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궁금하다] 훈남도 비호감으로 만드는 문제의 말 한마디는?

면접에서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평소 반듯한 외모와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으로 ‘훈남’이란 칭찬을 듣는 A씨. 서류 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무사통과해 면접 단계에 다다르는 건 그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면접장에만 들어가면 훈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면접관 앞에서 ‘삑사리’를 날리는 비호감이 되고 만다. 토론 면접이나 PT 면접 역시 그에겐 ‘넘사벽’. 면접장을 나와 땅을 쳐봤자 버스는 벌써 떠난 뒤다. 그는 면접장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면접은 입사 시험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배점이 높은 ‘본(本) 게임’이다. 그래서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스터디, 모의 면접 등을 통해 이 고개를 넘으려 애쓴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맞닥뜨리면 준비한 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기 일쑤.

차분하게 시험에 응한다 하더라도 면접관이 원하는 포인트를 맞추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거의 다 오른 산을 뒤돌아 내려와야 하는 아픔에 오늘도 수많은 이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면접을 잘 보는 왕도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어떤 차이가 통과 또는 탈락을 결정할까. 면접에서 해야 할 말은 무엇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무엇일까. 말의 내용이 중요할까, 태도나 겉모습이 중요할까. 면접과 말, 그 오묘한 메커니즘을 파헤쳐 숨어 있는 왕도를 찾아보자.


열 스펙 누르는 지원자의 말 한마디는?

면접은 지원자가 기업의 일원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을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면접관이 보기에 지원자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합격, 그렇지 않으면 탈락이다. 따라서 면접관에게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고, 그 역량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원자는 자신의 말하기 능력, 표현력,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이는 이미지를 두루 점검해야 한다.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작은 말실수 하나가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고, 마음을 사로잡는 말 한마디가 내로라하는 스펙을 누를 수도 있다. 그만큼 면접에선 말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첫손에 꼽는 ‘해야 할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이다. ‘취업면접비법’의 저자 김준영 씨는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영 아트스피치연구원 부원장도 “지원한 직무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요즘 기업들은 경력사원 같은 신입을 원하는 만큼,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근거가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면접관은 경험이나 지식에 근거한 말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이유나 근거를 대라”고 말했다.

가령 해외 영업을 주로 하는 기업에 지원한 B씨가 면접관에게서 “외국인 바이어를 어떻게 대할 건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외국인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은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B씨는 말하지 않았다. 핵심만 전달하고, 다음 질문이 주어지길 기다린 것. 김치성 대표는 “이 경우 단문으로 답변을 끝낼 게 아니라, 그 생각의 이유를 말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에 근거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코트라 2010 글로벌 채용 박람회 상담회 사진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사귄 해리슨이라는 친구와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그가 아플 때 밤샘 간호를 통해 전해진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해외 업무를 수행할 때 정확한 언어 사용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에선 언어의 연금술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것보다, 진심에서 나오는 설득력과 진실성이 중요하다.

두루뭉술·얼버무리기 ‘최악 점수감’

사실 실전에서 더 중요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이다. 평소 자신의 말하기 버릇과 비슷한 게 있다면 하루 빨리 고쳐야 취업 고지를 돌파할 수 있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꼽는 ‘면접관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심 없이 두루뭉술하거나 추상적인 말이다. 끝을 얼버무리는 말버릇도 나쁜 인상을 주긴 마찬가지.

김치성 대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내용, 흐지부지 핵심을 흐리는 버릇, 손에 잡히지 않는 표현 등은 최악의 점수를 받는다”면서 “면접에 앞서 자신의 말하기 버릇이 어떤지 점검하고 반복 연습을 통해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씨도 “의미 없는 말이나 좋지 못한 말버릇은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하나 마나 한 당연한 말도 면접관에겐 감점 대상이 된다. 바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다. ‘어떻게’가 빠진 채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도, 변별력도 갖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구체적인 실천안 없이 다짐만 하는 각오는 최악 중에 최악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면접관의 관심은 다른 지원자에게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겠다’라는 표현도 금기어에 속한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잘할 수 있습니다’ 등의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민영 부원장은 “이런 말을 하면 자신이 겸손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 착각”이라면서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애써 알려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이라는 말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코트라 2010 글로벌 채용 박람회 상담회 사진

농담조의 답변을 하거나 흥분해서 반박하는 태도는 감점을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농담을 유머와 혼동해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다. 까마득히 높은 사회 선배와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진지한 자세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자신을 나타내는 눈에 띄는 제스처나 구호는 조심해서 활용해야 한다. IMF 위기 이후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지만 요즘은 이를 반기지 않는 면접관이 더 많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영업 등 저돌적인 자세를 필요로 하는 직무라면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민영 부원장은 “과한 제스처나 구호, 표어가 아니라도 자신감과 패기를 보여줄 방법이 많다”면서 “면접관의 동의 또는 감동을 얻지 못하면 감점 요인이 된다는 걸 명심하라”고 말했다.

도움말 :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김준영 ‘취업면접비법’ 저자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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