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 “좋아하는 일은 힘들지 않아요.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며 한길만 걸었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송미림 씨

‘카지노 딜러’… 널리 알려진 직업은 아니다. 혹자는 영화 속 ‘라스베이거스’ 모습을 연상할 것이다. 지난 2005년 방송됐던 SBS드라마 ‘올인’의 송혜교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여기 그 꿈을 위해 6년을 달려온 소녀가 있다. 고교 시절 카지노 딜러에 매료된 후 오로지 한 곳만을 바라본 송미림 씨다.

그는 전주에서 제주로, 다시 서울로, 카지노를 배우기 위해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학과 선택, 아르바이트, 과외 활동 등은 모두 서비스업과 관계된 것이었다. 그 노력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공채 합격으로 이어졌다. 무려 800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이었다.


지금부터 역동적인 카지노 세계와 닮아 있는 그의 열정을 만나보자. ‘카지노’를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최근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 가수를 떠올린다면 그 이름은 사행산업이다.

또 싱가포르 경제가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 덕분에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관광상품이다. 송미림 씨는 고교 시절, 카지노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자 외화를 벌어들이는 자원으로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지인을 통해 우연히 카지노 딜러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관심이 생겨서 서적도 읽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는데 좋은 것만 보이더라고요. 흥미진진한 분위기가 남달라 보였어요.”

이미 친오빠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틈틈이 일을 도와주며 서비스업의 매력을 발견하던 때였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일찍 정했다.

“대학을 선택할 때도 망설이지 않았어요. 서비스 관련 학과 여러 곳에 수시 지원을 했는데 카지노경영학과에 합격한 거예요. 다른 곳은 바로 포기했죠.”

대학은 제주도에 있었다. 그 당시 송 씨가 살던 곳은 전라북도 전주. 꿈을 향해 전주에서 제주로 나홀로 항해를 시작했다. 대학 신입생이 된 후에는 관련 동아리부터 들어갔다.

“남들보다 빨리 칩스를 만질 수 있었어요. 게임의 공식이나 룰도 하나씩 알아갔고요. 선후배끼리 즐겁게 게임하면서 더 빨리 배웠어요.”

일찍이 손에 익힌 감각은 헛되지 않았다. 실제로 카지노 딜러에 합격하면 칩스를 잡는 방법부터 배운다. ‘스태킹’이라 하여 10초 후반대 안에 칩스 100개를 줍는 훈련을 한다. 처음엔 1분을 넘기기가 일쑤다. 송 씨는 이미 경험이 있어 이 작업을 조금 더 빨리 마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카지노업에 대한 다양한 수업과 교수진의 실무 경험을 많이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송 씨가 자기소개서에 강조했던 점도 오래전부터 카지노 딜러를 꿈꿔왔고, 학과 선택이며 과외 활동 모두 관련된 것들만 했다는 것이다.

“대학에 다니면서 계속 주말에는 제주도에 있는 카지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딜러는 아니니까 식음료팀에서 일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날에는 밤새 일한 적도 많았어요. 일요일을 꼬박 새고 아침에 바로 학교에 가는 게 제일 힘들었죠. 그래도 직접 보고 부딪치면서 배워야 할 것 같았어요.”


하루 4시간씩 자며 ‘딜러’에 대한 의지 불태워

그는 ‘미스 제주 진’ 출신이다. 이 또한 서비스업을 할 때 유리한 경력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진으로 당선된 비결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남들보다 긴장을 덜 했던 것 같아요. 무대 워킹이나 장기 자랑도 즐긴다는 생각으로 했고요. 제가 무대 체질인 건가요?(웃음) 확실히 대회나 면접을 볼 때 걱정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결과가 안 좋으면 ‘내 길이 아니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아요.”

배포가 좋은 것이다. 카지노 딜러 시험을 볼 때도 경쟁이 치열한 서울권으로는 엄두를 못 내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송 씨는 가고 싶은 곳 딱 한 군데에만 원서를 넣었다. 면접에서도 최대한 당당하게 말했다.

“카지노 딜러를 하려면 외국어를 최소 한 가지는 잘해야 해요. 저는 일본어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외국어 점수가 낮은 편이었어요. 역시나 면접 때 공격을 많이 받았죠. 그래도 외국어가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어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요.”

타고난 외모와 당찬 성격만 가지고 취업문을 뚫었다고 한다면 범인의 입장에선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경험과 배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에게는 무엇보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두세 개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대학 때도 아침마다 헬스를 했는데 여자 걸음으로 두 시간 되는 거리를 매일 한 시간씩 걸어서 다녔어요. 수업 후 일본어 학원에 다녔고 요가나 필라테스도 했고요. 사람들이 국가대표 선수 되려고 하느냐고 놀렸어요.”

카지노 딜러는 3교대로 일을 한다. 그중 밤 10시에서 새벽 6시까지 일하는 나이트 근무는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시간대다. 하지만 이미 체력으로 무장한 송 씨에게는 전혀 힘든 일이 아니다.

취업을 하고서도 배움은 계속됐다. 처음 5개월 교육기간 때, 매일 새벽 6시경에 나와 3시간씩 예습·복습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배우는 데는 시간도 노력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5개월 동안 하루 4시간도 채 못 잔 것 같아요. 연습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또 학원에 갔어요. 기타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원하던 일을 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변화무쌍한 분위기 자체가 좋고 손님들과 같이 즐기면서 게임을 하는 게 재밌어요. 게임 결과도 기다려지고요. 배짱은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배팅이 큰 테이블에 들어가면 알게 모르게 긴장하게 되거든요.”

인터뷰 내내 함께했던 카지노의 또 다른 직원은 카지노 딜러가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3교대로 돌아가는 만큼 자기 생활을 많이 포기해야 하고, 돈과 함께 매너를 잃는 손님까지 웃으면서 받아줘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송 씨에게 서비스란 무엇일까?

“봉사활동을 할 때의 기분과 비슷해요.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도움을 주면서 실제로는 받는 느낌이거든요.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뿌듯함도 느끼고요. 웃으면서 대할 때 상대방이 기분 좋게 반응해주는 게 좋아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