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재무장관 지명에서 배울 점[하영춘 칼럼]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답다. 거칠 게 없다. 당선 17일 만에 15개 부처 장관을 지명,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키워드는 ‘충성심’이다. 이를 기준으로 외교안보 라인에는 대중국 강경파, 경제 부처에는 관세론자를 중용했다.

비판도 없지 않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느니, 억만장자들의 내각이라느니, 강경일변도 정책이 예상된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트럼프는 다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핵심은 재무장관이다. 트럼프는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지명했다. 억만장자이자 관세주의자인 만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이미 예고한 트럼프 내각에 어울릴 법한 사람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에서는 반대가 상당했다고 한다. 온건하고 합리적이어서 강경한 관세정책 등을 추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지명자는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벤센트는 헤지펀드의 전설이자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이었다. 자신도 2015년까지 민주당을 후원하다가 2016년 이후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게다가 동성애자로 성소수자다. 재정보수론자이기도 하다. 이력만 보면 민주당 정부의 재무장관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사람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했으니 깜짝 놀랄 내각 인선 기조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는 반응이 많았다. 월가와 기업들은 이런 이유로 환영했다. 30여 년간 월가에서 일한 전문성과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CNN은 “트럼프 내각의 예측 불가능한 인사들로 인한 재계의 우려를 완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도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센트를 왜 재무장관에 지명했을까. 다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높은 생활비와 경제적 불만을 주요 쟁점으로 삼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 만큼 재임 중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적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2년 후 중간선거 승리는 물론 공화당의 정권 재창출도 힘들 수 있다(공화당이 패하면 트럼프는 각종 소송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베센트 지명을 통해 경제만큼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는 해석이 많다.

여기에 개각을 앞둔 윤석열 정부나 ‘먹사니즘’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참고할 점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권 유지나 정권 창출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점이고, 그런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중용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집권 후반기 목표를 양극화 타개를 통한 신중산층 확대로 잡았다. 맞는 방향이다. 수출 호조와 내수침체로 대변되는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힘들다. 양극화는 재래시장 한두 번 방문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교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필수적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말로만 먹사니즘을 외치고 실제로는 방탄 외길로 간다면 방탄엔 성공할지 몰라도 집권을 장담할 순 없다.
트럼프 스톰이 우리 경제에 위기를 몰고 왔지만 트럼프에게 배울 건 참 많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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