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취업난?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돌파한다!

20대 사회적 기업가 열전

취업 대신 창업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높은 취업 문턱만 바라보느니 내 손으로 나만의 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또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에 기업은 ‘좁은 물’이라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목돈이 없는 대학생 신분이기에 창업 비용이 문제다. 자신의 자질이나 비전과 적합할지도 고민이다.

이런 이들에게 적합한 돌파구가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도와주는 곳이 많다. 일자리 창출 등 공익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성공 사례의 주역이 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작은 관심과 아이디어로 성공의 물꼬를 튼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보자.


공부의 신 www.gongsin.com

강성태 대표(29세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졸업)


베스트셀러 ‘공부의 신’의 저자, MBC 예능 프로그램 ‘공부의 제왕’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 바로 공신닷컴의 강성태 대표다. 그가 언제 사회적 기업을 세웠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공신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서울형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어요. 오프라인에서는 저소득층 멘토링 사업을 하고 있고요.”

기자는 그가 지금쯤 대학을 졸업하고 잘나가는 ‘회사원’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 대표도 처음부터 지금의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자동차 조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교육 봉사활동을 통해서 얻은 노하우를 많은 학생에게 알리지 않으면 아까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동생이 받은 장학금을 가지고 공신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이 사이트는 매체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강 대표는 2년 동안 휴학을 하고 책 집필, 강연, TV 프로그램 출연 등을 반복했다. 그 사이 마음속에 하나의 꿈이 자라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그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대한민국 모든 학생에게 멘토 한 명씩을 만들어 주자’라는 비전이 생겼죠. 꿈이 생기니까 엄청 신났어요.”

대학 시절에 이미 ‘공신’은 하나의 브랜드가 돼 있었다. 좀 더 빠르고 쉽게 돈을 버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사회적 기업’ 설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전을 이루는 데 가장 적합한 형태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티치 포 아메리카’라고 해서 대학생이 시작한 건데 아이비리그의 11% 학생들이 선생으로 지원을 하죠.”

그는 현재 공신닷컴과 강연, 책 발간 등을 통해서 수익을 내고 이 중 일부를 저소득층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쓰고 있다. ‘공부의 신’ 직원은 총 6명. 올해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도 주고 사회도 바꿀 수 있는 일에 투자하고 싶어요. 20대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키고 싶어요.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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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트인 goodbroker.tistory.com / 트위터 @Goodbroker

공동대표 : 정천식(25세 / 경희대 정치외교학 3)·김주영(24세 / 경희대 생물학 3)·나혜란(25세 / 홍익대 광고디자인 4)


생판 모르던 3명이 뭉쳤다. ‘뭔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희망제작소 희망별동대에 모인 정천식, 김주영, 나혜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농활에 참여하면서 왜 농민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생활이 어려울까를 고민했거든요. 문제는 있는데 풀지는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내 손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두드렸죠.”


이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살았지만 ‘농촌’에 공통된 관심을 보였다. 정천식 대표는 식량과 자원의 재분배에 관심이 많았고 김주영 대표와 나혜란 대표 역시 농촌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농촌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사람과 아이디어가 모이다 보니 서서히 방향이 잡혀나갔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해봤어요. 농촌에서 월드컵 응원을 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고 유기농 단호박을 트럭에서 팔기도 했어요. 그런데 농민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판로 문제더라고요. 중간 상인을 통해서 유통을 하다 보면 가격이 올라가는데 정작 농민들은 가격 결정권이 없어요. 그래서 직접 1차 농산물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유통 단계를 간소화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느 농산물을 판매할지도 고민이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농산물을 파는 곳이 많고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곳도 많았다. 빛트인이 생각한 블루오션은 바로 ‘못난이 농산물’이었다.

“농민 입장에서는 똑같이 공을 들여 키웠는데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못난이 농산물이 있어요. 친환경으로 키우다 보면 벌레를 먹기도 하고요. 맛은 다르지 않은데 단지 조금 흠이 있을 뿐이에요.

이런 것들이 경매로 넘어가면 상품의 반 가격도 못 받고 가공 공장으로 가면 10분의 1 가격으로 넘어간대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단 예쁜 것만 선호하잖아요. 소비자가 모르는 얘기를 같이 공유하고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싶었어요.”

빛트인은 판매와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농산물을 촬영해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올리고 소비자에게 주문을 받는 것이다. 매출액이 100이라고 하면 그중 20% 내외의 수수료를 제하고 나머지는 농민에게 돌려준다고 한다.

