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34>
지난해 연말 서울시내 한 전문병원 모임에 초청받았을 때 일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가 나왔는데 그 구성이 아주 독특했다. 종잇장처럼 얇게 썬 슈톨렌(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독일 전통 빵)과 프랑스 소테른 지방 최고급 귀부 와인이 함께한 것. 보기 드문 조합이었다.
슈거 파우더의 달콤함은 물론 열대과일의 숙성 향이 와인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행사를 준비한 병원장의 와인 페어링 솜씨가 돋보였다. 함박눈 내리는 겨울 밤 송년의 아쉬움이 깊어가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디저트 와인으로 이어졌다.
주로 달콤한 후식과 함께 곁들이는 디저트 와인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제조 방법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귀부 와인과 아이스 와인 그리고 포트 와인이 그 주인공. 먼저 귀부 와인부터 살펴보면 한자로는 귀할 귀(貴)자에 썩을 부(腐)자를 사용한다. ‘귀하게 썩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의미다.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포도를 늦게 수확할 경우 껍질에 달라붙어 수분을 빨아먹고 사는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회색 곰팡이에 감염된다. 이때 수분이 줄어들면서 당도가 올라가는데 그 포도로 만든 것이 바로 귀부 와인이다. 재배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흐리거나 맑은 날이 적당히 균형을 이뤄야 수확이 가능하다.
프랑스 소테른이나 헝가리 토카이, 독일의 모젤 등이 대표적인 귀부 와인 생산지역이다. 소테른의 대표 선수 격으로는 샤토 디켐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최고급 디저트 와인으로 1855년 보르도 와인 등급 분류 당시 유일하게 ‘프리미에 크뤼 수페리외르’ 등급을 받았다.
토카이 아수는 1600년대부터 양조되었다. 귀부 와인 양조 역사가 가장 길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왕이 마시는 와인, 와인의 왕’이라고 극찬, 유명세를 얻었다. 포도 품종은 푸르민트, 하르스레벨루, 무스캇 등 헝가리 토종을 사용한다.
또 독일 최고 등급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는 초겨울까지 나무에 매달린 채 건포도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진 귀부 포도만을 선별해서 만든 극강의 스위트 와인이다. 산미도 강한 풀보디로 짭짤한 블루치즈와 함께 마시면 오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아이스 와인은 귀부 와인과는 전혀 다른 양조방식을 사용한다. 가을이 지나고 포도가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 다음, 얼음을 그대로 두고 즙을 짜서 만드는 와인이다. 보통 영하 7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한밤중이나 동틀 무렵 포도 수확이 이루어진다.
포도송이 속에 들어 있는 얼음덩어리 배출을 통해 수분을 제거해 당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분과 수분의 빙점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계 3대 생산 국가로는 독일·오스트리아·캐나다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생산량이 늘면서 판세를 뒤집을 기세다.
다만 일찍 수확한 포도를 강제로 냉동시켜 만든 인공 아이스 와인에 대해서는 아이스박스 와인(icebox wine)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사용한다. 이 경우 천연 아이스 와인 특유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가격이 저렴해 소비가 꾸준한 편이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주정 강화 포트 와인 역시 당도가 높고 초콜릿 등 특유의 향이 강해 식후 마무리용 와인으로 손색없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캐러멜과 진한 견과류 향을 꼽을 수 있다. 와인 보관이 까다롭지 않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맛과 향에 큰 변화가 없다.
또 과일 향이 풍부하고 달콤한 맛을 지닌 이탈리아 ‘모스카토 다스티’나 남아공 ‘뱅 드 콘스탄스’도 디저트 와인으로 알맞다. 포도 품종은 둘 다 모스카토로 가성비가 좋아 인기가 높다. 매년 숙명처럼 다가오는 시간, 외로운 연말이라면 디저트 와인과 함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지난해 연말 서울시내 한 전문병원 모임에 초청받았을 때 일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가 나왔는데 그 구성이 아주 독특했다. 종잇장처럼 얇게 썬 슈톨렌(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독일 전통 빵)과 프랑스 소테른 지방 최고급 귀부 와인이 함께한 것. 보기 드문 조합이었다.
슈거 파우더의 달콤함은 물론 열대과일의 숙성 향이 와인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행사를 준비한 병원장의 와인 페어링 솜씨가 돋보였다. 함박눈 내리는 겨울 밤 송년의 아쉬움이 깊어가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디저트 와인으로 이어졌다.
주로 달콤한 후식과 함께 곁들이는 디저트 와인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제조 방법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귀부 와인과 아이스 와인 그리고 포트 와인이 그 주인공. 먼저 귀부 와인부터 살펴보면 한자로는 귀할 귀(貴)자에 썩을 부(腐)자를 사용한다. ‘귀하게 썩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의미다.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포도를 늦게 수확할 경우 껍질에 달라붙어 수분을 빨아먹고 사는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회색 곰팡이에 감염된다. 이때 수분이 줄어들면서 당도가 올라가는데 그 포도로 만든 것이 바로 귀부 와인이다. 재배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흐리거나 맑은 날이 적당히 균형을 이뤄야 수확이 가능하다.
프랑스 소테른이나 헝가리 토카이, 독일의 모젤 등이 대표적인 귀부 와인 생산지역이다. 소테른의 대표 선수 격으로는 샤토 디켐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최고급 디저트 와인으로 1855년 보르도 와인 등급 분류 당시 유일하게 ‘프리미에 크뤼 수페리외르’ 등급을 받았다.
토카이 아수는 1600년대부터 양조되었다. 귀부 와인 양조 역사가 가장 길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왕이 마시는 와인, 와인의 왕’이라고 극찬, 유명세를 얻었다. 포도 품종은 푸르민트, 하르스레벨루, 무스캇 등 헝가리 토종을 사용한다.
또 독일 최고 등급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는 초겨울까지 나무에 매달린 채 건포도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진 귀부 포도만을 선별해서 만든 극강의 스위트 와인이다. 산미도 강한 풀보디로 짭짤한 블루치즈와 함께 마시면 오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아이스 와인은 귀부 와인과는 전혀 다른 양조방식을 사용한다. 가을이 지나고 포도가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 다음, 얼음을 그대로 두고 즙을 짜서 만드는 와인이다. 보통 영하 7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한밤중이나 동틀 무렵 포도 수확이 이루어진다.
포도송이 속에 들어 있는 얼음덩어리 배출을 통해 수분을 제거해 당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분과 수분의 빙점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계 3대 생산 국가로는 독일·오스트리아·캐나다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생산량이 늘면서 판세를 뒤집을 기세다.
다만 일찍 수확한 포도를 강제로 냉동시켜 만든 인공 아이스 와인에 대해서는 아이스박스 와인(icebox wine)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사용한다. 이 경우 천연 아이스 와인 특유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가격이 저렴해 소비가 꾸준한 편이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주정 강화 포트 와인 역시 당도가 높고 초콜릿 등 특유의 향이 강해 식후 마무리용 와인으로 손색없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캐러멜과 진한 견과류 향을 꼽을 수 있다. 와인 보관이 까다롭지 않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맛과 향에 큰 변화가 없다.
또 과일 향이 풍부하고 달콤한 맛을 지닌 이탈리아 ‘모스카토 다스티’나 남아공 ‘뱅 드 콘스탄스’도 디저트 와인으로 알맞다. 포도 품종은 둘 다 모스카토로 가성비가 좋아 인기가 높다. 매년 숙명처럼 다가오는 시간, 외로운 연말이라면 디저트 와인과 함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