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격랑 속 우리은행 ‘안도의 한숨’…이복현, 검사결과 발표 연기
입력 2024-12-11 15:47:20
수정 2024-12-11 15:47:20
금융감독원이 내란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현 경제 상황과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현 경영진도 책임져야 한다”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재차 압박했던 이 원장이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 장기화 조짐에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이 원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이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발견됐다며 12월 중 금감원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현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방침이었다. 11월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의 정기 검사결과를 언급하며 불법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검사결과가 나오는 12월 전후로 임 회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 행장은 이미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내준 616억원 중 350억원이 특혜성 부당대출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지난 6월 수시검사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10월부터 11월 29일까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는 등 6개월간 이례적인 상시검사를 진행했다. 11월 15일까지였던 정기검사 기간을 2주일 연장한 끝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조사와 함께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의 자본비율과 자산건전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등을 전반적으로 다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본비율 관리나 적정성 등에 있어 리스크가 없는지 금융당국이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3분기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9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를 하회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 중에서 우리금융만 CET1 비율이 13% 아래다. CET1은 은행 자본적정성 지표중 하나다. 순정자본인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정치불안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파생상품 등의 거액손실 또는금융사고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환율 급등 등 일시적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금융 회사의 재무적 탄력성이 축소돼 긴요한 자금공급, 정상적인 배당 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과 소통하며 규제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달라”고 주문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