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재진출하며 삼성 추격한다던 겔싱어
적자 불어나고 경쟁력 잃자 사임
펫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에 실패하고 파운드리 재진출로 인한 경영난이 이어지자 이사회가 책임을 물어 갤싱어 CEO를 사임한 것으로 파악된다.
2일(현지시간) 인텔은 겔싱어 CEO가 1일자로 회사를 떠났다고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이 결정을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일로 묘사하며, "현재 시장 역학에 맞춰 인텔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도전적인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겔싱어 CEO는 인텔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2021년 반도체 왕국을 재건할 '구원 투수'로 투입됐다. 취임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왕좌를 되찾겠다며 IDM(종합반도체기업) 2.0 전략을 선언하고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구사했다.
지난 2년 간 250억 달러(33조3000억원)를 투입하는 등 반도체 생산 주권을 되찾기 위한 투자도 이어갔다.
하지만 투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막대한 적자가 지속됐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2021년 51억달러, 2022년 52억 달러, 2023년 70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만 53억 달러에 달하자 최근 1만5000명의 감원과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의 분사를 결정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임원 이탈, 구조조정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 50% 급락했다.
인텔은 당분간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MJ홀트하우스 제품 CEO의 '임시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인텔 이사회 임시 의장은 프랭크 이어리 이사가 맡게 됐다. 이어리 이사는 "우리는 더 가볍고, 더 단순하고, 더 민첩한 인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