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인구 변화 주목…헬스케어 섹터 도약할 것”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ㅣ도움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헬스케어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을 작아보이게 만든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발언이다. 애플이 헬스케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며 경기순환과 무관한 가장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변화, ‘고령화’가 미래 투자의 축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20년 내 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주요 요소는 돌발적인 전쟁, 돌림병, 혜성 충돌 등을 제외하면 경제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고
(故) 피터 드러커 박사가 199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5.7%, 2025년 20.3%, 2060년 43.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한국만의 일일까. 유엔 경제사회국에서 발표한 인구 추계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9.1%인 글로벌 고령화율은 2030년 11.7%, 2040년 14.1%, 2050년 15.9%로 상승할 전망이다. 전 세계가 고령화란 가장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한 것이다.


헬스케어 섹터, 도약할 기회
고령화는 세계 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최대 변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고령화는 소비 위축을 통해 내수 중심의 성장과 국내 자산 가격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그동안 경제 발전을 주도해 왔던 주요 기업들 역시 인구구조 변화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국내외 사업부문 성장 기여도 역시 뚜렷하게 저하될 전망이다.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시대에 자산의 방향타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고령화 시대의 투자처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헬스케어와 바이오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다. 헬스케어 산업이 질병의 예방, 치료, 관리를 포함해 사람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광범위한 산업으로 고령화, 기술 혁신, 이머징마켓의 수요 증가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을 기반으로 큰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분야이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헬스케어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산업재나 유틸리티 지수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일부 종목의 과열 현상은 곧 잦아들 수 있다”면서도 “제조업 중심에서 4차 산업으로의 이동이 진행 중이라는 점과 헬스테크의 발달, 뉴노멀로 자리할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와 투자자 관심 증대를 고려한다면, 국내외 증시에서 헬스케어 섹터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원격의료,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바일 건강관리, 유전체 분석, 전자 의료진단과 처방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5년 790억 달러에서 2020년 2060억 달러로 성장했다. 5년 후인 2025년에는 2500억 달러까지의 성장이 예상된다.
투자 Tip 1 상장지수펀드(ETF)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바구니에 담아야 할까.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의 참여자는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산업을 주도한 글로벌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사와 보험사,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노리는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다.
우선 전통 사업자로는 노바티스, 존슨앤존슨, 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머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이 꼽힌다. 이들은 바이오, 신약 개발 등 본업에 집중 투자하지만, 2015년부터 머크, 존슨앤존슨, GSK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가장 군침을 흘리는 곳은 빅테크 기업들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향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미국 GDP의 20%가 지출될 헬스케어 시장은 3000억 달러의 인터넷 광고 시장이나 5000억 달러의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크다.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현재의 시장 외에 신시장을 찾고자 하는 빅테크 기업에는 매력적인 시장인 것이다.
실제 미국 특허청에 신규 등록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특허는 2015년 271개에서 2019년 617개로 매년 23%씩 증가했는데, 빅테크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25개, IBM 24개, 아마존 13개, 애플 11개, 구글 9개로 의료기기, 제약, 바이오테크 등 전통적인 헬스케어 상위 기업들의 특허 수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승자로 예측하는 기업도 이들 빅테크다. 대신증권은 보고서에서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구글, 애플, 아마존의 3강 구도가 될 것으로 짐작한다”고 썼다. 구글은 앞으로 생산될 방대한 분량의 건강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앞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헬스케어 웨어러블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소비자 저변을 확대하고 데이터 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일 확률이 크다. 아마존은 헬스케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물론, 처방약 배송과 가정 내 복약 관리 서비스 등 리테일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따르는 후예 스타트업의 부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전 세계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기업은 39개이고, 기업 가치의 총합은 928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들 중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총 17개다. 국적별로 미국(12개), 중국(3개), 유럽(2개) 순이다.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는 텐센트와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중국의 위닥터다. 