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CXL로 새 지평” 삼성·SK 이어 파두·퀄리타스 등 신진기업 가세
입력 2025-03-10 09:56:06
수정 2025-03-10 09:56:06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가속기, 메모리, 스토리지 등을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커넥트 기술로 특히 최신 버전인 CXL 3.0이 데이터센터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CXL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메모리 풀링’ 기능으로 여러 서버에 흩어져 있는 메모리를 하나로 모아서 필요할 때 나눠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많은 메모리를 사용하는 작업이 늘어나면서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CXL을 활용하면 필요한 서버에 필요한 만큼만 메모리를 할당할 수 있다.
CXL은 여러 인터커넥트 기술 중에서도 범용성과 확장성이 두드러진다. 엔비디아의 NV링크가 1800GB/s(초당 기가바이트)의 속도로 빠른 대역폭을 제공하지만 특정 제품 간에만 사용 가능한 반면 CXL은 인텔, AMD, ARM 등 다양한 제조사의 CPU와 호환되는 개방형 표준이다.
특히 CXL 3.0부터는 여러 서버가 동시에 메모리에 접근할 때 데이터 일관성을 유지하는 ‘캐시 일관성’ 기능이 강화됐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2년 170만 달러(약 24억원) 규모였던 CXL 시장은 2028년까지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CXL 기반 D램 시장은 같은 기간 15억 달러(약 2조 원)에서 125억 달러(약 18조 원)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L 기반 메모리 모듈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3월 내 CXL 2.0 기반 D램 모듈인 ‘CMM-DDR5’의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도 최근 CXL 2.0 기반 ‘CMM-D’의 256기가바이트(GB) 제품에 관해 국립전파연구원의 신규 적합성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며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다년간 CXL 기술에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해 2022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1.1 버전 기반 D램을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CXL 2.0을 지원하는 128GB(기가바이트) D램을 출시하고 업계 최고 용량인 512GB CMM-D까지 개발하며 대용량 CXL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22년 8월 DDR5 D램 기반 첫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한 후 CXL 메모리 최적화 소프트웨어인 ‘HMSDK(Heterogeneous Memory Software Development Kit)’를 자체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 기술은 메모리 패키지의 대역폭을 30% 이상 확장하고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더 빠른 메모리로 옮겨주는 ‘접근 빈도 기반 최적화’ 기능으로 시스템 성능을 12% 이상 개선한다. 최근에는 이 소프트웨어의 주요 기능을 리눅스 운영체제에 탑재하는 성과도 거뒀다.
국내 팹리스 기업 파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자회사 이음을 통해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CXL 3.0 기반 스위치 개발에 나섰다. CXL 스위치는 메모리 풀링을 가능케 하는 핵심 인프라로 여러 서버에 분산된 컴퓨팅 자원과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설계자산(IP) 분야에서는 퀄리타스반도체가 CXL 시장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CXL 3.0 표준과 연동되는 PCI익스프레스(PCIe) 6.0 물리계층(PHY) IP를 개발했으며 최근 미국 디자인하우스 베리실리콘과 공급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향후 CXL 기술은 AI 워크로드 최적화, 비용 절감,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형언어모델(sLM) 시장에서 CXL의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