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베스트 오너십] LG 구광모, ‘인화’에 ‘혁신’을 더하다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I 사진 LG 제공] LG그룹이 올해로 구광모 체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 LG 특유의 ‘인화’ 오너십은 ‘실용주의’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구 대표 취임 이후 ‘혁신’이 더해지며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한경 머니가 올해 일곱 번째로 진행한 ‘2020 베스트 오너십’ 설문조사는 다른 어느 해보다 혹독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미·중 및 한·일 무역분쟁이라는 대외 악재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영 여건이 말 그대로 ‘안갯속’ 형국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LG의 베스트 오너십 1위 수성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윤리경영·지배구조 투명성 ‘부동의 1위’
‘LG’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윤리경영’과 ‘투명한 지배구조’가 꼽힌다. 여타 대기업들과 달리 오너 일가가 부적절한 논란에 휘말린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7000억 원대의 상속세 납부는 재계의 모범사례로 인식되며 ‘역시 LG’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구 대표는 구 전 회장의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받아 LG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LG가 베스트 오너십 설문조사에서 꾸준히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도 그룹 특유의 윤리경영에서 비롯됐다. 올해 조사에서도 LG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4.07)와 ‘윤리경영 평가’(4.19)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구 대표 역시 취임 당시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며 윤리경영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구 대표가 본인의 사재 10억 원을 국제백신연구소(IVI)에 직접 기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당초 구 대표의 기부는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IVI 한국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다만 LG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3.68)’ 부문에서는 신세계(3.74)에 이어 6위에 올랐는데, 구 대표의 경영 전문성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조직문화·미래 사업 ‘전방위 혁신’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구 대표의 리더십은 아직 시험대에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갈수록 리더십의 색깔은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이른바 ‘실용주의’로 대변되는 구 대표의 경영 스타일은 인사는 물론 조직문화, 사업 육성까지 그룹 곳곳에 전방위로 녹아들고 있다.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LG그룹 모태인 LG화학 최고경영자(CEO)에 창립 이후 첫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또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30대 상무 등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한 것도 능력 중심의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인사 스타일로 해석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해외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는 등 미래 성장 분야의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내는 한편,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가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대표는 현장 방문 때마다 미래 사업가 인재들을 참석시켜 사업가로서 필요한 경험을 쌓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젊은 인재들이 기존 관성을 깨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구 대표의 인재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더욱 뚜렷해진 LG의 미래 성장 동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올 초 LG는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해 1조37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같은 시기 연료전지 및 수처리,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등 그룹의 비핵심 사업 영역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대신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로봇, AI 분야 투자에 물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LG가 미래 먹거리로 키워 온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우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는데, 이에 더해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물론 폴란드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LG화학 배터리 부문의 물적 분할 계획이 발표되면서 경영 효율성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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