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 효과 ‘물’이 아래로 흐르듯 ‘돈’도 흐를까?

입사 시험에 나와! 족집게 경제 상식


수문을 연 댐을 생각해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이 아닌 이상 댐 아래쪽으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을 거야. 맞아,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흘러. 이른바 낙수(落水), 즉 떨어지는 물이라는 뜻이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 과연 경제에서도 통할까?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물처럼 돈도 그럴까? ‘낙수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해. ‘물이 아래로 흘러 바닥까지 적신다’는 의미로 낙수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거지. 영어로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라고 해.

‘물이 아래로 흐르는 건 이해하겠는데, 돈도 그렇다는 건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 하는 말이 음성 지원되는 듯하군. 경제에서 말하는 낙수 효과는 주로 대기업, 혹은 부유층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야. 한마디로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돈을 왕창 긁어모아야 그 밑에 있는 협력사들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 결과 국가 전체적인 경기가 살아난다는 거야. 요사이 부당한 갑을 관계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국가대표’급 플레이어가 잘나가야 그 혜택이 물 흐르듯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도 전해진다는 설명이야.


대기업이 잘돼야 나라도 잘된다?
국가대표 축구팀을 생각해볼까. 파주에 전용 트레이닝장도 지어주고 유니폼, 축구화, 전담 의료진, 물리치료진, 완벽한 헬스트레이닝장과 최고의 영양을 책임지는 식사 등등. 언뜻 생각해도 이 정도이고, 아마 우리가 모르는 최상의 여건들이 이들을 서포트해줄 거야. 대기업 위주의 낙수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뛰고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겠어? 당근 이들이 잘 뛸 수 있게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줘야지. 플레이에 거추장스러운 장애 요소들을 없애자! 바로 ‘규제 완화’야. 법인세를 인하하고, 순환출자제를 인정하고, 금산분리를 철폐하고…. 예를 들자면 뭐 이런 거지.



낙수 효과는 물이 아래로 흘러 바닥까지 적신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야. 영어로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라고 해



낙수 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은 당연 혜택을 보게 될 대기업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실제로 2002년 9.2%의 격차가 2011년엔 3.5%로 줄었지. 순이익률 격차도 같은 기간 9.3%에서 4.8%로 줄었어. 글로벌 기업이 출현했을 정도로 국내 대기업이 잘나가는 사이 협력사들도 그 영광을 나눠가졌단 뜻이야.

집안의 장남이 출세해 줄줄이 딸린 형제들을 먹여 살리는 모습이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야. 하지만 만약 장남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될까? 장남만 바라보던 동생들도 위기를 겪을 게 빤하지 않겠어? 집중된 경제로 인해 자생력이 떨어진단 뜻이지. 낙수 효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은 이유야.

몇몇 대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뒀지만 우리 경제는 항상 위기를 달고 살고 있어. 한국전쟁 이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왔지만 서민 경제는 여전히 팍팍하지. 오히려 (낙수 효과를 주장하는) 자유시장경제로 고도성장을 이루었던 1970~80년대 이후론 위기가 상습화되었어.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쳐 2000년대에는 ‘경제가 위기다’는 말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지.

그래서 낙수 효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분수(噴水) 효과’란 말도 나왔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서 소비가 늘면 결과적으로 전체 경기가 살아난다는 뜻이지.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야.


글 장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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