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수가 조정을 받으면 시장에 진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 대기자금(예탁금)은 60조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기다리던 큰 폭의 조정은 오지 않고 주변 지인이 어떤 종목에 투자해서 짭짤한 수익을 봤다는 전언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2020년 3월 13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80~1090원대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기에는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수출주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린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원화 환산 이익이 줄어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원화 강세(달러 약세) 구간은 한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구간이다. 달러 약세는 위험 선호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며, 글로벌 위험 선호가 강화되는 구간에서는 한국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의 3저(低)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환율) 시대와 2000년 중반 건설, 조선, 철강 중심의 차이나 플레이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달러 약세와 함께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펀더멘털 개선과 신흥시장으로의 달러 자금 유입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달러 약세 구간에서는 한국의 기업이익이 개선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경제 및 주식시장 내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 한국 경제 및 기업이익이 빠르게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달러 약세 구간에서는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달러 자금이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신흥국으로 유입되게 된다. 또한 한국의 주력 수출품들이 첨단 반도체, 2차 전지 등과 같이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제품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스피 너무 비싸다? 새 기준으로 봐야 한국 주식시장이 너무 많이 올라 비싸 보인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지수 수준이 아닌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비싸게 평가되고 있는지, 즉 흔히 얘기하는 밸류에이션을 보아야 한다.
최근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9배(2020년 12월 11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5년 평균인 10.5배보다 높다는 점에서 현재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만, 중국과 같은 주요 신흥국 대비로는 여전히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다. 또한 요즘에는 기업의 자산 및 이익에 공장이나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보다 고객 데이터, 연구·개발(R&D) 지출과 같은 무형자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주가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전례 없이 늘어난 시장의 유동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고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을 낮춰야 하는 만큼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지며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즉, 과거보다 주가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의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을 덮어 두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기업이익 성장으로‘수급이 모든 재료에 앞선다’는 증시 격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식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인 기업이익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021년에는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45% 늘어난 128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연초에는 경기 및 기업이익에 대한 낙관론을 반영하며 성장률을 높게 예상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곤 한다. 주요 증권사들은 매년 초 100조 원 이상의 순이익 전망치를 제시하지만, 실제로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7~2018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체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7~2018년 당시 전체 코스피 이익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그 비중이 32%로 하락하는 대신 자동차·정보기술(IT) 하드웨어·화학업종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성장주의 시대가 일단락되고 당분간 가치주가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가치주와 경기민감주의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국 증시에서 어떠한 가치주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에서 IT, 경기소비재, 금융 등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 자체가 경기순환적인 가치주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한국 증시에 대해 단순히 ‘성장주 대 가치주’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형 수출주’와 산업 재편 및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적 성장주’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중에는 수출 대형주의 상대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구조적 성장주에 다시 관심을 가지는 전략을 권하고 싶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
2020년 3월 13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80~1090원대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기에는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수출주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린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원화 환산 이익이 줄어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원화 강세(달러 약세) 구간은 한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구간이다. 달러 약세는 위험 선호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며, 글로벌 위험 선호가 강화되는 구간에서는 한국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의 3저(低)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환율) 시대와 2000년 중반 건설, 조선, 철강 중심의 차이나 플레이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달러 약세와 함께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펀더멘털 개선과 신흥시장으로의 달러 자금 유입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달러 약세 구간에서는 한국의 기업이익이 개선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경제 및 주식시장 내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 한국 경제 및 기업이익이 빠르게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달러 약세 구간에서는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달러 자금이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신흥국으로 유입되게 된다. 또한 한국의 주력 수출품들이 첨단 반도체, 2차 전지 등과 같이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제품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스피 너무 비싸다? 새 기준으로 봐야 한국 주식시장이 너무 많이 올라 비싸 보인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지수 수준이 아닌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비싸게 평가되고 있는지, 즉 흔히 얘기하는 밸류에이션을 보아야 한다.
최근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9배(2020년 12월 11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5년 평균인 10.5배보다 높다는 점에서 현재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만, 중국과 같은 주요 신흥국 대비로는 여전히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다. 또한 요즘에는 기업의 자산 및 이익에 공장이나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보다 고객 데이터, 연구·개발(R&D) 지출과 같은 무형자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주가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전례 없이 늘어난 시장의 유동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고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을 낮춰야 하는 만큼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지며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즉, 과거보다 주가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의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을 덮어 두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기업이익 성장으로‘수급이 모든 재료에 앞선다’는 증시 격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식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인 기업이익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021년에는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45% 늘어난 128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연초에는 경기 및 기업이익에 대한 낙관론을 반영하며 성장률을 높게 예상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곤 한다. 주요 증권사들은 매년 초 100조 원 이상의 순이익 전망치를 제시하지만, 실제로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7~2018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체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7~2018년 당시 전체 코스피 이익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그 비중이 32%로 하락하는 대신 자동차·정보기술(IT) 하드웨어·화학업종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성장주의 시대가 일단락되고 당분간 가치주가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가치주와 경기민감주의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국 증시에서 어떠한 가치주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에서 IT, 경기소비재, 금융 등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 자체가 경기순환적인 가치주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한국 증시에 대해 단순히 ‘성장주 대 가치주’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형 수출주’와 산업 재편 및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적 성장주’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중에는 수출 대형주의 상대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구조적 성장주에 다시 관심을 가지는 전략을 권하고 싶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