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세장, 재현되는 ‘광란의 20년대’ [머니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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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았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내년 시장이 좋을지 나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미국 시장은 강세장의 시선으로 바라봐도 좋다는 생각이다.

강세장 전망의 큰 틀은 기술 혁명에 기인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미국이 주도한 산업혁명기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가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1920년대는 2차 산업혁명으로 전기와 내연기관이 발명됐다. 이때는 1896년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다우지수를 10년 주기로 볼 때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가수익률이 나타났다. 인간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 및 패턴의 변화가 역동적으로 나타났던 이 시기를 역사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표현한다. 다우지수는 1921년 8월부터 1929년 8월까지 46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990년대에 또다시 미국을 중심으로 3차 산업혁명이 나타났다. 80년대부터 시작된 PC 혁명을 기반으로 PC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하며 다시 한번 생산성의 구조적 성장을 이루어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광란의 90년대(Roaring Nineties)’라는 제목의 저서로 1990년대를 1920년대에 비유했다. 이 시기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두 번째로 강력했던 10년을 보냈다. 다우지수는 1990년 12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3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대는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기로 불린다. 이전 산업 혁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구조적으로 개선시키면서 확산 중이다. 2020년대 또다시 AI 기술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은 이미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를 다시 한번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도 S&P500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틀에서 본다면 2025년도 미국은 약세장보다는 강세장에 무게를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미국이 강세장이었다고 내년이 약세장일까?미국 주식시장이 2년간 강했기 때문에 내년은 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는 듯하다. 내년은 이 패턴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2년 강세장+1년 약세장이 나타났던 모든 패턴을 조사해 보았다.

1900년 이후 15번의 사례가 있었고 이 중 10번은 경기침체, 3번은 금리인상, 2번은 블랙스완이었다. 내년 미국 GDP는 2%대 성장률이 전망되는 양호한 상태이며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다는 점에는 대다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따라서 경험적으로 2년 강세장 이후 1년 강세장 패턴이 잦았다는 이유로 내년 미국을 약하게 볼 이유는 없다.

본질적으로는 3~5년 주기 경기·시장 사이클의 반복 확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진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제조업 사이클을 가장 잘 보여주는 ISM 제조업지수가 1948년부터 발표가 되었는데 모든 데이터를 차트로 그려보면 1980년대를 전후로 제조업지수의 변동성이 작아지면서 경기침체 빈도도 적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80년대 이전까지는 제조업지수가 기준선을 하회할 때마다 거의 경기침체였다면 이후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은 1980년대를 전후로 구조적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산업 고도화’다. 미국은 PC, IT 혁명을 겪으면서 2차산업(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고차산업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미국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면서 경기 사이클도 제조업 사이클(3~5년)에서 1980년대 이후 10년 주기로 길어졌다. 제조업 변동성에서 비롯된 짧은 경기 사이클과 잦은 약세장 패턴은 미국 산업 고도화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다. 미국 고밸류에이션 우려도 기우일 가능성약세장 전망 중에는 미국의 고밸류에이션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의 장기 추이를 보면 기술 혁명이 태동하던 1980년대 이후 추세가 바뀐 것처럼 보인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을 제외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평균회귀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2010년대 이후 미국 시장 밸류에이션은 설명이 안 된다.

이를 설명하려면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할 것이고 자본효율성(ROE)을 고려해야 한다. 즉 단위 자본당 효율성이 높은 주식시장일수록 고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시각인데 미국 주식시장은 횡단면 데이터로 보나 시계열 데이터로 보나 이 관점이 설득력 있다. 미국 증시는 우상향하는 ROE, PBR 회귀선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해 있고 12MF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2004년 이후 S&P500 PBR은 ROE와 함께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자본효율성(ROE)이 내년에도 추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 밸류에이션은 평균회귀가 아니라 오히려 우상향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본효율성의 추세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듀퐁 분석을 해보면 핵심은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 마진이 추세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P·Q-C의 틀에서 순이익 마진 개선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은 비용(C) 관점에서 기술 진보에 따른 단위노동당 생산성 개선/비용절감과 독점력에 기인한 가격 결정력(P)이다. 90년대 이후 PC와 인터넷 보급은 인간 노동생산성 개선 속도를 변화시켰고 기술혁명을 주도했던 미국은 기술 격차에 따른 자연독점으로 시장점유율 90%를 향유했던 기업이 계속 있었다.

1980년~90년대부터 기술혁명에서 비롯되었던 마진 개선 흐름은 2020년대도 AI 혁명과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 기업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데 먼저 엔비디아는 기술 격차에서 비롯된 독점적 지위로 업계 평균 대비 월등히 높은 마진을 이미 영위하고 있다. 내년 중에도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위협하는 기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보이는 현상은 AI의 진보와 확산에 따른 마진 개선이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경우 3Q24 실적발표에서 마진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는데 테슬라는 그 이유를 AI의 활용과 공장 자동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확산될수록 마진 개선 흐름은 기술 기업을 넘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

쉽게 비유하면 PC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생산성 격차가 큰 만큼 앞으로는 AI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생산성도 커질 것이다. 사람들이 이를 체감하면서 AI는 확산될 것이고 테슬라의 사례에서 그랬듯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마진 개선과 더 넓게는 이에 기반한 자본효율성 상승, 고밸류에이션의 정당화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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