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응급실에서 하룻밤 잤을 뿐인데 170만 원을 내라고?

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Extra!

콜롬비아 대학에서 tuition bill등록금 고지서를 처음 받았을 때 medical insurance의료보험 명목으로 한 학기당 약 600달러를 청구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 등록금을 담당하는 사무실에 찾아가 의료보험이 필요 없으니 청구한 것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의료보험 없이 학교에 등록하는 것은 불가한데 개인보험으로 substitute대체할 수는 있다고 했다. 물론 개인보험을 드는 것은 더 비싸기에 투쟁을 그만두었고, 1학점당 1200달러나 하는 등록금에 비하면 의료보험이 나름대로 reasonable price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건강히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밸런타인데이가 며칠 지난 후라 무적의 솔로부대원들이 모여 다양한 술을 섞어 마셨다. 사실 나이가 들어서 편입을 했기 때문에 술자리에 자주 participate참석하는 편은 아니지만 밸런타인데이와 같이 spiritual leader정신적인 지주가 필요할 때는 곧잘 불려가곤 했다.

그날도 ‘너희는 멋진 놈들이다’는 passionate lecture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열심히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난 후 부대원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뒤로한 채 택시에 올라탔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집 바로 앞에서 내렸다. 잠시 집에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불같이 뜨거웠던 지난 연애사를 reminisce추억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누군가 내 팔을 세게 잡아당기는 힘에 이끌려 눈을 떴다. 같은 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앉아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났나보다. 택시가 서 있던 자리에는 ambulance구급차가 있었고 힘 좋게 생긴 구급차요원 두 명이 나를 일으켜 구급차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번뜩 정신이 들어서 “Don’t take me. I live here(날 데려가지 마. 나 여기 살아)”라고 말하며 집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질질 끌려서 구급차에 타게 됐다. 그 안에서 “I want to go home(집에 가고 싶어)”이라고 징징거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내가 사는 거리에서 직진으로 100m 남짓 가면 general hospital종합병원이 있다. 그곳 응급실에 실려간 후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주변에는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환자들이 있었고 doctor의사와 nurse간호사들은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내게 와서 말을 걸지 않았다.

그때 ‘어서 빨리 이곳을 escape탈출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가깝고 잠만 자고 간 것이나 다름없으니 별다른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동태를 한번 살펴보기로 결심했다.

곧 나를 의식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침대 옆에 놓여 있던 내 옷으로 갈아입은 후 sneak out슬금슬금 빠져나와서 냅다 집으로 도망쳤다. 집에 도착해서는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는 쾌감을 잠시 느끼고서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틀 후 약 170만 원을 내라는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병원에 실려갔을 당시 이미 내 지갑에 있던 학생증을 꺼내서 background check신원조회를 해 환자로 등록했던 것이다. 괜히 도망쳤고 괜히 좋아했던 셈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구급차 사용료가 가장 비쌌다는 점이다. 그것이 약 100만 원을 차지했고 약값이 20만 원 정도였으며 나머지는 입원비와 진찰료였다. 100m를 구급차 타고 달려온 것을 가지고 100만 원이나 내라고 하니 화가 치밀어올랐다. 구급차 회사에 전화를 걸어 overcharge과다 청구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더니 상담직원이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말 부당하게 청구됐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보험이 없는 다른 한국인 친구는 배가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하루 입원해 검사를 받고 나서 stomachache배탈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7000달러를 청구했다고 한다. 미국인 친구들도 응급실에 하루 입원하고 1700달러를 내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했다.

청구서를 받고 한 달 동안 시름시름 앓은 후 병원과 흥정을 하려고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자 대뜸 보험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보험번호를 제시하자 곧이어 보험사에서 80%를 내주는 condition조건으로 새로운 청구서가 날아왔다. 내가 내야 할 돈은 현격히 줄어들었지만 병원은 받을 돈을 다 받은 셈이다.

서비스는 같아도 어느 나라에서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뉴욕에서 술 마실 때는 무조건 집에서 마시는 habit습관이 들었다. 두 번 다시 병원에서 포도당 주사로 chase a hangover해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Vocabulary

tuition bill 등록금 고지서

tuition statement 라고도 한다. 하지만 전기, 핸드폰, 가스 등의 요금 고지서는 bill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medical insurance 의료보험

‘의료보험’은 health insurance라고도 한다. 직역을 하면 ‘건강보험’이다.

substitute 대체하다, 대신하다

미국에서는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임시로 다른 선생님이 와서 수업을 가르친다. 이때 대신해서 오는 선생님을 substitute teacher라고 한다.

reasonable price 합리적인 가격

reason은 ‘이유’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reason+able은 ‘이유+~할 수 있는’이 돼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합리적인’이 되는 것이다.

participate 참석하다

‘참석하다’라는 동사를 ‘참석’이라는 명사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participation이다.

spiritual leader 정신적인 지주

spiritual은 ‘영적인, 종교적인’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spiritual leader는 일 대 일의 리더십보다는 일 대 다수의 리더십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passionate lecture 열정적인 강의

passionate라는 형용사는 몰두한 상태를 표현하고자 할 때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면 passionate kiss, passionate work, passionate relationship 등이 있다.

reminisce 추억하다

이와 비슷한 단어는 recall, recollect, retrospect 등이다. 지난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기에 ‘re-’가 앞에 붙는 것이다.

ambulance 구급차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가면 맨 처음 가는 곳이 emergency room(응급실)이다.

general hospital 종합병원

한국에서는 건물 상가에 작은 병원들이 많은데, 그런 소규모 병원은 clinic 또는 doctor’s office라고 부른다.

doctor 의사

미국에서는 박사학위 소지자들도 doctor라고 부른다.

nurse 간호사

nurse가 동사로 사용되면 ‘보살피다, 돌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escape 탈출하다

이 단어는 ‘탈출’이라는 명사로도 사용된다. an escape from reality(현실로부터 탈출)와 같이 말이다.

sneak out 슬금슬금 빠져나오다

빠져나오는 것 말고 몰래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답은 sneak in이다.

background check 신원조회

‘미국에서 술집이나 클럽을 갈 때, 또는 담배나 술을 살 때 연령을 확인해보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어려 보이면). 그때는 I.D. check를 하는 것이다. I.D.는 identification(신분증)의 줄임말이다.

overcharge 과다 청구하다

‘과다 청구하다’가 있다면 ‘과다 지불하다’도 있을 것이다. 돈을 과하게 내는 것은 무엇이라고 할까? 정답은 overpay다. I overpaid my friend는 ‘내 친구한테 돈을 더 줬어’라는 의미다.

stomachache 배탈

ache는 ‘아픔’을 뜻한다. 사랑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은 heartache라고 한다.

condition 조건

‘조건부 사랑’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정답은 conditional love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사랑, 모든 것을 다 주는 사랑’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정답은 unconditional love다.

habit 습관

bad habit은 good habit보다 눈에 띄기 쉽다.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보자.

chase a hangover 해장하다

hangover는 술 먹은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몸이 안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 증상을 chase (쫓아내다)하는 것을 일컬어 ‘해장하다’라고 한다.


이유진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뉴욕에서 태어나 콜롬비아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언어학을 부전공. 20대 초반 공대를 거쳐 의대로 진학했다가

결국 인문학을 택하는 여정을 겪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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