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계엄, 美 개입 가능" "탄핵부결, 국힘 최악의 선택" 미국 비판 이어져

빅터 차 "2차 계엄, 미국 개입할수도"
브루킹스 "정치 양극화도 사태 원인"
WSJ "탄핵 부결, 피로스의 승리"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한국경제


미국 싱크탱크와 외교 전문가, 석학 등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라 비판하면서 한국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꼬집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엑스에서 "계엄령 선포 결정은 끔찍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위기를 촉발했고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팠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날 로페어(Lawfare)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고 타협하지 않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도 사태에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여 석좌는 "계엄령은 절대로 옳은 조처가 아니었지만 왜 윤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 능력이 심각하게 방해받는다고 극도의 좌절감을 느꼈을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SI) 한국 석좌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가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이번 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인도-태평양 전략, 반도체 공급망,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는 데 있어 핵심적인 미국의 파트너가 민주주의 퇴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우려했다.

탄핵이 부결되면서 민주주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국민의 70% 이상이 윤을 내쫓기를 원하지만 여당은 아직 야당의 탄핵 요구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사임을 완강히 거부했고 야당 대표를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가두어 다음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박탈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서 두 번째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그는 "두 번째 계엄령 선포는 워싱턴이 동맹과 아시아, 경제 안보, 유럽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독보적으로 확고히 지지해 온 한국 대통령에 맞서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했다. 2차 계엄 선포는 미국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시카고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7일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민주주의 같은)포용적 시스템을 착취적 방향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했다.

탄핵안 부결 이후에는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칼 프리드호프 시카고국제문제위원회 연구원은 "탄핵 반대는 한국의 집권 보수세력과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윤 대통령의 '피로스의 승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로스의 승리란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러 사실상 패배와 다름없는 승리를 말한다.

프리드호프 연구원은 "국가보다 당을 우선시한 것은 국민의힘의 최악의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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