“농민과 직접 소비자 가격을 정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 1차 생산자에게는 발언권이 없거든요. 자신이 만든 농산물에 대해 직접 가격 산정을 하고 좀 더 제값을 받을 수 있게 한 거죠. 유통 과정을 줄이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좀 더 싼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 있고요.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셈이죠.”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 피해로 생긴 못난이 사과 200박스를 판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지금은 못난이 사과뿐 아니라 친환경 농산물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아직 세 대표 모두 대학생이라는 것. 학교생활과 일을 병행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지난 2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예요. 학기 중에는 하루 4~5시간 자면서 일하고 지금은 방학이라서 매일 출근하고 있어요. 주말엔 보통 농가에 내려가고 있고요. 힘들긴 한데 재밌어요.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대학 3, 4학년이면 친구들 대다수가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다. 이들의 행보에 주변에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지 궁금했다.

“반반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부럽다는 반응도 있고, 그래도 취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는 의견도 있어요. 그럼 물어봐요. ‘넌 취직하면 재밌어? 네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야?’라고요. 아직은 젊잖아요. 단순히 취직이 문제가 아니라 평생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직접 부딪치면서 일하기 때문에 단단한 토대가 될 거라고 봐요.”

빛트인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수익 문제를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하필 사회적 기업을 택했을까.

“물론 유통 회사에 취직하는 길도 있어요. 그런데 회사는 영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취업을 하면 초기의 취지 자체가 무너지겠죠. 취업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부모 등쌀에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이런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사진제공 빛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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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 www.delightproject.co.kr

공동대표 : 김정현(26세 / 가톨릭대 경영 4)·원준호(26세 / 연세대 경영 3)·김남욱(24세 / 카이스트 경영과학 3)


‘보청기’라는 아이템으로 월 매출 1억 원의 실적을 올리는 곳이 있다. 대학생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보청기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다.

직원 수는 상근직 10명과 비상근직 10명을 포함해 20여 명. 이들의 소식을 접한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이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익을 추구하다 보면 수익을 놓치기 쉬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을까.

“매출이 커야 사회적 기업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최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하고 2년 동안 전 세계 시장을 조사했어요. 원가 절감과 보청기의 표준화, 그리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서 지금의 단계에 이른 거죠.”

일대일 맞춤식으로 제작되는 보청기는 보통200만 원을 웃돈다. 이들은 한국인의 귀 모양을 표준화하는 특허 기술을 발명해 보청기 단가를 34만 원까지 낮췄다.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보청기를 온라인 시장으로 옮긴 것은 그야말로 ‘아이디어’였다.

처음엔 김정현 대표가 단독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회적 기업, 보청기 사업에 매력을 느낀 나머지 2명의 대표가 합류함으로써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추었고, 지난해 9월 첫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김남욱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지구상에서 남을 높이면서 자신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그의 어머니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듣지 못하는 어려움을 공감했고 자신이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청기 사업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한다.

딜라이트는 지난해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들은 사회적 기업을 하는 이유가 간단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기에 청년들이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와 적정한 기술, 그리고 청년만의 혁신 정신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지만 꿈이 있고 능력이 있다면 직접 사장이 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창업을 할 때는 ‘스펙’이 필요 없답니다.”

“보청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회나 정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3명의 대표. 그들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했다.

“2월 중순부터 인턴사원을 모집할 예정이에요. 사회적 기업에 관심 있다면 지원하세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 사회적 기업이란? ★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 창출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일반적인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나,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고용노동부 또는 각 지자체의 사회적 기업 혹은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건비 지원’이다. 현재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딜라이트’의 경우 월 80만 원씩 직원 3명분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정부의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소셜 벤처(Social Venture)라는 타이틀로 일할 수 있다. 소셜 벤처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창업 초기 단계의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을 말한다.

설립 기준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과 형태를 통해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소셜 벤처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 ‘소셜 벤처 경연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수상을 하면 포상과 함께 초기사업 지원비가 주어진다.

★ 사회적 기업, 어떻게 만들까 ★

1. 비전을 같이할 사람을 찾을 것. 인터뷰한 사회적 기업 세 곳도 모두 팀을 꾸린 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커뮤니티, 각종 세미나 등에 참여하며 동료를 만들자.

2. 창업 동아리에 가입할 것. 뜻을 같이할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동아리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3. 각종 지원 제도를 노릴 것. ‘중소기업청’과 ‘고용노동부’를 최대한 활용하면 각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일대일 상담을 통해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창업진흥원’에서 창업 자금을 빌릴 수도 있다. 학교의 ‘창업 보육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관련 공모전, 대회에 참가할 것. 인터넷에서 각종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찾아볼 수 있다.

5.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활용할 것. ‘하자센터’ ‘함께일하는센터’ ‘희망제작소’ ‘사단법인 씨즈’ 등에서 관련 교육 및 지원을 하고 있다.

6. 무엇보다 ‘일하고 싶은 분야’를 찾을 것. 인터뷰에 응한 사회적 기업가는 모두 ‘교육’ ‘농촌’ ‘노인’ 등으로 분야가 명확했다. 평소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풀어가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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