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 밤새고 재택 권고에 해외출장도 취소…재계 파장 예의주시

주요 기업 긴급회의 소집, 비상계엄 파장 분석·대책 마련 분주
여의도 사옥 있는 LG, 재택근무 권고 공지

서울 테헤란로 오피스 빌딩들. 사진=한국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에 긴장했던 재계가 계엄 해제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은 전날 밤 비상계엄이 내려진 직후 수뇌부를 중심으로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샌 데 이어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LG는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는 이날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도 관련 부서에서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친 것과 관련해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HS효성도 이날 오전 중 사장단 및 관련 임원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단체도 이번 사태가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전에 임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도 취소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오전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간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등 주요 행사도 잠정 연기됐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 관련해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1979년 10·26 사태 때 선포된 후 45년 만이며, 헌정사 역대 17번째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재계는 환율, 주가 등을 체크하며 이번 사태로 정국 불안 요소가 더 커진 만큼 향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짜는 등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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