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모바일 게임의 절대 강자, 컴투스(com2us)

컴투스(com2us)

서울 금천구 가산동. 1960년대 개발 붐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철거민들이 촌락을 이루며 살던 곳. 노동집약형 산업공단이 처음으로 자리 잡았던 곳. 때문에 가난과 도시 빈민으로 상징되던 곳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개발 당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가산디지털단지’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강산이 다섯 번 바뀌었다는 말로는 모자라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최첨단 기술과 아이템으로 무장한 지식산업·정보기술(IT) 일꾼들이 이곳에 속속 자리를 잡았다. 공단 하면 떠오르던 굴뚝 공장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최신 신축 건물과 아파트형 공장들이 2000년대의 변화된 시대상을 선명히 드러낸다.

가산디지털단지에 터를 잡은 수많은 기업 중 ‘첨단’이나 ‘미래’라는 키워드와 가장 어울리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이곳을 들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게임 산업, 그중에서도 성장세의 끝이 어딘지 모른다는 모바일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컴투스’다.


현재 컴투스가 자리 잡은 가산디지털단지 빌딩은 지난해 4월 들어 새롭게 입주한 건물이다. 12층부터 18층까지 7개 층을 모두 임대하며 커진 사세를 자랑하지만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인근의 다른 건물 한 개 층을 쓰던 벤처기업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불어닥친 모바일 열풍은 지난해 매출 규모를 741억 원(예상)으로 키워놓았다. 모바일 게임 업계의 고만고만한 중소 벤처기업이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로는 컴투스가 최초다.

건물 12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연말연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빨간색 트리 장식과 하얀색 벽, 넓은 공간 안에 자리 잡은 카페와 서가, 자유롭게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 웬만한 대학 도서관 휴게실을 연상케 하는 이곳이 컴투스가 자랑하는 카페테리아다. 개발자가 많은 게임 업체의 특징상 업무 스트레스 해소와 리프레시를 위한 카페테리아는 업무 시간 중이라도 이용에 제약이 없다. 곳곳에 회의실도 마련돼 있어 차 한 잔과 함께하는 회의는 이곳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 업계 최초 중견기업으로 성장

“휴대폰으로 무슨 게임을 해?” 1998년 설립 당시만 해도 모바일 혹은 휴대폰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조차 낯설던 시절이다. 박지영 대표 역시 정식 법인 설립 전에는 PC통신 통합 검색 서비스, DDR(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는 게임) 깔판, MP3 플레이어 등 아이디어와 사업화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청년 창업가였다.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 아이템에 발 벗고 나서게 된 건 1999년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이 처음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시 LG텔레콤이 무려 ‘8줄’이 나오는 대형 화면을 개발했고, 무선인터넷 연결도 가능해졌다. 그때 쏟아져 나온 서비스가 뉴스, 주식·날씨 정보, 점·운세 등. 새로운 플랫폼이 열릴 때 돈을 쓰는 아이템이 성인 정보와 게임뿐이라는 데 착안한 박 대표는 과감히 모바일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PC 게임은 개발 비용도 많이 들고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지만, 모바일은 이제 막 문을 열었다는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다.

2000년 무렵부터 아이디어와 개발 게임을 들고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반신반의하던 이동통신사들도 개발한 게임을 보더니 가능성을 인정했다. 창업 투자사 몇 군데서 20억 원을 투자받아 사무실을 열고 30여 명을 채용했다. 창립 초기부터 컴투스는 휴대폰(피처폰)용 게임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업계 1위 기업으로 나섰다. 그 정도 투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10억대 매출을 올린 컴투스는 2003년 들어 119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비약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금의 스마트폰과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당시만 해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였던 ‘컬러폰’이 등장하면서다. 2001년 전 직원의 브레인스토밍 끝에 나온 ‘붕어빵 타이쿤’이 당시 출시된 대표 게임. 2003~2005년 사이 잠시 주춤했던 성장세는 2005년 들어 ‘미니게임 천국’이 대박을 치면서 다시 치고 올랐고, 2007년에는 염원하던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높아진 게임 유저의 기대치와 고비용 구조, ‘10대 남학생’이라는 주요 소비층의 한계 때문에 업계 전체가 정체에 빠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스마트폰 등장하며 성장에 날개 달다

