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은 승계할 수 있지만 신뢰는 승계할 수 없다[EDITOR's LETTER]
입력 2024-12-02 10:04:10
수정 2024-12-02 10:04:10
[EDITOR's LETTER]
“오늘 나는 내 자식을 신뢰하지만 내일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캄프라드 가문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케아가 계속되어야 한다.”
이케아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한 말입니다. 오너도 실력을 입증해야 CEO에 오르는 북유럽식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기업승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가족기업이 많은 유럽에서 2대로 가면 30%가 생존하고 3대에는 14%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니까요.
한국에서는 어느새 오너 3,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1980년, 1990년대생들이 임원 또는 대표로 책임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전 세대 경영자들과는 좀 다른 듯합니다. 과거를 잠시 돌아볼까요.
한국의 1세대 창업자들의 동기는 결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가난이 싫어서 소 한 마리를 훔쳐 무작정 가출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제조업을 시작한 것도 결핍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제조업이 없으면 영원히 후진국에 머물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제일제당을 세워 제조업에 진출했습니다. 무언가 부족한 상태를 채우려는 동기가 이들을 기업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작은 결핍이 해소된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했고 격차, 즉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이를 물려받은 2세대에 주어진 미션은 추격이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경쟁의 무대는 세계가 됐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앞에는 내로라하는 미국, 일본, 독일 기업들이 즐비했습니다.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오너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였습니다. 추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창업 1, 2세대의 성공에 대해 독일인인 마틴 햄메어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영감을 불어넣는 메시지, 롤 모델로서의 역할, 직원들과 긴 시간 함께한 노력 등이 합쳐져 한국의 기업가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갖게 됐다.”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시켜도 직원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따라 충실히 따르며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3, 4세대 젊은 경영자들이 한국 경제라는 거함을 이끄는 배의 지휘를 맡게 됐습니다. 1, 2세대와 가장 큰 차이는 비가시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세대들에게는 경쟁자도 성공의 공식도 가시적이었습니다. 보이는 제품으로 승부하는 제조업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높은 생산성, 한발 앞선 공정, 대규모 투자, 헌신적인 인재 등이 성공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3세대들에게는 벤치마킹할 모델이 따로 없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기술 변혁의 시기는 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대규모 설비투자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지배자가 된 미국의 빅테크 가운데 매년 수조원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자유무역 질서도 파괴되고 있습니다. 산업 발전의 기획자이자 강력한 후원자였던 정부의 존재감은 퇴색했습니다. 없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주문해도 해내고 마는 헌신적 직원들’ 말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경영자들이 그들의 아버지와 같은 점은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 정도입니다. 몇 가지 증거가 필요합니다.
우선 조직적 증거입니다.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조직이 그를 리더로 받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사업적 증거도 필요합니다. 작은 비즈니스라도 성공 경험을 쌓아야 큰 도전이 가능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입니다. 참모들이 써준 메시지가 아닌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자신의 비전 같은 것 말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CES 등 국제행사에서 인상적인 연설을 자신의 언어로 해냅니다. 그 비전은 메시지가 되고 현대차의 미래가 됩니다.
젊은 오너 3, 4세대들이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고 있길 기대해 봅니다. 사장, 회장 자리는 물려 받을 수 있어도 직원과 고객 주주의 신뢰는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
“오늘 나는 내 자식을 신뢰하지만 내일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캄프라드 가문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케아가 계속되어야 한다.”
이케아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한 말입니다. 오너도 실력을 입증해야 CEO에 오르는 북유럽식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기업승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가족기업이 많은 유럽에서 2대로 가면 30%가 생존하고 3대에는 14%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니까요.
한국에서는 어느새 오너 3,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1980년, 1990년대생들이 임원 또는 대표로 책임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전 세대 경영자들과는 좀 다른 듯합니다. 과거를 잠시 돌아볼까요.
한국의 1세대 창업자들의 동기는 결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가난이 싫어서 소 한 마리를 훔쳐 무작정 가출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제조업을 시작한 것도 결핍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제조업이 없으면 영원히 후진국에 머물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제일제당을 세워 제조업에 진출했습니다. 무언가 부족한 상태를 채우려는 동기가 이들을 기업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작은 결핍이 해소된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했고 격차, 즉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이를 물려받은 2세대에 주어진 미션은 추격이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경쟁의 무대는 세계가 됐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앞에는 내로라하는 미국, 일본, 독일 기업들이 즐비했습니다.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오너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였습니다. 추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창업 1, 2세대의 성공에 대해 독일인인 마틴 햄메어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영감을 불어넣는 메시지, 롤 모델로서의 역할, 직원들과 긴 시간 함께한 노력 등이 합쳐져 한국의 기업가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갖게 됐다.”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시켜도 직원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따라 충실히 따르며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3, 4세대 젊은 경영자들이 한국 경제라는 거함을 이끄는 배의 지휘를 맡게 됐습니다. 1, 2세대와 가장 큰 차이는 비가시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세대들에게는 경쟁자도 성공의 공식도 가시적이었습니다. 보이는 제품으로 승부하는 제조업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높은 생산성, 한발 앞선 공정, 대규모 투자, 헌신적인 인재 등이 성공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3세대들에게는 벤치마킹할 모델이 따로 없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기술 변혁의 시기는 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대규모 설비투자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지배자가 된 미국의 빅테크 가운데 매년 수조원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자유무역 질서도 파괴되고 있습니다. 산업 발전의 기획자이자 강력한 후원자였던 정부의 존재감은 퇴색했습니다. 없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주문해도 해내고 마는 헌신적 직원들’ 말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경영자들이 그들의 아버지와 같은 점은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 정도입니다. 몇 가지 증거가 필요합니다.
우선 조직적 증거입니다.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조직이 그를 리더로 받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사업적 증거도 필요합니다. 작은 비즈니스라도 성공 경험을 쌓아야 큰 도전이 가능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입니다. 참모들이 써준 메시지가 아닌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자신의 비전 같은 것 말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CES 등 국제행사에서 인상적인 연설을 자신의 언어로 해냅니다. 그 비전은 메시지가 되고 현대차의 미래가 됩니다.
젊은 오너 3, 4세대들이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고 있길 기대해 봅니다. 사장, 회장 자리는 물려 받을 수 있어도 직원과 고객 주주의 신뢰는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