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이콘, 또 일냈다…‘테크 기업’ 전환 시동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2024 올해의 CEO]

카드 부문 올해의 CEO

[2024 올해의 CEO]

그래픽=박명규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뒤에 늘 따라 붙는 단어가 있다. ‘혁신’이다. 선(先)할인 후(後)적립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카드사용=할인=포인트 적립’이라는 공식을 정립했고 플라스틱 카드에 독특한 디자인을 입혀 ‘원 카드 멀티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트렌드를 선도했다.

이번엔 금융업에서 ‘테크 기업’으로 업의 전환을 선언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있었다. 2024년 10월 17일 정 부회장은 언론 앞에 섰다. 자사의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스미토모미쓰이카드(SMCC)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단일 소프트웨어 계약으로는 전 산업군을 통틀어 사상 최대의 수출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정 부회장이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지 9년 만이다.

이와 같은 성과는 지난 10여 년간 정 부회장이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해 온 결과다. AI에만 1조원을 투입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데이터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그의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종 규제로 신용 판매와 대출이라는 전통 수익원이 위축되고 있어 카드사들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정 부회장의 테크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본업도 잘한다. 신용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2024년 10월까지 현대카드 개인·법인 신용판매 실적은 137조5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원가량 성장하며 업계 1위를 달성했다. 해외 결제 또한 크게 증가해 전 카드사 중 현대카드가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현대카드의 회원수는 2024년 7월 1200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 말 1000만 명을 넘어선 지 2년 8개월 만에 200만 명이 증가했다.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올해 GPCC(범용 신용카드) 분야에선 현대카드의 대표 시리즈인 M, X, Z를 새롭게 선보이며 다시 한번 시장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초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를 통해 현재 각 업계 최고 기업들과 데이터 동맹을 맺어온데 이어 올해 19번째 파트너사로 올리브영이 합류하면서 PLCC를 더욱 확장해 나가게 됐다. GPCC와 PLCC 둘 다 잘하는 카드사로 우뚝 선 셈이다.

정 회장은 문화 마케팅에도 열정을 쏟았다. 그의 브랜딩 철학을 바탕으로 신용카드에 프리미엄 문화 혜택을 입혔다. 전 세계 카드사 최초로 30개의 건축물을 만들면서 직접 기획, 설계에 참여했고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고 있다.

다방면에서 보인 현대카드의 경쟁력과 리스크 관리를 통한 높은 자산 건정성은 국내외 대표 신용평가사들의 연이은 ‘등급 상향’으로 이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연내 2회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등 현대카드를 높이 평가했다. 일본 대표 신용평가사인 JCR는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A+ Positive(긍정적)에서 AA- Stable(안정적)로 상향했다. 2023년 11월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일본 시장에서 신용등급을 획득한 지 약 1년 만이다.

국내 대표 신용평가 3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들도 연이어 등급을 상향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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