더 이상의 시장 확대나 사업 여건 개선이 요원하던 무렵 IT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바로 애플 아이폰의 등장이다.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 게임의 최강자였던 컴투스에게도 앱스토어의 등장은 무한한 성장의 길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컴투스의 2011년 매출액 중 스마트폰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8%로 뛰어올랐다. 2011년에 출시한 대표작 ‘타이니팜’은 컴투스가 처음 시도한 소셜 네트워크 게임으로 2012년 6월 일일 사용자 100만 명 돌파에 이어 9월 17일에는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넘어섰다. 2011년 말에는 애플이 선정한 ‘App Store Rewind 2011’에서 ‘그해의 5대 베스트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컴투스는 이 밖에도 ‘홈런배틀 3D’가 앱스토어 유료 게임 순위 톱 5(2009년) 및 스포츠 장르 1위, ‘컴투스 프로야구’가 국내 앱스토어 스포츠 및 시뮬레이션 장르 유·무료 1위(2012년 4월), ‘몽키배틀’ 앱스토어 출시 후 무료 게임 1위(2012년 6월), ‘슬라이스잇’ 일본·유럽 등 31개국 유료 앱 1위 등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한눈팔면 죽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플랫폼과 디바이스 변화가 심한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개발자 위주의 기업 환경이다. CEO부터 개발자로 출발했고, 현재 500여 명의 직원 중 개발본부의 비중이 70%에 이른다. 업계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CS(고객만족)팀 상설화도 컴투스의 숨은 경쟁력 중 하나. 10여 명의 인원이 직접 유저들의 문의와 클레임을 해결한다.

개발본부 역시 고정된 조직 구성이 아니라 그때그때 게임 개발 사안에 따라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움직인다. 개인이든 팀이든 만들고 싶은 게임 기획을 프레젠테이션한 후 개발이 결정되면 움직이는 구조다. 보통 1년, 롤플레잉 게임(RPG)의 경우 이보다 더 넉넉한 시간을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게임의 질을 담보하는 요건 중 하나다.

50여 명에 이르는 QA(품질보증) 전담팀도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피처폰 시절부터 운영돼온 QA팀은 게임 출시 전 퀄리티, 밸런스 등을 시현해보고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담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게임 테스트만 몇 년씩 한 고수들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정식 출시가 힘들 정도다.



채용 인력도 대폭 확대

모바일 게임 1위 기업답게 채용 규모도 업계 최대다. 컴투스 홍보팀 박성진 과장은 “2007년 200명 안팎이었던 인력이 지금은 500명이 넘었다”며 “CEO의 인재 욕심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비해 게임 산업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 하지만 인력 채용 규모가 늘다 보니 자연히 이익률이 감소하고,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컴투스의 공격적인 인력(사세) 확장은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글로벌화도 염두에 둔 결과다. 글로벌 리딩 기업의 경우 수천 명에 이르는 조직도 등장했을 정도.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는 필수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2012년 전체 매출액 중 해외 부문 매출이 29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컴투스는 이미 2008년 12월부터 애플 앱스토어에, 2009년 12월에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플레이스토어)에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 아이폰이 팔리기 전, 이미 앱스토어에 진출한 것이다. 지금은 중국과 일본, 미국에 설립한 현지 법인들과 함께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채용 공고는 회사 홈페이지나 채용 포털을 통해 공지한다. 근래에는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캠퍼스 채용설명회 개최에도 나서고 있다. 신입과 경력직을 함께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무래도 개발 파트의 인력 수요가 많은 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 등이 주요 채용 분야다. 기획 파트의 경우 전공과는 무관한 경우도 많으며 ‘서류 전형(포트폴리오)→면접’ 과정을 거친다. 개발 파트의 경우 따로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면접 전형은 해당 부서장 면접인 1차 면접과 2차 임원 면접, 3차 CEO 면접으로 나뉜다. 박지영 대표가 워낙 꼼꼼한 스타일이라 사장 면접을 1시간 넘게 보는 경우도 많고,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지원자도 나온다고. 올해에도 상·하반기에 한 번씩 공채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수시 모집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취업준비생이라면 그때그때 홈페이지를 챙겨 보는 게 유리하다.

