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온 쇼핑몰 안에는 러닝하는 사람들이 있다[케이스 스터디]

이온몰, 리뉴얼 하면서 체험 중심 스포츠 공간 만들어
러닝 스테이션, 모든 제품 대여해주는 서비스 제공

고령화 인구 유입, 젊은층 체험 소비 트렌드 맞춘 변화

[케이스 스터디: 성공에서 배운다]
이온몰. (사진=이온몰 홈페이지)

“그냥 오세요. 저희가 다 빌려드릴 테니까요.”

일본의 한 복합쇼핑몰에서 내놓은 홍보 문구다. 주인공은 이온몰. 최근 진행한 리뉴얼을 통해 스포츠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러닝화가 없어도, 옷이 없어도 가면 뛸 수 있다. 라커부터 샤워룸까지 모든 것을 제공한다.

일본의 오프라인 유통 점포는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밥을 먹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체험부터 구매까지 모든 게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특정 카테고리의 전문성을 키운 결과다.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는 체험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온몰은 전 연령대의 수요를 잡기 위해 모든 스포츠를 쇼핑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 돈만 내면 다 빌려주는 쇼핑몰일본 도쿄에서 약 40분 떨어진 지바현의 ‘이온몰 마쿠하리 신도심’(이온몰)에는 액티브몰(Active Mall)이 있다. 2년간의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지난해 새로 만든 공간이다.

이온몰은 일본 유통기업인 이온그룹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이다. 한국의 스타필드와 같은 모델로 일본 전역에 160개 이상의 점포가 있다. 이온그룹은 2023년부터 107개의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바현의 이온몰은 2024년 9월 27일 재개장했다.

액티브몰은 이온몰 1~3층의 핵심 공간 중 하나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점포를 △그랜드몰 △펫몰 △액티브몰 △역앞 등 4개의 공간으로 분리했는데 이 중 하나다.

액티브몰은 체험 중심의 스포츠 공간이다. 단순 상품 구매가 아닌 스포츠 체험에 중점을 둔 공간이다. 1층에는 러닝 스테이션, 암벽 등반 스튜디오, 3대3 농구장, 사이클링 구역, 자전거 테스트 코스 등이 있다. 이외에도 리듬체조 스쿨, 골프 레슨장, 실내 놀이터 등도 마련됐다.

2층은 주요 브랜드 매장으로 구성됐으며 3층에는 풋살장, 테니스 스쿨, 파쿠르 스쿨(프리 러닝) 등이 있다. 액티브몰 옆으로는 자전거 주차장과 오토바이 주차장도 있다.
이온몰. (사진=이온몰 홈페이지)


그중에서도 관심을 받는 게 있다. 1층의 러닝 스테이션이다. 실내에서 직접 러닝 체험을 할 수 있고 러닝 관련 프로그램도 만들어 방문객들이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러닝 스테이션 내에는 ‘메가스포츠 러닝클럽&러닝교실’ 매장이 있다. 러닝화, 러닝복, 수건 등 러닝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대여해주는 유료 서비스다. 입고 온 옷을 보관할 수 있는 물품함 100개, 러닝 후 씻을 수 있는 샤워룸 8개 등도 갖추고 있다. 이온몰은 “빈손으로 내점해도 모든 러닝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러닝 스테이션뿐만 아니라 지바시 공식 러닝 코스와 인근 지역에서 러닝도 지원한다. 매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 러닝 공간을 넣은 이유는…커뮤니티 만들고 신규 고객 유치이온몰이 러닝 스테이션을 구축한 주된 요인은 △고령화 인구 증가에 따른 건강 관심 확대 △젊은층의 체험 소비 선호 트렌드 △지역 커뮤니티 강화 △가족 단위 고객 확보 등이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고령 인구의 러닝 관심이 늘었다는 점이다. 일본 총무성의 ‘통계로 본 일본 고령자’를 보면 지난 9월 일본 전체 인구 1억2320만 명 가운데 고령자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은 3619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중 고령자 비중은 29.4%로 역대 최고치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2901만 명, 80세 이상이 1289만 명이다. 여성은 2051만 명(여성 인구의 32.4%), 남성은 1568만 명(남성 인구의 26.2%)이다.

일본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노년층의 스포츠 활동은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공식 통계기관인 사사카와 스포츠 재단에 따르면 20세 이상의 러닝인구는 총 758만 명으로 추산된다. 남성은 40대 비중(18.2%)이 가장 높고, 50대도 12.6%로 나타났다. 60대와 70대 러닝 비율도 2000년대 2%에서 2024년 5% 이상으로 확대됐다. 여성 역시 40대(5.1%) 비중이 가장 높았고 러닝 인구수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보다 실시율이 증가한 것은 60대, 70대 이상으로 집계됐다.

젊은층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체험형’으로 변화했다. 일본 소비자청은 일본 젊은 세대에 대해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지만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신중한 소비자”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경험과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른 세대보다 이벤트나 경험 소비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언가 경험할 때 소속감과 더 큰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분석했다. 체험형 소비도 여기에 해당한다. ‘함께 하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대 후반이 약 50%, 20대가 약 40%로 전체 평균(30%)보다 높았다.

체험형 소비는 커뮤니티 형성으로도 이어진다. 스포츠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쇼핑몰에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온몰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우리는 전통적인 상업 시설을 넘어 보안과 행복을 제공하며 보다 풍요로운 생활 방식의 미래를 구상하면서 커뮤니티 허브로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온그룹의 부동산투자 회사 이온리츠 역시 지역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점포 개발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 확보도 가능하다. 제품 구매, 외식, 문화·스포츠·레저, 놀이 등을 한 공간 만들어 고객이 오랜 시간 머물며 즐길 수 있어서다. 러닝 스페이스에서는 ‘운동 → 샤워 → 식사 → 쇼핑’ 코스를 통해 3~4시간 이상 체류가 가능하다. 자녀 고객과 부모 고객에 맞는 운동을 찾아 별도 체험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아이는 실내 놀이터를 이용할 때 부모 고객은 암벽 등반이나 사이클, 러닝 등을 이용하면 된다. 이를 통해 이온몰은 주말 가족 단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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