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의 토닥토닥 솔루션]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꿈꾸는 미래와 실제 산업의 발달 방향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몸담고자 하는 산업군과 직무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집집마다 하나쯤 있는 아이스박스를 떠올려 보자. 아이스박스가 생활용품으로 등장한 건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아이스박스는 큰 변화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 썼던 아이스박스를 그대로 쓰는 이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쿨리스트 쿨러(coolest cooler)’라는 아이스박스가 등장해 돌풍을 일으켰다. 믹서기에 스피커, USB 충전기, 접시와 도마, 라이트까지 장착된 최첨단 아이스박스는 165달러라는 가격이 책정되었다. 이 아이스박스를 사겠다는 사람이 5만 명 이상 사전 예약을 걸었고, 그 금액은 1168만 달러를 돌파했다. 중소기업 1년 매출에 해당하는 금액이 순식간에 모인 것이다.

보얀 슬랫이라는 17살 청년은 2012년 TED에 나와 “바다 위를 부유하는 플라스틱을 제거하고 싶다”며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해류가 도는 지점에 고정식 부유 그물을 설치하면 5년 안에 바다 위의 플라스틱들을 다 수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그의 말에 동의하는 해양학자 등 100명이 모여 펀딩을 진행했다. 최근 그의 사이트 ‘더오션클린업(www.theoceancleanup.com)’을 통해 모인 돈은 186만 달러가 넘었다.

구글은 ‘솔브포엑스(solve for X)’라는 사이트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받아 이를 함께 해결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LG도 ‘아이디어LG’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받아 이를 상품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상품화가 될 경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평가한 사람에게 해당 제품에서 발생한 매출의 4%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퀄키(Quirky)라는 회사는 이미 이 같은 시스템으로 히트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며 시장에 안착했다.


산업과 고용 시장 구조 ‘확’ 바뀐다
다시 돌아가 아이스박스에 대해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쿨리스트 쿨러’ 같은 신개념 아이스박스를 만들고 싶다면 관련 분야에서 최고인 기업에 입사할 방법을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고등학생에게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우선은 대학에 가서 전공을 선택한 다음 시도해보라는 조언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알지도 못하는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 금액을 모은 다음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산업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산업과 고용 시장 구조를 바꾸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뽑은 ‘10대 몰락 직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위로 꼽힌 몰락 직종은 우체부였다. 이메일과 SNS의 발달 및 확산 때문이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와 실제 산업의 발달 방향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몸담고자 하는 산업군과 직무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래 일자리 변화에 대한 시각을 기르고 싶다면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로 꼽히는 린다 그래튼의 <일의 미래>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지망하는 기업과 산업군을 정하기 전 이 책을 읽는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최경희 링크스타트 대표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취업·진로 분야를 강의하는 동시에 교육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일을 찾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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