의료비 지출액 1조 달러 규모의 중국에서 2억1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다양한 의료 사업을 영위해 중국 헬스케어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이어 DNA 분석을 통해 초기 암을 발견하는 기술을 개발한 그레일,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험에 접목한 오스카 헬스,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템퍼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 IT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T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헬스케어 산업이 거대 블루오션 시장으로 기대치가 높아 투기성 투자가 극심할뿐더러 가격 등락률도 높아 ‘위험군’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 투자 대비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ETF를 추천한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시장에서 거래되는 펀드다. 여러 종목으로 구성돼 변동성이 작고, 주요 자산이나 업종 등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고령화 테마로 분류된 글로벌 헬스케어 및 바이오 ETF는 고령화 트렌드에 맞춰 수혜가 기대되는 실버산업에 분산투자를 한다. 개별 종목에 단일 투자하는 것보다 변동성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헬스케어 종목들을 비교해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던 종목들로 이루어진 인베스코 DWA 헬스케어 모멘텀 ETF(PTH), 진단·로봇·유전체·정밀의료·데이터 분석·원격의료 등 헬스케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대표 종목들로 구성된 로보 글로벌 헬스케어 테크놀로지 앤드 이노베이션 ETF(HTEC), 정밀의료·유전체·수명 연장·로봇 수술·디지털 헬스 등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수혜를 받을 섹터의 주요 종목들로 구성된 골드만삭스 모티프 휴먼 에볼루션 ETF(GDNA)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 Tip 2 리츠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REITs)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운용해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는 상법상의 주식회사를 뜻한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배당을 받는 구조다. 저성장·고령화 시대 선호되는 대표적인 인컴 자산이다. 높은 배당과 부동산이라는 실물에 투자한다는 매력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 각광받는 은퇴자산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령화 시대 각광받는 리츠 부문은 ‘헬스케어’다. 헬스케어 리츠란 노인 주거시설, 전문 요양시설, 메디컬 오피스, 병원, 연구실 등과 같은 의료시설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해당 부동산을 임차인, 즉 의료 서비스 제공 업체에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65세 이후부터 발생하는 헬스케어 지출이 일생 헬스케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인구 고령화는 헬스케어 리츠의 수요를 이끄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글로벌부동산팀 또한 “헬스케어 리츠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며, 다른 리츠 섹터 대비 경기 방어 성향이 높아 저성장 국면에서도 투자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헬스케어 리츠의 대부분은 미국에 집중돼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헬스케어 리츠 국가별 시가총액 비중은 미국이 92.3%, 영국 4.8%, 싱가포르 1.4% 캐나다 1.2%(10월 14일 종가 기준) 순이다. 자산 유형은 메디컬 오피스 26%, 노인 주거시설 26%, 연구실 22%, 병원 13%, 전문 요양 12% 순이다.
헬스케어 리츠는 일반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낮은 반면 금리 민감도와 정책 리스크는 높다. 또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시에는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홍 애널리스트는 “헬스케어 리츠 중 글로벌 고령화에 따른 임대수요 증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동시에 정책 리스크가 낮은 노인 주거시설, 연구실, 메디컬 오피스 리츠가 유망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인 주거시설은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으며, 코로나19의 영향이 미미했던 연구실 부동산은 향후 헬스케어 연구·개발(R&D)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또, 메디컬 오피스는 외래진료 시장이 확대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헬스케어 리츠 3대장으로는 웰타워, 벤타스, 오메가헬스케어 등이 꼽힌다. 이 중 1970년대에 설립된 웰타워는 프리미엄 요양원을 중심으로 의료시설을 임대·운영해 온 세계 최대 헬스케어 리츠다. 웰타워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시설 임대와 운영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벤타스는 미국, 캐나다, 영국의 의료시설을 소유하며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이다. 강점은 30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충분한 유동성과 비교적 높은 배당률이다. 오메가헬스케어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포트폴리오는 976개 자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86%는 전문 간호시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현재 연 배당수익률은 9%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타 리츠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Investment Tip
“MZ세대의 소비를 주목하라”
인구구조 변화의 한 축에는 핵심 소비층의 변화도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이후 시점에서 1980~2000년대가 이끄는 MZ(밀레니얼+Z)세대의 구매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양한 여가 활동과 온라인 쇼핑, 신념에 따른 투자 등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들의 구매력이 전 세대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MZ세대의 소비군 중 하나는 ‘명품’이다. 이들은 한국의 기존 주력 소비층(40~50대)과 달리 인터넷, 모바일 기기 활용에 능해 온라인 유통 채널 이용 빈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MZ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은 대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속해 있다. 미국 리서치 업체 MBLM의 ‘2020 브랜드 친밀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MZ세대(18~34세)는 플레이스테이션, 아마존, 타깃, 디즈니, 포드, 지프, 애플, 유튜브, X박스, 닌텐도 등을 그들의 톱10 브랜드로 꼽았다. 반면 베이비붐(55~64세) 세대는 소비재 브랜드를 톱10으로 꼽아 상반된 결과를 보여 줬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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