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에 쇄신 칼 빼든 삼성·롯데, 빠른 인사로 전열 정비 나선다

삼성·롯데, 각각 27·28일 인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한국경제신문



LG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신세계그룹 등 주요 그룹 정기 임원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나란히 '위기설'에 휩싸인 삼성과 롯데그룹의 인사도 임박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7일, 롯데그룹은 28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임원에게 퇴임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11월 말에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조직 안팎에서 '삼성 위기론'이 불거졌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업 리스크 상황을 고려해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를 위해 올해도 인사 시기를 소폭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5일 검찰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이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삼성 위기론'에 대해 처음 인정하고 사업 정상화를 이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지금 삼성이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신상필벌'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실적 부진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예고된 DS 부문의 경우 일부 사업부장의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의 이동 가능성을 비롯해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의 중용 가능성이 거론된 상태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전영현 DS 부문장 '투톱'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오는 28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또는 12월에 이뤄졌다. 최근 시장에서 확산된 '롯데 유동설 위기설'과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 등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임원 규모 축소 등 대규모 쇄신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서 올해 1980년대생 오너 3·4세들의 승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1986년생)의 승진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 18일 '롯데 12월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관련 내용의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그룹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롯데는 "사실무근"이라며 부동산 가치와 가용 예금만 71조원대로,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재무특약 위반 발생 역시 유동성이 충분한 만큼 원리금 상환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업황이 부진한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롯데지주까지 잇달아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인력 운용의 효율화를 위해 롯데온(6월)과 롯데면세점(8월), 세븐일레븐(10월), 롯데호텔앤드리조트(11월) 등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가 지난 8월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최근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의 10~3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과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등의 매각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점포 매각, 구조조정, 자산 효율화를 통해 부채비율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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