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에이블씨엔씨 신입사원 “스위스 치즈를 화장품에 담아보자 제안했죠”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에이블씨엔씨 본사에서 에이블씨엔씨 스위스퓨어팀 상품기획부서의 이지현 신입사원을 만났다. 사진=김기남 기자
이지현 에이블씨엔씨 스위스퓨어팀 상품기획 사원“스위스 치즈를 화장품에 담아보자 제안했죠”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 이지현 씨가 철칙으로 생각하는 문장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립스틱만 20여개에 달한다는 이씨는 대학교 2학년 때 ‘아예 화장품업체에 취업하자’라고 결심한 뒤 본격적으로 관련 대외활동을 섭렵해나갔다. 이씨의 에이블씨엔씨 합격 비결이다.
[PROFILE]이지현1992년생2015년 상명대 경영 졸업2015년 에이블씨엔씨 스위스퓨어팀 상품기획 입사

“대학생 때부터 화장품 마케터나 상품기획자가 되고 싶었어요. 취업 준비할 때도 무조건 화장품 회사에만 지원했죠.”
‘화장품에 죽고 화장품에 사는’ 이지현 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3년간 거의 모든 화장품 브랜드의 대외활동에 도전했다. 이니스프리, 프리메라, 스킨푸드 등 브랜드 소속으로 활동하며 신제품 품평부터 제품 홍보방안 연구, 프로모션 실행도 몸소 체험했다.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의 공모전에 도전해 수상도 했다. 이참에 교내 공모전 동아리에도 가입해 2년간 쉬지 않고 시장동향을 연구했다.
그러자 어느새 업계의 홍보방안이나 트렌드, 이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제품 기획안 등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뷰티 블로그도 운영해 브랜드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발빠르게 사용해보고 분석글을 남겼다. 새로운 화장품의 정보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한 덕에 일일 최대방문자가 3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급기야 업체로부터 협찬제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그런 그가 선택한 곳은 에이블씨엔씨였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방문한 신촌의 미샤 1호점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에이블씨엔씨의 팬이 됐다는 이씨는 지난해 스위스퓨어팀 상품기획부서에 도전장을 냈다. 스위스퓨어는 미샤, 어퓨 등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에이블씨엔씨가 2014년 선보인 자연주의 브랜드다.
15개 매장 발로 뛰어 만든 보고서… 임원들도 좋아했죠
사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한 차례 같은 부서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던 이씨는 당시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기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면접장에서 만난 다른 지원자들은 훨씬 강력했다. 두꺼운 보고서를 들고 등장한 지원자도, 막힘없이 직무지식을 설명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예 졸업을 유예하고 인턴을 시작했어요. 액세서라이즈라는 패션브랜드의 마케팅팀에서 일하며 2030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전략을 익혔죠. 또 어떤 게 필요할까 생각하다가 요즘 갈수록 커지는 중국시장에 대비해 독학으로 HSK 5급을 취득했죠.”

여기에 개성을 살린 ‘나만의 자소서’를 덧입혔다. 이씨의 전략은 '절대 다른 사람의 자소서를 보지 않는 것'. 획일화 된 글 보다는 나만의 경험과 문체를 살린 문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는 서류전형 합격.
면접을 앞두고 또 다른 방도를 찾아 나섰다. 화장품에 대한 열정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어필하고 싶었던 그는 이번엔 매장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스위스퓨어팀에 지원했지만 어퓨의 면접에도 동시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서울권의 15개 어퓨 매장을 일일이 돌았다. 제품과 배치, 홍보방법은 물론 구매자들의 반응까지 옆에서 유심히 살폈다.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스위스퓨어 역시 꼼꼼히 분석했다.
이 경험을 '스위스퓨어 판매전략'이라는 보고서로 정리했다. 보고서 전략 역시 차별화. 같은 시장 트렌드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분석의 콘셉트가 달라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최대한 트렌드를 다른 관점에서 보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소비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다른 업체와 어떤 차이를 둬야 차별화할 수 있을지를 담아냈다.
“1차 면접 때 이 보고서를 들고가서 면접관들에게 보여드렸는데 놀라시더라고요. 직접 발로 뛰었냐고,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느냐고 물으셨죠. 뿌듯했죠. 더 기뻤던 건, 다음 단계인 2차 임원면접 때 면접관으로 오신 임원 분들 손에도 제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는 거예요.”
면접 때 스위스퓨어의 신제품 아이디어도 냈다. 콘셉트는 '스위스의 맛'이었다. 스위스퓨어는 현지의 자연을 담는다는 의미로 스위스와 관련된 원료를 제품에 꼭 한 개씩 추가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스위스의 대표 먹거리인 치즈나 초콜릿을 활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열정을 바탕으로 단숨에 모든 전형을 통과했을 것 같은 이씨지만, 역시 어려웠던 전형은 있었다. 바로 필기시험이다. 에이블씨엔씨는 2차면접 때 필기시험을 실시한다. 이 결과는 2차면접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역사나 시사, 조직생활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출제돼요. 예를 들어 '조직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든가, 역사라면 특정 시대의 유명인물을 제시하고 이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과 그 이유를 설명하는 형태죠. 특별히 준비하기 어려운 시험이다 보니 많이 당황했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 많았던 ‘에덴블레스 보디케어’ 출시기
2015년 10월, 이씨는 드디어 그가 사랑하는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게 됐다. 이씨가 몸담고 있는 상품기획 부서의 핵심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려 소비자에게 맞춤 제품을 제공’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신제품을 연구해야 한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디자인, 구매팀 등 유관부서는 물론 제조업체와도 계속 소통해야 한다. 최대한 기획 그대로의 제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그 중에도 올 5월 10일 출시된 ‘에덴블레스 보디워시로션’ 세트의 곳곳에는 그의 손때가 묻어있다. 특히, ‘로지 불룸’ 향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샘플 향만 해도 총 7개가 필요했다.
“‘장미향’ 제품을 개발해야 했는데, 다 같은 장미향이 아니잖아요. 스위스퓨어의 콘셉트가 건강함과 청정함이라서 달거나 파우더리한 향보다는 최대한 꽃 그대로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조사에 ‘비리지 않은 생장미향’을 요구했는데 아무래도 글자로 제 뜻을 표현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실제 제가 원하는 향이 나오기까지 7번이나 샘플을 주고받아야 했죠. 상품기획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그때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이씨는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대부분 화장품에 관심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쪽은 경쟁자도 많아요. 그중에서 남다른 역량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바로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신입은, 기초부터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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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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