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전 청와대비서관 “글쓰기 역량이 그 사람의 역량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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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전 청와대비서관 겸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글쓰기 역량이 바로 그 사람의 역량인 시대가 왔습니다”
리포트·공모전·SNS·자소서…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다. 8년 동안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내고, 베스트셀러까지 써낸 ‘글쓰기 고수’ 강원국 교수에게 이 시대의 생존법을 물었다.


| 강원국 전 청와대비서관 겸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는 글쓰기가 이제는 특기가 아닌 기본 소양이 돼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PROFILE]1962년생서울대 외교학 전공1997년~1999년 대우그룹 회장비서실2000년~2008년 대통령비서실 연설비서관현 전북대 기초교양교육원 (초빙교수)<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저자 글쓰기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써 공무원들과 공유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청와대에 오래 있었던 만큼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책을 통해 공유하라는 뜻이었죠.
하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없어 미루다 나중에 청와대에서 나와 한 출판사에 입사해 다른 사람의 책을 편집하면서 ‘나도 책을 쓸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당시 SNS를 막 시작하며 글을 썼는데 ‘좋아요’가 400~500개씩 달리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죠.
청와대에서 나온 뒤 다시 그 일을 기록한다는 게 어려웠을 듯해요.
신기한 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딸려 나왔어요. 2개월간 휴직계를 내고 집 앞 과천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썼는데, 메모해둔 것은 없었지만 청와대에서의 8년간 기억이 마구 샘솟아 덕분에 책을 냈죠. 최근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문학 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SNS일 거예요. 모두 글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게다가 소통도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말과 글이 중요해진 거예요. 이 시대의 인재상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사람입니다.
회사에 가 보면 공장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말과 글로 일하잖아요. 특히 글은 계속 남기 때문에 훨씬 중요하죠. 업무보고부터 기획안·제안서 만드는 것도 모두 글로 시작해서 글로 끝내잖아요. 즉, 일을 아무리 잘해도 그걸 글로 표현하지 못하면 일을 안 한 게 돼요. 글쓰기 역량이 바로 그 사람의 역량이 되는 셈이죠.


글쓰기가 언제까지 중요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이제는 글쓰기가 특기가 아닌 기본 소양이 돼 가고 있습니다. 3~5년 뒤면 모두 자신의 글을 쓰는 ‘만인 저작의 시대’가 시작될 것입니다. 이미 전자책의 경우에는 글만 있다면 단돈 30만 원이면 책으로 출간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글을 넣으면 30분 만에 책을 제본해주는 기계까지 나왔죠. 책이 이력서나 명함 같은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책을 가지고 있는 시대 말입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되고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글쓰기의 시대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단 하나, 글을 읽는 것입니다. 글쓰기라는 출력은 입력과 비례합니다. 특히 신문을 읽어야 합니다. 신문이야말로 큰 힘 들이지 않고 글쓰기를 준비하는 길입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 동네마다 도서관이 잘 마련돼 있죠. 그런데 다들 도서관에서 공부만 해요.
저도 대학 다닐 때는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애썼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학점이 생각만큼 크게 중요하지 않더군요. 그때 차라리 다양한 책을 읽었으면 훨씬 도움이 됐을 듯해요. 좀 더 시야를 넓게, 멀리 보면서 책도 풍부하게 읽고 친구들과 대화도 많이 하세요.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체로 서서 사세요. 남의 평판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남이 좋다는 길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 되기 바랍니다. 실제로도 여러분은 세상의 중심입니다. 여러분이 죽으면 세상은 없는 거예요. 세상을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끌고 가야지, 남의 판단에 이끌려 남이 시키는 대로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이 좋다는 대로 좇아 살지는 말았으면 해요.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겁니다. 세상의 중심으로 산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죠. 요즘 다들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는데, 이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남이 좋다고 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막상 그 삶을 살아보면 행복하지도 않고, 항상 부족하고 불행할 거예요.
어디에서 일하든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면 어디에서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눈치를 보며 남의 눈높이에 맞춰 사는 건 항상 모자라고 목이 마르고 결과적으로 불행해집니다. 이 점을 잊지 마세요.

[강원국 교수가 조언하는 글 잘 쓰는 세 가지 방법]
1.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자기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하루에 하나 정도 자문자답을 해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구사하는 어휘는 대략 500~600개다. 이 정도 어휘력만 있으면 말할 수 있다. 자문자답을 통해 100개 정도의 자기 어록을 만들 수 있다면 글도 잘 쓸 수 있다.
2. 글을 쓸 ‘재료’가 필요하다. 자기 생각과 밖에 있는 자료가 합쳐진 ‘글감’이 있어야 한다. 가진 재료를 잘 골라내 요약하고 논리적으로 배열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글감을 중요도 순으로 재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3. 글을 잘 고쳐야 한다. 성실하게 계속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오답 체크리스트가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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