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들어는 봤나?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

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시장을 쪼개어 사면서 위험도 쪼개는 적립식 투자

지난 시간에 인덱스 펀드의 강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투자 대상을 ‘인덱스 펀드’로 좁혀버리면 펀드 고르기의 번거로움이 생략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어떤 펀드를 골라야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릴까’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는 것이죠.

그런데요, 펀드 투자를 시작하면 귀가 아프도록 자주 듣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적립식 펀드’라는 용어입니다. 이미 20대 여러분도 적립식 펀드라는 용어를 정기적금 못지않게 자주 들어봤을 것 같네요. 오늘은 이 ‘적립식 펀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실체는 무엇이고,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는지 심도 있게 파고들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시작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관행상 널리 쓰이고 있는 ‘적립식 펀드’라는 단어에 대한 것인데요, 엄밀히 말해 ‘적립식 펀드’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입니다.

‘적립식’이라는 것은 일정 기간 자금을 쪼개어 넣는 투자 방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적립식 펀드라는 상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뭐든 적립식 (투자)펀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사용상의 편리함 때문에 ‘적립식 펀드’를 고유명사처럼 사용합니다. 그래서 다수의 투자자는 적립식 펀드라고 하면 매월 일정액을 투자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죠. 하지만 적립식 펀드라고 매달 일정액을 꼭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펀드를 골라 매주 혹은 3개월마다 나눠 투자하고, 자금 규모도 조절하면서 적립한다면 모두 넓은 의미의 ‘적립식 펀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한편 자금을 쪼개어 적립하는 것과 달리 한 방에 목돈을 넣고 향후 수익률 움직임을 바라보는 경우 이것을 ‘거치식 펀드’라고 부릅니다. 최근 다수의 전문가가 거치식 투자가 좋으냐 적립식 투자가 좋으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이 부분도 곧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적립식 투자(펀드)의 가장 큰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적립식 투자의 강점은 바로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 Cost Averaging)’이라고 불리는 ‘평균투자 효과’ 또는 ‘평균 매입단가 하락 효과’입니다. 자금을 쪼개어 펀드에 투자할 경우 시간이 갈수록 펀드가 사 모은 주식들의 평균 매수단가(비용)가 점점 낮아진다는 뜻이죠.

가령 한 번에 펀드에 1000만 원을 넣고 향후 주가 등락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100만 원씩 10번에 나눠 적립하면 주가가 오를 때는 주식을 조금 매수하지만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평균적으로 매입 단가가 하락한다는 것이죠. 비쌀 때는 적게 사고 쌀 때는 많이 사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주식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자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균 매입단가 하락 효과’를 위해서는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바로 장기로 갈수록 주가는 결국 우 상향하는 상승세를 나타낸다는 가정입니다. 가령 대한민국 증시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할 때 단기적으로는 상승과 하락을 거듭한다고 하더라도 큰 그림을 보면 추세적인 상승을 보여야 합니다.

만약 추세적인 하락을 보이거나 수십 년간 장기 박스권에 갇혀버리면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의 효과는 사라집니다. 분명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중장기적으로) 우 상향의 모습을 그려줘야 이 평균 매입단가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죠.


혹시 “적립식 펀드는 가입 시점이 아니라 환매 시점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봤나요? 적립식 투자의 본질을 단적으로 드러낸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돈을 쪼개어 넣기 때문에 가입 시점의 주가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환매 시점의 주가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머릿속에 넣어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세간에선 적립식 투자가 더 좋은지, 거치식 투자가 더 좋은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어떤 대응이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적립식과 거치식 투자가 유리한 상황이 각각 존재하지만 확률적 측면에서 보면 적립식의 장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위 그림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증시가 한 방향으로 쭉 상승한다고 할게요. 이때는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기다리는 거치식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적립식의 평균투자 효과는 등락을 반복한 후 장기적으로 올라야 극대화되는데 이처럼 증시가 한 방향으로 올라버리면 비싼 주식을 조금 사는 효과만 존재하고 싼 주식을 많이 사 모으는 과정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과거 2004~2007년처럼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을 기록했을 때는 적립식 펀드가 거치식 펀드 수익률의 절반도 안 됐었죠.

하지만 2~4번 그림과 같은 시황에서는 적립식 펀드가 월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4번과 같은 폭락장에서는 1000만 원이란 목돈을 넣고 기다리는 경우 낙폭을 고스란히 적용받지만 100만 원씩 10번으로 쪼개어 1000만 원을 적립하면 같은 100만 원으로 사 모을 수 있는 주식이 많아져 손실은 크게 줄어듭니다.

3번 그림도 비슷합니다. 주가가 하락한 후 반등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인데요, 거치식의 경우 수익률은 그대로지만 적립식의 경우 평균투자 효과를 통해 매수단가가 낮아지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됐던 지난 2008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상황도 비슷합니다. 거치식에 비해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이 월등하게 좋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많이 사 모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적립식 펀드의 숨은 강점은 단기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투자를 가능케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20대 여러분에게는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따라붙는 과정에서 경제 공부를 할 수 있고 투자 안목을 넓혀주는 보너스도 제공할 것입니다. 저 역시 ‘적립식 투자’ 예찬론자입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적은 금액이라도 국내 증시 인덱스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해보세요.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매주 월요일마다 1만 원씩 투자해도 됩니다. 수익률뿐 아니라 주식시장이라는 ‘유기체’를 이해하는 데 아주 좋은 수단이 될 것입니다.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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