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많은 기업에서 바쁘게 준비하는 감정평가 분야가 있다. 바로 ‘자산재평가’다.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결산을 앞두고 장부가액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치의 변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기업에서 자산재평가를 진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업이 보유한 자산, 특히 부동산 가액의 액수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변동한 현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여 재무상태를 현실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렇다면 재무상태를 현재 시점으로 재정비하는 작업, 즉 자산재평가를 통해 기업이 얻는 현실적인 이익은 무엇일까? 자산재평가가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 때문이다.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부동산 장부가액은 취득 당시의 금액으로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가치가 상승했음에도 장부가액은 그대로라면 당연히 실제 기업의 재무상태가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때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동산을 시가에 맞게 반영하면 자산총계가 증가하며 따라서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산이 50억원이고 부채가 35억원인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의 부채비율은 70%다. 하지만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이 70억원으로 현실화하면 해당 기업의 부채비율은 50%로 떨어진다.
부채비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신용도는 높아지고 신용등급 또한 개선될 수 있다. 이 효과는 단순한 장부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무소에 자산재평가를 의뢰한 중소기업 대표님은 코로나 기간 동안 매출이 감소한 여파로 은행에서 기존 대출 연장을 거부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러나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자 대출 연장뿐만 아니라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추가 대출을 받을 수가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재평가는 장기적 재무전략이면서도 즉각적인 금융효과까지 가져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가액이 과거보다 하락한 경우라면 자산재평가는 유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과거의 특정시점의 기업의 자산가치와 현시점에서 재평가 시 예상되는 자산가치를 비교하여 자산재평가의 이익을 검토하는 것이 현명하다.
즉 자산재평가의 이익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기업 관리전략의 일환으로 연말마다 한 번씩 거치면 좋은 과정이다. 많은 기업이 결산일 기준으로 2~3년 주기로 자산재평가를 진행한다.
일정한 주기 내 부동산을 재평가하는 경우 적용되는 감정평가 수수료 할인 규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동일한 부동산에 대하여 6개월 이내 재평가 시 감정평가 수수료는 정상수수료 대비 50%, 1년 이내 30%, 2년 이내 10% 할인 규정이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재무구조를 점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산재평가는 기업만 활용하는 제도는 아니다. 일반인에게도 재감정은 중요한 권리 보호 수단이 되는데 이혼소송의 재산분할, 상속재산분할, 유류분반환청구,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의 매도청구소송 등 각종 분쟁에서도 재감정을 통해 부동산 가치의 변동 등을 유용하게 주장할 수 있다.
한편 기업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자산재평가나 일반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재감정(재평가)는 일반적인 감정평가에 비해 훨씬 섬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평가와의 차이점 및 변화된 시장 상황 내지 외부환경을 특정 부동산 가액에 투영시키기 위해 어떤 부분이 새롭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와 논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분야별 전문성이 요구되며 보상·정비사업·자산재평가·이혼·상속·부당익득반환 등 감정평가의 영역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다르다. 유사 사건 처리 경험이 많은 감정인일수록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필요한 조정을 더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