IT 기업이 대개 그렇듯 컴투스도 권위적인 상명하복의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름철이면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특징. 엘리베이터 만원 신호가 울리면 CEO가 울면서 내릴 정도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대신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관해선 철야 근무를 불사할 정도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인재를 원한다. 자율을 존중하되 창의와 열정이 식지 않는 기업. 열정으로 일하되 가족적인 가치를 잃지 않는 일자리. 컴투스가 업계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는 힘이다.



복지도 이쯤 되면 최고죠잉~!

사내 복지는 박지영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항목이다. 개발자에게 최고의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창사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기조. 지금 들으면 우습지만, 1998년에 이미 평면 모니터와 듀오백 의자를 지급한 건 업계의 전설이다.

아침을 굶는 직원들을 위해 냉장고에는 신선한 과일팩과 샌드위치가 준비돼 있다. 저녁 야근 식대 지급 외에도 유명 베이커리 업체의 신성한 빵이 매일 배달된다. 5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한 달간의 유급 휴가가 주어진다. 주부 사원을 위한 반반차 제도(오전 2시간 정도만 쓰는 휴가), 문화복지카드(한 달 5만 원 충전) 지급 등 직원들의 자기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2층 카페테리아에는 바리스타가 채용돼 언제라도 질 좋은 커피와 차를 제공한다. 업무 시간 중 언제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출퇴근 플렉서블(flexible) 제도도 운영 중이다. 출근 시간은 9~10시, 퇴근은 6~7시 사이에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급여 수준 역시 모바일 게임 업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생 기자 후기

김은진(전북대 윤리교육 4)

스마트폰에서 로고만 보던 기업을 직접 찾으니 여기저기 시선 빼앗기느라 바빴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자리 잡은 컴투스는 최고의 업무 공간을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게임 사운드를 만드는 녹음실이 인상 깊다.

또 포근한 카페테리아와 휴식 공간, 글로벌 도시 이름을 딴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의실 등 개발자를 비롯해 창의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어렵기만 할 것 같았던 입사 기회가 의외로 많다는 점에 놀랐다. ‘젊음’과 ‘자유’가 있는 기업 컴투스는 청년의 꿈이 커가는 공간, 그 이상이었다.



이시경(홍익대 국어국문 3)

‘붕어빵 타이쿤’부터 ‘타이니팜’까지 ‘내 손안의 게임’ 역사를 함께한 기업 컴투스. 기업을 직접 찾아 가장 놀랐던 점은 공기 속에 떠도는 ‘자유’였다. 회사 내의 카페 테이블에도, 게임 개발자들 사무실에도, 사운드를 입히는 녹음실에도 어김없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게다가 방문하는 곳마다 기자단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는 모습은 여타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그 기업의 힘이 나옴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은 비결. 그것은 바로 이런 사소한 데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이동찬(고려대 영어교육 4)

사실 어릴 적 꿈이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였다. 중간에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긴 했지만 그 열망은 여전히 소중하다. 이번 컴투스 방문을 계기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여전히 프로그래머를 꿈꿨다면 반드시 이 회사에 지원했을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를 것 같은 카페테리아를 시작으로 자유로운 회의 분위기와 열정이 가득한 개발팀 직원들의 눈동자, 사용자들을 위해 모든 게임을 꼼꼼히 점검하던 테스트 팀까지. 어느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곳이 없었다. 매년 공개 채용을 한다고 하니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꼭 도전해봐야 할 기업이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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