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배터리 소재 수입시장서 1위
점유율 33.7%로 압도적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배터리 소재 수입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22일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에 따르면 미국의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수입액은 2020년 50억2100만달러에서 2023년 96억9800만달러로 93.1% 증가했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은 2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미국의 배터리 소재 수입이 급증하는 동안 중국산 소재 비중은 크게 줄고, 한국산 소재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에는 중국이 28.9%로 1위였고 일본(17.2%), 독일(10.1%), 캐나다(9.1%)가 뒤를 이었다. 당시 한국의 비중은 8.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33.7%, 26.4%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3위인 중국의 비중은 8.4%로 급감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3대 배터리 소재 수출액은 총 32억6천800만달러였다. 양극재가 29억3000만 달러로 90% 가까이 차지했다. 통상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전체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런 변화는 미국과 중궁의 무역전쟁에 기반한 세계 공급망 개편 흐름 속에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한국에서 원료로 가져다 쓰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소재의 양이 늘어난 상황이 무역 통계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1공장, 테네시주에 2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은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이 전기차 소비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는 인수팀 내부 문건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는)세계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소비·생산 보조금을 줘 친환경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노력을 해왔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관세라는 '채찍'을 활용해 국가 재정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자국으로 투자를 유인하고 중국의 자국 내 산업 영향력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