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7일(현지 시각) 팩트 체크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공식 웹사이트에 ‘더 많은 말과 더 적은 실수 (More Speech, Fewer Mistakes)’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며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메타는 2016년부터 독립 기관과 협력해 팩트 체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가짜 뉴스와 논란성 콘텐츠를 해당 기관에 이관해 신뢰도를 평가하고, 허위 주장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해왔다.
저커버그는 “당시에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독립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사용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강조했다.
메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매일 수백만 개의 콘텐츠가 삭제됐다. 이는 매일 생산되는 콘텐츠의 1% 미만에 해당하지만, 메타는 삭제된 콘텐츠 10개 중 1~2개는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메타는 팩트 체크 프로그램을 폐지한 후 ‘커뮤니티 노트’라는 새로운 모델을 미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인수한 뒤 도입한 기능을 모방한 것이다. 논란성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고 눈에 덜 띄는 경고 배너를 부착하며, 사용자들이 직접 다양한 의견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메타의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일론 머스크는 "멋지다"고 반응했으며, 트럼프 당선인 또한 저커버그의 결정을 환영하며 “메타가 먼 길을 왔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메타는 발표 전 트럼프 팀에 정책 변경 사항을 사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는 메타의 결정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친해지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열을 줄인다는 것은 플랫폼이 조장하고 촉진하는 증오와 허위 정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21년 페이스북은 2021년 1월6일 의사당 폭동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하며 “그의 발언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에 위협이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메타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