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도강, 역세권 개발로 ‘베드타운’ 탈출할까[비즈니스 포커스]

광운대역·창동역 등 GTX-C 노선 중심
개발압력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며 시너지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조성하는 서울원 단지 조감도.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으로 대표되는 서울 강북권은 각종 인프라에서 소외된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파트와 주택으로만 채워진 상태로 3대 업무지구(광화문·여의도·강남) 접근성이 모두 떨어지는 가운데 일자리, 문화시설 등이 부족한 서울 속 ‘베드타운’으로 불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지역 숙원사업이 본격 실현되며 이들 지역이 활기를 찾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사업이 삽을 뜨면서다.

대표사업은 광운대역세권 개발과 창동역세권 개발이다. 각각 노원구와 도봉구 소재 철도환승센터 역할을 할 광운대역과 창동역에는 복합개발사업이 진행되며 그동안 동북권 일대에 만성적으로 부족했던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 각종 인프라가 담길 예정이다. 지역이 ‘자족 기능’을 할 수 있는 틀은 갖춰지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이 실제로 기업과 외부 유동인구를 불러 모으며 동북권을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내에서도 실패 사례는 존재한다. 다만 그동안 낙후됐던 지역이 깔끔한 민자역사와 상업시설, 주거시설 등으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지역 이미지나 부동산 측면에서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십 년 숙원사업 드디어 현실화
광운대역 일대 철도시설 부지를 개발하는 ‘광운대역 물류부지 개발사업’은 서울원으로 단지명을 확정하고 11월 들어 분양 일정을 시작한다.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을 민자사업자로 선정한 뒤 올해 10월 착공했지만 아파트 분양이 다가오자 비로소 개발이 본격 진행된다는 사실이 체감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원 아이파크는 아파트 1856가구와 레지던스 768실, 공공임대 408가구 등 총 3032세대로 구성된 대형 주상복합 단지다. 그러나 이 또한 전체적인 개발 밑그림으로 따지면 일부에 불과하다. 총 15만㎡에 달하는 사업부지는 공공용지와 상업업무용지, 복합용지로 구성됐다.

주상복합은 복합용지에, 도심형 호텔과 오피스 및 상업시설은 상업업무용지에 조성된다. 공공용지에는 도서관과 청년창업지원센터, 문화체육센터 등이 입주한다.

지역에선 특히 호텔과 오피스,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최고 49층 높이 상업업무용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업무시설에는 현재 용산역 민자역사(아이파크몰)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서울원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본사 직원 수는 1800여 명에 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총 사업비 4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원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H1이라는 전담 팀을 신설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해당 사업은 창동역 민자역사 개발사업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과 함께 지역 숙원사업이자 ‘희망고문’ 사업으로 유명했다. 1974년 수도권전철 1호선이 개통된 이후 1호선과 경춘선 더블역세권 역할을 하고 있는 광운대역은 지상철로 운영돼 월계동, 더 나아가 노원구를 양쪽으로 단절시키는 역할을 했다. 차량기지와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 등도 노후화된 상태로 먼지를 일으키며 혐오시설이 되어갔다.

2009년부터 사전협상 대상지를 재선정하고 민자 사업자를 찾았지만 때마침 터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사업자 선정 공모는 유찰됐다. 결과적으로 노원구 주민들에겐 ‘40년 숙원사업’이 돼버렸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가 본격 회복되던 2017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때마침 GTX 정차 계획이 발표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향후 광운대역에서 GTX-C노선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20분 만에 도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 인프라 사업 확대돼
광운대역세권개발은 월계동뿐 아니라 공릉동까지 확대되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월계동 초입에 멈춰 있는 경춘선 숲길을 광운대역 문화복합단지로 이어 공릉동을 넘어 월계동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선희 노원구의원은 “49층 랜드마크가 조성되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이 완료되면 월계동과 인접한 공릉동으로 개발 바람이 확산될 수 있다”며 “또 다른 복합개발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공릉동 소재 한국전력 인재개발원 부지 개발 역시 탄력을 받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봉구에선 광운대역 다음으로 GTX-C노선이 정차하는 창동역에서 민자역사 공사가 한창이다. 창동은 도봉구에서 드문 평지 지형으로 교통 중심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곳이다.

광운대와 마찬가지로 1호선, 4호선 더블역세권인 창동역은 2005년 일찍이 민자역사 공사를 시작했지만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서 11년 동안 방치됐다. 결국 2022년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재개됐다.

민자역사 사업부지 자체는 4만4000㎡에 불과하지만 공사가 지체된 상황에서 진행된 인근 개발사업과 한데 묶이면서 외형이 커지고 있다. 2017년 서울시는 창동역 일대와 중랑천 너머 노원구 상계동 노원역 일대 98만㎡를 포함하는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계획을 확정하고 본격 진행하고 있다. 대표사업은 창동역 복합환승센터와 서울 아레나 조성, 연구개발센터 조성 등이 있다.

특히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부지(약 24만7000㎡)에는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SBMC) 조성이 계획돼 있다. 정보통신기술 및 바이오 선도기업을 단지 내에 유치하고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인구 되살릴까
이 같은 동북권 알짜부지에 당장 돈이 되는 주택분양만이 아닌 복합개발이 추진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를 짓는 것만으로는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원구 부동산 관계자는 “노원구에는 아파트가 많지만 이들 단지도 노후화된 데다 각종 인프라가 부족해 젊은 인구가 인근 남양주로 많이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9월 기준 노원구 인구는 송파구, 강남구, 강서구에 이어 서울 지자체 중 4번째로 많지만 매년 줄고 있다.

인구 유출 현상에는 일자리 부족도 한몫한다. 지난해 조사된 ‘2022년 기준 사업체 조사보고서’를 보면 노원구 전체 사업체 종사자 수는 12만9198명으로 11위에 불과하다. 강북구는 7만9859명, 도봉구는 7만7618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무, 상업시설 운영의 성패에는 교통부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GTX-C는 올해 초 착공식을 열었지만 사업비 조달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GTX-C 노선은 2030년 준공이 예상된다. 늘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공사는 올해 본격 착공해 2029년 준공될 예정이다. 주요 교통 인프라 확충까지 수년이 걸린다.

2~3년간 가격이 떨어졌던 개발부지 인근 아파트 단지에 대한 거래는 일부 살아나는 분위기다. 월계동 소재 재건축 아파트인 월계시영 전용면적 59㎡ 타입은 착공이 다가오며 거래량이 늘었다. 아직 부동산 상승기 당시 전고점인 9억8000만원에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10월에 8억1900만원 상승거래도 나왔다. 5월에 6억9000만원에 손바뀜된 뒤 빠르게 1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 오피스 공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오피스를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신도림역세권 복합개발로 탄생한 디큐브시티 사례에서 보듯 상업시설이나 호텔은 외부인이 방문할 만한 교통이나 위치, 인근 주민들의 소비력이 수익성 확보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봐야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낙후된 지역을 깔끔하고 쾌적하게 재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복합개발로 인해 인근 주거지역이 수혜를 보게 되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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