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취업·직업의식 대조사

● ‘돈보다 고용안정이 좋아요’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은 삼성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사를 할 때 이들은 고용 안정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희망자들이 바라는 연봉은 2000만~2500만 원 수준이 가장 많았다.

이는 한국경제매거진의 대학생 미디어 ‘캠퍼스 Job & Joy’가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전국의 취업 희망자 500명(남자 250명, 여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간 특별기획 ‘대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입사 희망기업-브랜드 파워 1위 삼성

이번 조사결과 삼성그룹은 전국의 취업 희망자들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을 묻는 질문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전체 설문 대상자 500명 중 112명(21.4%)이 삼성에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삼성그룹을 꼽은 응답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응답자의 비율(26.4%)이 여성 응답자의 비율(16.4%)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삼성그룹 다음으로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응답이 10.0%로 조사됐다. 뒤이어 LG그룹(4.0%), 한국전력공사(3.8%), SK그룹(2.8%), 포스코(2.6%), 현대자동차(2.4%), 한국토지주택공사(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입사 희망 기업을 묻는 질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과거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겠다는 응답이 14.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심각해진 구직난 속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소위 ‘잘나가는’ 직장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그룹의 이미지에 따라 남녀 선호도가 달랐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와 STX,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입사를 희망한 여학생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는 해당 기업의 업무 특성상 남성들을 더 많이 선호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롯데와 금호아시아나, CJ의 경우 여학생 입사 희망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 기업이 ‘친여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여직원비율이 60%를 넘는 대표적인 여초기업으로 이러한 선입견이 기업 선택 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입사 희망직종-전산?IT 업종 강세

구직자들이 취업하고 싶은 업종으로는 전산(IT, 프로그래밍, 웹디자인) 관련 분야가 13.2%(66명)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최근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IT 분야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취업 희망 업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산 분야 다음으로 교육(학교, 학원, 유학, 교육기관) 분야가 11.8%(59명)로 뒤를 이었다. 이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고액연봉을 받는 스타 강사들에 대한 동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어 의료(병원, 약국, 제약회사) 분야가 8.2%로 3위를 차지했으며, 기계(기계, 자동차, 금속, 반도체) 분야가 7.2%로 뒤를 이었다.

취업 희망 업종 조사에서 이색적인 부분은 과거 구직자들의 선호 업종이었던 금융(은행, 증권, 카드, 보험) 분야의 응답률이 5.8%로 저조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일하고 싶은 희망 직무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통적인 인기 파트인 경영, 기획, 인사, 재무 분야가 20.4%(102명)로 수위를 차지했다. 경영, 기획, 인사, 재무 파트가 여전히 기업의 핵심부서로 취업 희망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연구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18.0%(90명)로 높게 나왔다. 연구직의 경우 특히 남성 희망자(23.2%)가 여성 희망자(12.8%)의 두 배 가까이 돼 남자들이 여자들에 견줘 연구직을 더 선호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와는 반대로 교직(전체 8.6%)의 경우 여성 희망자(13.2%)가 남성 희망자(4.0%)보다 3배 이상이나 돼 교직이 여전히 여성들에게 인기 높은 직종임을 보여줬다.


◆입사 때 고용 안정성 가장 먼저 고려

취업 희망자들이 입사를 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예상과 달리 ‘고용 안정성(30.2%?160명)’이 가장 높게 나왔다. 이는 비정규직 증가 등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서 구직자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무 만족도’라고 답한 사람이 21.0%(102명)에 이른 것도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연봉이나 다른 조건이 좋더라도 업무가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 1년 내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취업 설문조사 때 1,2위를 차지했던 ‘연봉’은 16.6%(89명)로 입사를 할 때 우선시하는 항목 순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3위는 ‘개인의 성공가능성(17.6%)'이었다.

취업 희망자가 원하는 연봉 수준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전체 응답자 중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217명(42.2%)이 2000만~25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싶다고 대답했다. 2500만~3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와 3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의 비율(22.4%)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적은 수치이기는 했지만 연봉에 개의치 않는다는 응답자도 20명(4.6%)에 이르렀다.

