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예견된 미래, e교육을 만나다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삼켜 버린 올해,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우리 삶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그중 e교육은 그 확산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예견된 미래일까, 일시적 현상일까.

예나 지금이나 ‘교육’이란 키워드를 빼놓고 대한민국을 논할 수 있을까. 그간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자원 부족 국가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는 생존수단이자, 계급 이동의 사다리였다. 대학입시는 물론이고, 취업, 각종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한 ‘생존 교육’에 한국인 대다수가 전투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이 곧 안정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는 수년째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행복’과도 연관이 깊다. 비단, 행복하자는 염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그것은 과거에 비해 좀 더 세분화·개인화되고,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행복의 조건이 돈이나 명예, 가족에 무게추가 실렸던 반면, 최근에는 경제 성장보다는 취미, 대인관계, 건강, 직업, 목적의식 등 다양한 삶의 질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불기 시작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열풍과 함께 법정근로시간이 주52시간으로 단축되고, 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직장인, 은퇴자 등 전 세대에 걸쳐 ‘진짜 나’를 찾는 행복한 배움의 과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해 교육부가 발간한 ‘2019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25~64세 성인이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19년 기준,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식 학위나 졸업장 취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형식 교육(42.5%)이 국가학력 인증체계에 해당하는 형식 교육(1.7%)보다 참여율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학습 참여자를 대상으로 평생학습 참여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문항의 평균 점수도 68.7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평생학습 참여가 ‘정신적 건강’(74.7점)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육체적 건강’(72.5점), ‘사회참여 만족도’(70.8점), ‘경제적 안정감’(57.0점) 순이었다. 즉, 교육을 경제활동의 목적 외에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행복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언택트 시대, 만개한 이러닝다양한 교육에 대한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온라인 교육의 파이도 늘어난 양상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수업 대신 비대면 수업이 이뤄짐에 따라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에서도 이러닝(e-learning)의 확장세가 두드러진다.
평생교육 전문 기업 휴넷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월간 학습자 수가 65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상반기 누적 학습자 수는 260만 명으로 이는 전년 동기간 대비 187%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도 올해 1월 대비 8월 거래액이 약 160% 상승, 최고 거래액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약 80만 명이었던 회원 수도 8월 150만 명을 돌파하며 누적회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강성국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 디지털교육연구센터 소장은 현재의 이러닝의 확산에 대해 ‘예견된 결과’라고 설명했다.“이미 사회 전반에서 이러닝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소위 ‘인강(인터넷 강의)’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직장인들 또한 평생교육 차원의 교육이나 법정의무교육을 인터넷을 통해 수강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또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온·오프라인의 통합을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면대면 학습과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이러닝 활동을 결합해 학생에게 지속적인 학습을 보장)’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지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 그 시기가 앞당겨졌고 활용 범위가 넓어졌으며 이러닝에 대한 인식 또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나날이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교육 서비스에 접목한 에듀테크(edutech)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 데이터 연구 기업 홀론아이큐(Holon IQ)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는 2025년에 3420억 달러(약 405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에듀테크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70억 달러로, 10년 만에 14배 급증했고, 2025년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시장가치를 가진 에듀테크 상장기업 수가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외에도 에듀테크 투자액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은 전 세계 에듀테크 유니콘기업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국도 에듀테크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바탕으로 영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에듀테크 기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에듀테크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성장세는 세계 시장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8년 전년 대비 3.9% 상승한 3조8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세계 시장 성장률인 4.6%에 비해 낮았다.
이혜연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무역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 챗봇 서비스 제공 등 공교육에서 에듀테크 도입이 확대, 해외 진출에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해외에서 국내 에듀테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공교육 시장에 대한 레퍼런스가 부족해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국 소장은 “온라인 교육 시장 측면에서 에듀테크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실시간 쌍방향 교육 플랫폼 시장과 각종 온라인 교육 마켓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온라인 미디어의 접근성, 사교육 격차 측면에서도 디지털 기기 보급 사업 등 정부 차원의 많은 정책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을 기반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수반된다면 머지않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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