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관계론 ②] 대학친구가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권혁중 대학생 기자] 인간이 맺는 여러 가지의 관계 중, ‘친구 관계’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갑자기 고민이 생겼을 때 혹은, 그냥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누구든 자신의 감정을 공유할 친구가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을 것이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친구의 존재는 중요하다.
혹시 이런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초중고등학교(이하 초중고) 때 만난 친구인가 아니면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인가? 질문을 바꿔보면, 초중고 시절 친구와 대학교 시절 친구 중 누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대부분은 초중고에서 만난 친구와 더 많은 공유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있고, 개인의 마음가짐에서 비롯한 것도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의 ‘자유로운 환경’이다. 대학은 굉장히 자유롭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건드리지 않는 곳이 대학이다. 수업에 가지 않아도, 과제를 내지 않아도 상관없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친구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매일매일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


아침 7시에 일어나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한 뒤, 조례를 하고, 수업을 듣고, 모두 끝난 후에는 청소를 하고, 종례를 한 뒤 하교하는 일상. 이것이 우리가 대학에 오기 전 까지 보냈던 나날이다. 이런 지루한 일상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후 매점에 가거나,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면서 우리는 지루한 일상을 견뎠다. 따라서 이러한 삶은 반 친구들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대학의 환경은 사뭇 다르다. 같은 과 친구라 하더라도 시간표가 매우 다를 수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한다. 심지어 한 학기 내내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소위 ‘아싸’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용인대생 H씨(23)는 “초중고 친구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항상 같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대학친구의 경우에는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시간표도 달라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담임선생님의 부재

△ tvn 화면 캡처

초중고와 대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담임선생님’이다. 입시뿐만 아니라 성숙한 인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담임선생님이 대학에는 없다. 수업을 가든 안가든, 취업을 하든 안하든 대부분의 교수님은 간섭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담임선생님의 부재가 친구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초중고 시절을 생각해보면, 친구와 다퉜을 때 항상 담임선생님께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항상 객관적인 위치에서 학생들을 중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대학에는 싸움의 원인을 밝히고, 서로를 화해시키는 중재자가 없다. 교수님이 담임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친구들이 관계를 해결해주기에는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나 많다.
따라서 대학친구의 경우에는 쉽게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작은 오해로 인해 다투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지 못해 관계가 깨지는 것이다. 건국대생 K씨(23)는 “초중고 시절에는 친구들이 서로 싸워도 담임선생님 덕분에 쉽게 화해했다.”며 대학친구의 경우에는 “대학친구들이 싸웠을 때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기 쉽지 않았다. 자연스레 마음 가는 친구의 편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은 ‘사회’대학은 어떠한 공간일까? 심오한 학문의 길을 걷기 위해 진학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취업을 위해 오는 곳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생이 취업이라는 문턱 앞에 서있다. 이는 자연스레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한다. 학점이 높고, 많은 활동을 한 학생들이 취업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이들은 취업준비라는 마라톤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대학의 환경은 학생들의 친구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선 학점에 예민한 만큼 필기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이 부담스럽다. 건국대생 E씨(23)는 “대학이라는 경쟁 사회 속에서 남이 노력한 결과물을 선뜻 빌려달라고 하기 꺼려진다. 나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할까봐 오히려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이 사회라고 인식되는 요인은 한 가지 더 있다. 대학은 소문이 정말 빠르게 퍼지는 곳이다. 말 한마디 잘못해도 모두가 알게 되는 공간이 대학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아무리 친한 대학친구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만의 비밀이 불특정 다수의 귀에 들어갈 위험을 감수하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숭실대생 J씨(23)는 대학친구에게 말할 때 더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J씨는 “초중고 시절 친구는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말할 때 상대적으로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학이라는 공간은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문이 퍼져나갈 위험이 있어 대학친구에게 마음을 공유하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초중고 친구에 비해 대학친구가 형식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혹자는 대학친구가 더 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친구와 초중고 시절 친구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볼만 하다. J씨는 “대학친구들은 진로나 취미 등의 이유로 초중고 친구에 비해 공유할 점이 더 많다. 그럼에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놀았던 초중고 시절 친구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