◆취직 위해선 ‘실무 능력’ 가장 필요

‘직장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253명(51.6%)이 ‘실무 능력’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대학 졸업 후 입사하더라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들은 스펙보다 실무형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인턴십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올해부터 국내 신입사원 전원을 인턴 방식으로 뽑기로 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타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실무 능력’ 다음으론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외국어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응답자가 112명(23.2%)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우수한 학점’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6명(7.2%)에 불과해 요즘 대학(원)생들은 전공 학점이 취업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줬다.

‘실무’를 중요시 여기는 경향은 ‘취업을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198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많이 나온 외국어 스터디(24.2%?119명)나 인턴 경험(14.8%?64명) 등도 모두 실무 능력 연마와 관련된 것들이다.

취업을 위해 사교육비(학원비)를 지출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지출하고 있지 않다(65.8%)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응답자 중 한 달 평균 10만~20만 원을 쓰고 있다는 사람이 49.1%로 가장 많았으며 20만~30만 원도 25.2%에 달했다.

취업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학 3학년 때라는 대답이 34.0%(181명)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4학년(21.0%?112명), 2학년(19.0%?91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 관련 정보는 거의 10명 중 6명에 해당하는 322명(59.8%)의 응답자가 인터넷을 통해 얻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터넷의 많은 취업포털 사이트가 젊은이들의 중요한 구직 정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학교 취업정보실(10.2%)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보다 친구 등 지인(17.8%)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가 더 높게 나온 것은 약간 의외의 결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 관련 정보를 구하기 위해 공식적인 루트도 이용하지만 개인적인 친분 등 사적인 경로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취업박람회에서 관련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이는 기업과 구직자와의 만남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취업박람회가 실제 젊은이들의 취업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직자와 기업 간 눈높이 차 해소해야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청년실업률이 10.0%로 2000년 2월(10.1%)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단념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18.6%까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희망자들은 이처럼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청년 실업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32.6%(159명)가 ‘구직자와 기업 간 눈높이 차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청년실업 문제가 우리 경제의 시스템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기보다 기업과 취업 희망자들의 원하는 바가 다른 데서 초래됐다는 시각이 예비 취업자들 사이에서 아직은 더 우세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뒤이어 정부 당국의 ‘임시방편적인 실업대책’ (22.6%)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 육성, 단시간 근로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발목이 잡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한마음으로 협력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냈던 정부 부처들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제는 각자 길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기업의 채용인원 감소’라고 응답한 사람과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각 17.6%와 13.8%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설문에 응한 취업 희망자들은 ‘기업의 적극적인 채용’(30.4%?147명)을 제1순위로 꼽았다. 청년 실업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선 약간 포인트가 달라진 느낌이지만 취업 희망자들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선 뭐니 뭐니 해도 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어 ‘구직자와 기업 간 눈높이 차이 해소’ (27.2%?139명), ‘정부의 일자리 예산 확충’ (21.4%?11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나 전공 바꾸기 생각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취직을 위해 전과나 복수 전공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대학생이 무려 56.0%(295명)에 달했다. 만약 전공을 바꾼다면 상경계열로 바꾸고 싶다는 응답이 33.6%로 가장 많았다. 경영학과 등 취업이 잘 되는 상경계열 학과가 여전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업 희망자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예상대로 ‘대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 때문이라는 응답이 29.6%(141명)로 가장 많이 나왔다. ‘고용 불안(27.4%)’, ‘열악한 후생 복지(22.0%)’라는 대답이 그 뒤를 이었다.

취업을 위해 대학에 요청하고 싶은 사항으로는 ‘원활한 정보 제공(31.8%)’이 가장 높게 나왔다. 취업 희망자는 많지만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따끈따끈한 취업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응답이다. 아울러 직업 교육을 강화해 줄 것을 바라는 대학생들도 31.4%에 달해 전공 공부 외에 대학 측에서 직업과 관련한 교육에 발벗고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과 전국 6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인천)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조사 설계 및 데이터 분석은 엠브레인의 이지서베이(ezsurvey.co.kr) 시스템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embrain.com)은 55만 명이라는 국내 최대 패널을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패널도 보유하고 있는 리서치?통계 분야 1위 기업이다. 또한 설문조사 설계를 직접 할 수 있는 이지서베이 시스템을 개발해 고가의 리서치 이용이 어려웠던 대학생들의 이용장벽을 없앤 리서치 선도기업이기도 하다.

김재창 한경비즈니스 기자 cha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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