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희 IBK기업은행 WM그룹장 “中企 금융 강점 살린 자산관리로 차별화”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IBK기업은행의 자산관리(WM)그룹이 ‘고객 신뢰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전면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투자 상품의 완전판매를 위한 내부 시스템 정비와 함께 정책금융기관이자 중소기업 금융의 강점을 최대한 녹여낸 ‘IBK형 자산관리’ 모델을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지난 7월 단행된 기업은행의 하반기 조직 개편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취임 이후 단행된 첫 사업부 조정이라는 측면에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윤 행장의 경영철학과 함께 기업은행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방향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룹’으로 격상된 자산관리 부문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금융 특화 은행이라는 인식 탓에 자산관리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행보를 보여 왔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일찍부터 자산관리 사업부를 별도의 그룹으로 분리, 격상하며 사업 확장에 경쟁적으로 나서왔던 행보와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가계 및 기업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은행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로 WM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은행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으로 속속 전환되고 있지만, 자산가들이 주요 타깃인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여전히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사업 영역이다. 그동안 쌓아 온 대규모 데이터와 인력 및 인프라 측면에서 상당 기간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는 영역이 바로 WM 사업인 셈이다.
새로 신설된 자산관리그룹은 임찬희 그룹장(부행장)이 이끌고 있다. 임 그룹장은 지난 1983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과천지점장, 삼성동지점장, CMS사업부장 등 경력의 대부분을 리테일 영업에 집중해 온 ‘영업통’으로 꼽힌다. 지점장 역임 직전에는 기업은행 1세대 프라이빗뱅커(PB)로서 10여 년 동안 PB 팀장 역할을 수행한 경험도 갖고 있다. 임 그룹장은 “WM 사업은 ‘은행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는 고객의 믿음이 형성됐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며 “인프라의 양적 확대보다는 탄탄하고 실력 있는 IBK형 자산관리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다음은 임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녹록지 않은 시기에 WM그룹을 이끌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일부 사모펀드의 지급유예로 인해 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죠. 이런 상황에서 WM그룹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에서 지금이야말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네요. 기존에는 은행의 수익 관점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제부터는 고객의 수익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 대다수 은행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기업은행 역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IBK만의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기업은행의 핵심 전략인 ‘동반성장’ 모델을 접목시키는 거죠.”
WM 사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임 그룹장님의 자산관리 철학이 궁금하네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산관리 패러다임이 조속히 뿌리내려야 한다는 게 개인적 소견입니다. 뼈아픈 얘기지만 최근의 펀드 손실 사태는 고객들의 리스크 수용 능력은 감안하지 않은 채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고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고객들이 안심하고 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거죠. 고객 개개인의 리스크 감내 범위와 고객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하고, 상품의 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 프로세스를 정착시킨다면 고객 신뢰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WM 사업은 ‘은행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는 믿음이 형성됐을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로서는 ‘종합자산관리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거겠죠. 특히 채널 운영 측면에서 볼 때, 불완전판매 방지와 고객 수익률이라는 목표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도록 영업점과 WM센터가 고객을 이중으로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반기 조직 개편을 통해 WM그룹을 신설했습니다. 배경을 설명해 주신다면.
