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이 불러온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한국경제에 치명적
생산성 제고 위한 구조개혁, 더는 미루지 말아야

지난 2월 21일 S&P500 지수가 1.7% 하락했다. 2% 미만의 하락이므로 시장에 경고할 수준은 아니지만 미 연준이 금리 동결을 시사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중국의 딥시크 쇼크보다도 더 큰 낙폭이었다. 2월의 마지막 날 코스피지수가 3.39% 급락하면서 2600선이 붕괴됐다. 일본, 홍콩, 중국의 주가지수들도 일제히 하락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는 3%로 상승했다. 3%대로 재진입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심리를 측정하는 경기선행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들이 현재 경제 상황과 6개월 후의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반영하여 산출하는 지수인데 100 아래로 하락함으로써 경기둔화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시화되면서 관세 폭탄을 맞은 각국의 이에 대한 보복관세 대응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과 투자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버블 붕괴의 전조는 아니더라도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물가상승이 함께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된다면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은 작년에 18.7%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경기침체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에서 폐업한 자영업 점포가 개업 점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경기 악화로 인해 개업을 포기하거나 유보한 것이다. 서비스업과 외식업, 소매업 등 ‘생활밀접업종’ 개업률은 9.3%로 전년도 대비 3.4%포인트 급감했다. 폐업률은 11.5%로 전년 대비 증가하였다. 소매판매액도 크게 줄어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과 수급자 수도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소상공인의 폐업으로 인해 시간제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도 사라지므로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동안 가계부채와 환율,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여 금리인하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금리인하를 결정한 배경에는 1.5%까지 하락한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내수 진작에 무게를 싣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체질하에서 금리인하로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정의 도움을 받더라도 별반 결과는 다르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었고 글로벌 경제 환경도 빠르게 변했지만 과도한 정치 논리를 앞세워 경제 논리를 무력화하면서 필요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변화는 미루면서 분배라는 레토릭에 골몰한 결과 구태의연한 성장전략에 안주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구조개혁 없이는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음을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공감해야 한다. 경제성장은 취약계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절실하다. 젊은 세대의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안일하게 유지하는 것은 자기파괴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