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구 대학타운형 도시재생뉴딜사업] “짱뚱어 때문에 찾아와 준 단골 없었으면 저도 여기 없었지요”

김정출 호수짱뚱어탕 대표(아이디어팩토리)

△김정출 호수짱뚱어탕 대표.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제가 이제껏 장사할 수 있었던 건 다 단골손님들 덕분이죠. 어떨 땐 참 눈물 나게 감사하죠.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지요.”

24년 간 광주에서 짱뚱어탕 전문점 호수짱뚱어탕을 운영해 온 김정출(64)씨는 동네에서 ‘짱뚱어 전도사’로 통한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짱뚱어는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대표적인 스태미나 음식으로 손꼽힌다. 호수짱뚱어탕은 청정지역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잡은 짱뚱어만을 고집한다. 비리지 않고 식감도 좋아 여름철 짱뚱어탕 한 그릇이면 거뜬하다고 설명하는 김 씨가 처음부터 짱뚱어 전문가는 아니었다.

27세 꽃다운 나이에 울산에서 광주로 시집온 김 씨는 생계를 위해 식당서빙, 건물청소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1997년 IMF가 터지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김 씨의 남편은 일감이 뚝 끊겼다. 살길이 막막했던 김 씨는 뭐라도 잡아야 했다.

“IMF가 터지고 나서 다들 힘들었잖아요. 우리도 그랬지요. 마침 옆집 언니가 몸이 아파 운영하던 짱뚱어 가게를 내놓는다는 얘길 듣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내가 해보겠노라 했지요.”

평소 외식 한 번 안하던 그녀가 식당을 운영하리라곤 그전까지 생각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해 먹는 대로 정성스럽게만 만들면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짱뚱어는 달랐다. 몸에 좋은 만큼 다른 생선과 제조법이 달랐다. 설상가상으로 가게 오픈 날 도와주기로 했던 옆집 언니는 건강악화로 병원 입원을 한 상태라 도움을 요청할 때도 없었다. 그래도 알아주는 전라도 손맛 보유자였던 시어머니가 있었기에 김 씨는 오픈을 미루지 않았다. “난감했지요. 짱뚱어탕을 먹어만 봤지 요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그 언니만 믿었거든요. 그렇다고 미룰 수도 없고 해서 오픈 날이니 오시는 분들에게 많이 드리자 싶어 짱뚱어를 많이 넣어 끓였어요. 근데 새까만 국물만 나오지 뭐예요. 손으로 주물주물 해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고기만 많이 넣으면 좋은 알았지요. 아주 혼났습니다.”

지난 24년 간 짱뚱어로 울고 웃는 일이 끊이질 않았던 김 씨에 겐 잊지 못할 단골손님이 있다.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호수짱뚱어탕을 찾아 준 그 단골손님을 생각하면 김 씨는 눈물부터 훔친다.

“광주고 앞에서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중흥동으로 옮겨서까지 늘 찾아오는 분이셨어요. 가게를 이전할 때 미처 연락을 못 드렸는데도 전화해서 찾아와주시기도 하셨고요. 저희 친정아버지뻘 정도의 나이셔서 늘 가게 앞에서 ‘정출아’하며 제 이름을 부르면서 오셨는데,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시댁 어르신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그 소식을 듣고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요즘에도 한 번씩 단골손님의 산소를 찾는다는 김 씨는 중흥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도 손님들에 있다고 말했다. 목 좋은 자리로 이전 계획도 세웠지만 멀리서 찾아와주시는 전남대, 북구청 직원들 때문에 못 간다고 김 씨는 말했다.

“코로나19로 힘이 들긴 합니다. 예전에는 점심 때 자리가 없어 손님들끼리 다투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밖에서 잘 안 드시니…. 그래서 목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려고 했는데 전남대랑 북구청 직원들이 가지 말라고 하도 성화를 부리네요. 제가 이만큼까지 장사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손님들 덕분이었는데, 조금 힘들어도 버텨 보려고요.(웃음)”

설립연도 2000년 9월
주요사업 짱뚱어탕 전문점 운영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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