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팹리스 파두·리벨리온·퓨리오사, “글로벌 AI 시장 넘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fabless)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고 생산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설계 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 AMD, 퀄컴 같은 기업들이 팹리스 모델을 통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인공지능(이하 AI)를 비롯해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의 핵심 부품으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3% 수준에 그치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설계 인재 부족, 연구개발(R&D) 투자 한계,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발생한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IoT와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문 기업 파두가 대표적이다. 파두는 초저전력·고성능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력 소모와 효율성 문제가 가장 큰 과제다.

파두는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SSD 컨트롤러 설계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파두는 지난 8월 미국 샌타클라라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전시회 ‘FMS(Future Memory and Storage)’에서 웨스턴디지털, 메타와 공동 기조연설을 통해 협력 의지를 공고히 다졌다.

이후 5세대(Gen5) SSD 컨트롤러 ‘FC5161’이 고객사 웨스턴디지털의 SSD 제품 ‘DC SN861 E.1S’에 탑재돼 엔비디아의 'GB200 NVL72' 사용 인증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통해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리벨리온은 딥러닝 연산에 최적화된 NPU(Neural Processing Unit)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엣지 컴퓨팅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퓨리오사AI는 AI 반도체 ‘워보이’를 대만의 주요 하드웨어 제조사 에이수스(ASUS) 서버에 공급하며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에이수스는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워보이가 탑재된 서버를 제공하며 이를 엔비디아와 인텔 제품과 함께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하드웨어 제조 기업인 페가트론(Pegatron)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을 탑재한 고성능 모듈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장 상용화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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