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리폼, 어디까지 허용될까?[최자림의 지식재산권 산책]
입력 2024-12-19 11:54:58
수정 2024-12-19 11:54:58
[지식재산권 산책]
수선업자가 소비자의 의뢰를 받아 명품 가방을 리폼한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작년에 법원으로부터 내려진 바 있다. 위 판결에 대해 최근 특허법원 역시 동일하게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는데 상표권 침해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한 상세한 판단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수선업자의 리폼 행위가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선업자는 기존에 이미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리폼한 것이고 리폼 후 제품에 스스로 상표를 부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상표법은 상표의 ‘사용’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상표법상 상품 또는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원래의 모습이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수선을 하는 경우 수선 후 제품에 표시된 상표는 수선 전 제품을 생산 또는 판매한 자를 표시하는 것이지만 리폼이 새로운 상품의 생산이라고 평가될 경우 리폼 후 제품에 표시된 상표는 리폼 후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자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 상표가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되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 리폼 후 제품의 수선업자가 제품 출처임에도 마치 상표권자가 제품 출처인 것처럼 표시되는 문제가 있다.
이 사건에서 리폼은 리폼 전 제품의 원단이나 부품 등을 원자재로 사용해 물리·화학적 처리, 박음질, 부품들의 부착, 내부 라벨의 부착 등의 공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따라서 리폼 후 제품은 리폼 전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수선업자는 자신을 제품의 출처로 표시하기 위해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리폼 후 제품이 기존 제품과 동일성을 상실한다고 해 언제나 해당 행위가 상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리폼을 하는 경우에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표란 자신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에 사용되는 표장이므로 당해 상품을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를 표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해 상표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입한 가방을 개인적으로 리폼하는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부착된 원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가방 소유자는 대금을 지급하고 가방을 구입했는데 이를 리폼하는 행위가 위법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먼저 구별할 것은 위 판례도 리폼을 주문한 가방 소유자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수선업자가 업으로서 수선행위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중고 거래와 관련해서 자주 논의되는 이론이 상표권 소진이론은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 상표권 소진이론이란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더 이상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판례는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리폼이 단순히 낡은 제품을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을 제작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므로 소진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
기존 제품을 이용하여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경우 이는 기존 진정상품에 상품이 부착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또한 제작 과정에서 원 상표권자의 품질관리기준이 준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리폼 상품은 상표의 출처표시기능만이 아니라 품질표시기능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리폼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원단과 부속품만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품도 사용되었는데, 해당 부품에도 상표권자의 상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법원이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것은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소유인 제품을 리폼하는 행위 역시 상표법 등 법률의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자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수선업자가 소비자의 의뢰를 받아 명품 가방을 리폼한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작년에 법원으로부터 내려진 바 있다. 위 판결에 대해 최근 특허법원 역시 동일하게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는데 상표권 침해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한 상세한 판단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수선업자의 리폼 행위가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선업자는 기존에 이미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리폼한 것이고 리폼 후 제품에 스스로 상표를 부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상표법은 상표의 ‘사용’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상표법상 상품 또는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원래의 모습이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수선을 하는 경우 수선 후 제품에 표시된 상표는 수선 전 제품을 생산 또는 판매한 자를 표시하는 것이지만 리폼이 새로운 상품의 생산이라고 평가될 경우 리폼 후 제품에 표시된 상표는 리폼 후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자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 상표가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되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 리폼 후 제품의 수선업자가 제품 출처임에도 마치 상표권자가 제품 출처인 것처럼 표시되는 문제가 있다.
이 사건에서 리폼은 리폼 전 제품의 원단이나 부품 등을 원자재로 사용해 물리·화학적 처리, 박음질, 부품들의 부착, 내부 라벨의 부착 등의 공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따라서 리폼 후 제품은 리폼 전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수선업자는 자신을 제품의 출처로 표시하기 위해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리폼 후 제품이 기존 제품과 동일성을 상실한다고 해 언제나 해당 행위가 상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리폼을 하는 경우에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표란 자신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에 사용되는 표장이므로 당해 상품을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를 표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해 상표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입한 가방을 개인적으로 리폼하는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부착된 원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가방 소유자는 대금을 지급하고 가방을 구입했는데 이를 리폼하는 행위가 위법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먼저 구별할 것은 위 판례도 리폼을 주문한 가방 소유자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수선업자가 업으로서 수선행위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중고 거래와 관련해서 자주 논의되는 이론이 상표권 소진이론은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 상표권 소진이론이란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더 이상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판례는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리폼이 단순히 낡은 제품을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을 제작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므로 소진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
기존 제품을 이용하여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경우 이는 기존 진정상품에 상품이 부착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또한 제작 과정에서 원 상표권자의 품질관리기준이 준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리폼 상품은 상표의 출처표시기능만이 아니라 품질표시기능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리폼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원단과 부속품만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품도 사용되었는데, 해당 부품에도 상표권자의 상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법원이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것은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소유인 제품을 리폼하는 행위 역시 상표법 등 법률의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자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