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외국인 난임 환자가 한국을 찾는 까닭은? [이제는 K-의료 시대]

[텍스트브이로그] 어디서도 듣지 못한 ‘진짜’ 외국인 환자 이야기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탁 트인 초원에서 생활하는 몽골 사람들은 좋은 시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력교정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몽골 환자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실제 몽골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거주하고 있으며, 안경을 쓴 사람이 아주 많다. 다양한 국적의 환자들을 유치하며 매일 ‘앉아서 세계 속으로’ 경험하는 요즘, 세계 지리 수업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외국의 의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풀어본다.

△뇌종양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은 몽골 의사(M.Otgontsetseg)와 어머니가 한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현지보다 한국 수술비가 싸다?
보통 외국의 의료비가 비싸다고 알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지 치료비의 절반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한국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2021년 12월, 어머니의 뇌종양 수술로 고민하던 몽골 응급의학과 의사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현지에서는 개두술(두개를 절개하고 뇌를 드러내서 하는 수술) 밖에 방법이 없고 종양이 시신경 근처에 있어 실명의 위험이 있음에도 수술비가 무려 4천 500만 원에 달했다. 한국행을 선택한 몽골 의사의 어머니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피부 절개 없이 강한 방사선만으로 병변을 제거하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았고, 치료비는 대략 1천만 원 정도가 나왔다. 환자는 수술 당일 퇴원해 며칠간 서울 투어를 했고, 의사인 따님은 하이메디에 직접 찾아와 감사의 표시로 몽골에서 챙겨 온 보드카와 초콜릿을 선물하고 돌아갔다.

건강검진 받으러 한국 병원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
한국인들에게 “건강검진을 받으러 외국에 나가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아니오”라고 답하겠지만 러시아와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환자들은 다르다. 2019년에 입국한 러시아 환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환자의 15%가 검진센터를 이용했는데, 이는 단일 진료과로만 봤을 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카자흐스탄 동료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한국은 하루에 모든 검진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러시아에서 위내시경, 초음파 검사, 엑스레이 등의 기본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두 달이 걸린다. 각각의 검사를 진행하는 병원에 예약을 하고 검사를 받는 것인데 이마저도 노후화된 검사 장비로 진행해 결과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검사와 동시에 치료를 위한 시술이 가능하고, 진료과들 사이에 치료 연계가 되니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들이 ‘코리아 굿’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왜 외국에는 젊은 난임 환자가 많을까?
몽골, 카자흐스탄, 중동 대상 원격진료 프로모션을 통해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온 질환을 꼽으라면 바로 난임이다. 그런데 난임 진료를 신청해오는 환자의 연령대가 대부분 20대이고 난임 기간이 5~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1년 이상 임신을 시도했을 때 난임을 의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신기한 데이터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국가별로 임신에 부여하는 상황적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몽골에서는 결혼 연령이 낮아 25살까지 임신을 못하면 노산이라고 생각해 온 가족이 걱정할 정도다. 또, 일부다처제인 중동 국가에서는 다복한 가정이 복이라고 생각해 만일 자식이 없을 경우에는 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도 해외 치료 대상 질환에 난임을 포함시켜 난임 치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의 데이터 뒷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면 알수록 놀랍고 새롭다. 환자의 질병 상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태 파악을 위해서는 각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나는 외국인 환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위해 오늘도 외국인 동료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다. “저랑 커피 한잔하실래요?”


조아라 씨는 한국의 대형 병원에서 5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의 첨단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병원을 연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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