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개월 만에 본 궤도... ‘신바람 납니다.’

임지환 바람마을마켓 대표


"좋은 대학에서 신문방송 전공하고, 호주 유학까지 다녀온 멀쩡한 젊은이가 왜 감자 장사를 하고 있나?”

임지환 바람마을마켓(28·windvilmarket.com) 대표가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컬러감자 등 대관령산 농산물을 팔고 있는 그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직원도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건사하고 있으니 애처롭게(?) 보는 시선도 있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2002학번인 그에게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언론사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는 수년 전부터 자신의 사업을 준비해 지금은 월 매출 3000만 원의 알짜 유통업체를 꾸렸다. 창업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그렇다고 대학 전공을 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십분 활용 중이다. 그가 공부한 홍보 마케팅 광고 관련 지식은 사업을 키우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 임 대표의 창업 이야기는 취업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고향에서 나는 컬러감자 ‘나에겐 희망감자’

임 대표는 좀 별난 감자 장사꾼이다. 그가 운영하는 바람마을마켓은 강원도 대관령에서 생산된 컬러감자를 비롯한 청정 농산물을 판매하는 1인 기업이다.

바람마을은 삼양목장과 풍력발전소가 있는 횡계리의 애칭.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해 대관령 고지대에서 생산되고 있는 보라, 빨강, 노랑 세가지 색의 ‘고은빛감자’가 바람마을마켓의 주력상품이다.

현재 고은빛감자는 신지식농업인 103호인 임근성 대관령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생산하고 있는데, 바로 임 대표의 아버지다. 부자(父子)가 컬러감자로 똘똘 뭉친 셈이다.

“2006년 1년 동안 호주에 있을 때 슈퍼마켓에서 황금빛의 골든 포테이토를 처음 봤어요. 일반 감자보다 두배 비싼 가격인데도 잘 팔리는 게 참 인상 깊었어요.

유학 마치고 돌아와 보니, 때마침 아버지께서 일곱가지 종류의 유색 감자를 시험 재배 중이더라구요. 호주에서 본 골든 포테이토가 팍 떠올랐죠.”

임 대표는 색깔마다 서로 다른 건강 기능성을 가진 컬러감자의 상품성에 주목했다. 겉과 속이 모두 보라색인 ‘자영’, 노란빛이 도드라지고 맛이 좋은 ‘하령’, 생식이 가능한 빨간색 감자 ‘홍영’은 저마다 뚜렷한 특장점을 갖고 있다. 항암, 미용 등의 기능성 성분이 최근의 웰빙 트렌드에 잘 맞아떨어진다는 판단도 들었다.

무엇보다, 임 대표의 아버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배에 성공했다는 독점성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임 대표의 아버지는 컬러감자 재배에 3년의 시간을 투자해 지난해 여름에야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일반 감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확률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결국 제품화를 이뤄낸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던 임 대표는 아버지의 컬러감자 대량 생산 성공을 지켜보면서 독자적인 유통채널의 필요성을 느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유통라인을 만들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겠다는 생각이 발단이었다. 판로 개척, 가격 결정 등의 문제를 헤쳐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학교에서 여는 창업스쿨에 참가해 사업성을 타진해보고, 교수님들께도 의견을 물어봤어요. 긍정적인 조언에 힘을 얻었지요. 마침 서울시에서 2030청년창업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지원했습니다. 창업관련 교육과 컨설팅, 사무실, 자금까지 지원해주니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백화점 판로 뚫고 ‘질주’ 중

서울시가 운영하는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자리를 잡고 바람마을마켓의 문을 연 게 지난해 8월. 임 대표는 백화점 납품을 동시에 추진했다. 10월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수도권 전점에서 컬러감자를 팔기로 한 것이다. 독창적인 아이템 하나로 그 어렵다는 백화점 입점을 성사시켰다. 이와 함께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한 ‘벤처농업창업경연대회’에 출품해 장려상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현재 컬러감자는 매일 300팩 이상 팔리고 있다. 일반 감자보다 두 배 가량 비싼 값이지만 단골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요리 전문 파워블로거들이 컬러감자로 만든 요리들을 선보이면서 홍보효과를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 곡선도 뚜렷하게 상승 중이다.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른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만큼 조짐이 좋다. 3월 매출액만 해도 3000만 원선에 달한다. 작년 가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상승했다.

요즘 임 대표는 컬러감자의 종자 격인 씨감자 보급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장삿 속으로만 보자면 대관령의 아버지 농장에서 독점하는 게 이득이지만,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재배 농가가 늘어나야 한다는 게 임 대표 부자의 생각이다.

더불어 감자 비수기에 판매할 말린 시래기 출하로 바쁘다. 지난해 11월부터 무청을 건조하기 시작해 봄 시즌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의 꿈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3년 내 1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작지만 단단한 기업, 대관령 농산물을 모두 취급하는 고향사람들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아버지의 생산품을 아들이 파는 구조이지만, 앞으로는 고향 대관령의 모든 특산물을 취급하는 종합 유통 채널이 될 겁니다. 또 백화점에 이어 3대 할인점에 납품하고 서주(감자술)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서주는 이미 기보에서 5000만 원의 사업개발자금을 지원받아서 착착 진행 중입니다.”


임지환 대표는…

1981년 생. 2010년 2월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6년 호주 어학연수. 2007년 대관령 바람마을 농촌체험마을 기획 및 홈페이지 제작. 2009년 8월 서울시 2030청년창업프로젝트 참가,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입주. ‘바람마을마켓’ 론칭. 2009년 12월 한국벤처농업창업경연대회 장려상. 2010년 3월 월매출 3000만 원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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