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출신이라 모든 게 기밀" 알고보니 다 속인 배우자 '혼인취소'
입력 2024-12-17 12:05:22
수정 2024-12-17 14:04:10
배우자가 특수부대 정보사 출신이라고 속여 결혼한 ㄱ씨의 혼인을 취소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은 ㄱ(36)씨가 남편 ㄴ(51)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취소 소송에서 "원·피고 사이의 혼인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ㄴ씨는 모바일 게임을 통해 만난 ㄱ씨에게 "(자신은) 국군 특수부대 정보사 출신으로 얼굴이 노출되어서도 안 되고, 본인 명의의 통장도 개설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기밀"이라고 했다.
ㄱ씨는 ㄴ씨와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한 뒤 배우자의 신상을 확인해 보니 혼인신고, 출생신고를 한 ㄴ씨의 이름, 나이, 초혼여부, 자녀유무, 가족관계, 군대이력 등 모든 것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ㄴ씨는 배우자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 임신 중이었던 ㄱ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ㄴ씨는 정체가 드러난 후 ㄱ씨가 폭행 등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자 잠적했으나, 지명수배자가 된 후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에 ㄱ씨는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및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권을 단독으로 받기 위해 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ㄱ씨를 대리해 ㄴ씨를 상대로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ㄴ씨가 ㄱ씨와 교제하는 동안 이름, 생일, 직업, 부모여부, 초혼여부, 자녀유무, 경력, 재력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속이지 않았다면 ㄱ씨는 ㄴ씨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ㄴ씨의 폭력성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등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 친권자 및 양육자로 ㄱ씨를 단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ㄴ씨는 법정 진술에서 "자녀는 본인의 자식이 아니라 ㄱ씨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라고 주장했으나, 유전자 감정 결과 ㄴ씨의 친자로 확인됐다.
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ㄱ씨와 ㄴ씨의 혼인을 취소한다. 또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ㄱ씨를 지정한다"고 결정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