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율촌 대표"'공익감수성' 갖추고 정도 걷는 로펌 만든다"[2024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입력 2024-11-26 06:47:03
수정 2024-11-26 06:47:03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 인터뷰
[2024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 인터뷰
법무법인 율촌은 내년 새로운 경영체제에 돌입한다. 12년간 이어진 공동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강석훈 대표변호사가 단독 대표로 로펌을 이끈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업무 속도를 올리고 책임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다.
율촌은 강 대표 취임 후 성장을 거듭했다. 강 대표는 총괄대표변호사로 취임한 지 2년 만에 매출 3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2020년 2000억원대였던 율촌 매출은 2022년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32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강 대표 취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34% 뛰었다. 그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통했다는 평가다.
강 대표는 인터뷰에서 ‘공익감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조인은 사회로부터 받은 유무형의 혜택을 사회에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모든 구성원이 법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그의 소명이다.
강 대표는 판사 출신 변호사다. 1990년 서울남부지법 판사를 시작해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부장판사)을 끝으로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2019년에는 대표변호사에 올라 다른 2명의 공동대표와 함께 경영을 맡았다.
취임 후 강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매출이 아니라 로펌의 비전이었다. 1000명 넘는 구성원이 모여 덩치는 커졌는데, 구성원이 공유하는 철학과 비전은 없었다. 율촌은 수개월에 걸쳐 임직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했고 2019년 대형로펌 최초로 비전을 선포했다. 그중 하나가 ‘정도(正道)’다. 로펌은 영리를 추구하는 전문가 단체이지만 영리와 정도가 충돌할 때 ‘율촌은 정도를 택하자’는 다짐이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율촌은 올해 ‘가치성장위원회’를 출범했다. 외형 성장과 질적 성장을 모두 이뤘으니 그다음 목표는 가치 성장으로 잡았다. 강 대표는 “구성원과 고객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로펌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도 집중했다. 개인의 역량이 성장하면 조직의 역량도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내부 역량 강화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조세·공정거래에 강자였던 율촌은 올해 IP, M&A, 송무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승소를 이끌어냈다.
강 대표는 한화오션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소송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율촌은 한화오션을 대리해 방위사업청에 군용 함정 전투체계 적외선탐지추적장비 물품대금 약 76억원을 청구했다. 한화오션은 1심에서 장비 견적 확인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했으나 율촌이 2심을 맡아 ‘국가계약법상 원가 계산 책임은 방사청에 있다’는 논리로 전략을 수정해 판결을 뒤집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자문은 2조원 규모의 에코비트 인수 자문을 꼽았다. 강 대표는 “율촌은 밤샘 협상을 통해 매도인과의 협상을 주도했다”며 “이번 거래 성사로 향후 환경·폐기물 업계의 투자 및 M&A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내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M&A와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외변수가 복잡해지면서 무역 관련 소송과 제재 대응 역시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는 “새로운 무역·조세 협정으로 인해 다국적기업들이 규제를 준수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