“WM 조직 개편의 핵심은 조직 일원화와 역량 극대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 고객 신뢰 회복 및 고객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금융투자 상품 관련 조직을 일원화했습니다. 특히 전행 차원의 일관성 있는 전략 수립을 위해 자산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자산관리그룹이 신설됐는데, 이를 통해 투자 상품의 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죠. 다시는 올해와 같은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고객의 금융자산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IBK만의 약속이자 실행 프로세스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규모 측면에서는 조직의 크기와 서비스의 질이 반드시 비례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인프라의 양적 확대보다는 탄탄하고 실력 있는 ‘IBK형 자산관리’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입니다. 중소기업 금융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IBK만의 강점을 살려, 순수 개인고객은 물론 중소기업 관련 최고경영자(CEO) 및 근로자, 더 나아가 중소기업 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모델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산관리그룹 신설로 인한 구조적 변화를 소개해 주신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에 각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금융투자 상품 관련 조직을 일원화해 체계적인 상품 선정과 고객 수익률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자산관리전략부는 그룹의 총괄부서 격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완전판매를 위한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해 영업 현장에서 고객 중심의 완전판매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지원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고객의 투자 성향과 보유 자산 등을 감안한 고객별 모델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이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팀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고위험 상품 판매 비중’, ‘투자성향 적합도’, ‘고객 수익률’ 등 3대 경영평가 지표를 신설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으로 수익증권 및 신탁, 수탁 등 모든 금융투자 상품을 그룹 차원에서 아우르게 된 만큼 일관성 있는 전략 수립을 통해 ‘IBK가 취급하는 투자 상품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기업은행만의 상품 철학이 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WM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업은행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이네요.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거래고객 비중이 중소기업 부문에 치중돼 있습니다. 기업금융에 대한 수요가 많은 CEO 고객의 자산관리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에 최적화돼 있다는 얘기죠. 이런 비즈니스 경쟁력과 고객 특성을 반영해 기업금융(RM)과 프라이빗뱅킹(PB) 간 협업을 통한 기업자산관리 영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기업자산관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PIB (PB+IB) 전문가 육성에도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기업금융 경험이 있는 PB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면 법인 자산관리 영역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되겠죠.
중장기적으로 PB 측면에서는 기업자산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차별화를, IB 측면에서는 고액자산가를 새로운 투자자로 모집하는 고객 확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WM 시장에도 비대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염두에 두신 언택트 전략이 있다면.
“그렇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금융권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상품 판매 연계를 확대하거나 오픈뱅킹을 활용하는 등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죠. WM 시장의 언택트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IBK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고객의 자산 현황, 투자 성향,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최적의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도록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시스템도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할 예정이죠.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자산뿐 아니라 비금융 자산인 부동산, 회원권, 세금 납부 정보까지 수집해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및 재무 컨설팅 제공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가 고객을 위한 투자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미·중 무역 갈등과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부진과 함께 국내 경기의 성장세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다행히 금융시장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른 반등세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미 대선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미·중 무역 갈등 재촉발 가능성 등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지나친 우려보다는 또 다른 투자와 자산관리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하반기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이겠죠. 현재로선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32.9%라는 73년 만에 최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합니다.
지금도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이 풀린 상황이지만 미국 의회는 추가 부양책을 협상 중이고, Fed 역시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글로벌 유동성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른 달러 약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거죠.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긍정적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고,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처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지난 3월과 같은 ‘패닉’ 장세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아울러 내년 이후의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살아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는 투자의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네요.
요약하자면 하반기에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 금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 함으로써 변동성을 낮추고, 투자자금도 시점을 나누어 분할 투자한다면 시장 변동성과 상관없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임기 중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신뢰’입니다. 최근과 같은 펀드 지급유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완전판매,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반을 강화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투자 상품 관련 조직이 일원화된 만큼 투자 상품 선정에서 판매, 전문 인력 교육 및 양성, 사후관리에 이르는 올바른 자산관리의 기본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자산관리그룹의 역량 강화를 통해 ‘IBK에 맡기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고객들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IBK만의 자산관리 토대를 마련해 나갈 예정입니다.”
여성 그룹장으로서 후배들로부터 높은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끝으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현재 기업은행 내부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경쟁하고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잘 형성돼 있습니다. 특히 윤종원 은행장 취임 이후 여성 인력에 대한 잠재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는 판단입니다. 이런 조직 변화와 함께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합니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금융 전문가로서 경쟁력을 키우고 조직 내 일원으로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그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차기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찬희 그룹장은…
성균관대 회계학과 졸업 이후 헬싱키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Helsinki School of Economics)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취득했다. 지난 1983년 기업은행 입행 이후 2001년부터 10년간 기업은행 내 1세대 프라이빗뱅커(PB)로 활동했다. 이후 과천지점장, 삼성동지점장, CMS사업부장, 검사부 수석검사역, 강남지역본부장을 거쳐 현재 IBK기업은행 자산관리그룹을 이끌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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