지어 공격하더라도 모두 대응할 수 있다. 한 번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몇천원에 불과하고 얼마든지 재사용할 수 있어서 운영비가 저렴하다. 출력을 높이면 소형 드론뿐만 아니라 사람이 조종하는 전투기나 탄도미사일 등도 파괴할 수 있어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레이저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도 없어 무기가 설치된 장소를 들킬 우려가 적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레이저 무기가 실용화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레이저 무기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비, 구름, 황사, 미세먼지, 대기 난류 등은 레이저 빔을 흡수하거나 분산시켜서 레이저의 파괴력을 반감시킨다. 한국 국방부가 올해 7월 실시한 드론 요격용 레이저 무기 테스트 당시에 목표물을 한번 놓쳤던 원인으로 구름이 지목될 정도이다. 오랫동안 집중해서 레이저를 비춰야 하는 점도 실용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방출되는 에너지의 75%가 소실되므로 목표물을 파괴하려면 충분한 시간 동안 레이저를 비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직진하는 빛을 이용한 직사 무기이므로 장애물 뒤에 숨어 있는 목표물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레이저 무기 개발에 적극적인 미국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이스라엘, 중국,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이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은 2027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6m 길이의 레이저 무기인 드래건 파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산 기업 라파엘은 자국 국방부와 함께 로켓, 박격포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100kW급 레이저 무기인 아이언 빔을 개발하고 있다. 라파엘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파생형 레이저 무기를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은 전투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란 테헤란에는 중국제 레이저 무기가 대공 방어용으로 설치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많은 국가 중에서 레이저 무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군은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연간 수백 건 이상의 드론,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고 홍해 등 주요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후티 반군 등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레이저 무기 개발 경험도 가장 풍부하다. 1960년대부터 소련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레이저 무기를 개발해 왔다.
미국은 최근 3년간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서 최소 31건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보잉은 미 육군과 항공기,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300kW급 레이저 무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에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레이저 무기인 헬리오스(HELIOS)가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되었다. 록히드마틴은 2023년부터 세계 최대 수준인 500kW급의 레이저 무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방산업계에서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하려는 500kW급 레이저 무기는 전투기나 미사일을 파괴할 만큼 강력해 철벽 같은 방공망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출력보다 목표물 조준에 초점을 둔 보다 효율적인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우주정거장이나 군사용 통신위성에 사용되는 레이저 통신 기술 전문 기업인 미국의 블루할로(BlueHalo)는 AI를 이용한 빔 제어 SW로 드론이나 항공기 등 특정 목표물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 레이저를 집중시키면 비교적 적은 출력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블루할로가 만든 레이저 무기 로커스트(Locust)는 2022년부터 해외 일선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전에 참가해 전과를 거두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현재 미군에 배치된 레이저 무기들의 출력은 드론의 전자회로를 태워 정상 비행을 방해할 수 있는 50~60kW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2025년경에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500kW급을 개발하고 2030년경에는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1MW급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