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주택의 변신, 건강과 개성이 담긴다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한국인이 유독 집값에 집착하는 이유는? “집의 형태가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3-베이(3-bay) 아파트에 비슷한 평형… 아파트 평면도 비슷하다 보니 일종의 화폐 기능을 갖게 됐다. 환금성이 똑같은 탓이다.” 한 인터뷰에서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내놓은 해석이다.
주거 공간도 너무 좁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시내 30세대 이상 아파트 중 36.6%는 80∼85㎡, 19.4%는 55∼60㎡ 규모로 집계됐다. 1972년 지정된 ‘국민주택규모(85㎡)’와 주택관련법상 ‘소형주택(60㎡)’의 굴레에 얽매여 있음을 보여 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경제의 중심에 ‘집’이 떠올랐다. 업무공간, 교육공간, 운동공간 등이 모두 집으로 연결된다. 국민주택 아파트로 통하던 천편일률, 집의 모습도 바뀔까.
‘트랜스포머형’ 새롭게 등장하는 평면
SK건설 클린케어 평면도

SK건설은 최근 코로나19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신평면을 선보였다. 무려 18개의 평면이다. 우선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클린-케어’ 평면을 개발했다. 84㎡ 타입에 적용되는 클린-케어 평면은 세대 현관에 중문과 신발 살균기를 설치하고, 거실로 향하는 중문 외 별도의 공간인 ‘클린-케어룸’을 조성해 동선을 분리했다. 클린-케어룸에는 SK건설이 개발한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 LED) 모듈 제균 환풍기와 스타일러 등을 설치하고, 욕실과 세탁실도 함께 배치했다. 또한 대피 공간과 실외기실을 통합해 발코니 공간을 확장했다.
캥거루 하우스 평면도 나왔다. 육아를 하는 맞벌이 부부와 부모와 같이 사는 30~40대 자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 평면은 84㎡평형 5-베이 판상형 구조로 단위세대 실사용면적을 극대화하고, 원·투룸 옵션을 적용하면 별도의 독립공간으로 생활할 수 있다. 소형 가구, 청년층 위주로 세대 분리형 임대도 가능하다. 그 밖에도 32㎡, 49㎡, 62㎡, 74㎡ 등 틈새 평형을 통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퓨어패키지와 롯데건설 홈오피스형(자녀방)

롯데건설은 ‘Safety Home(안전한 집)’, ‘All in Home(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집)’, ‘Unique Home(취향대로 할 수 있는 집)’을 올해 주거 트렌드로 선정했다. 코로나19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주거공간인 아지트(AZIT)3.0을 개발했다. 안락하고 안전하며 거주자의 취향에 꼭 맞는 ‘집’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나만의 아지트를 지향한다.
우선 감염병 시대를 대비해 건강과 위생에 특화된 빌트인 가전 상품인 ‘퓨어 패키지(Pure Package)’를 개발해 선보인다. 의류관리기와 살균기, 수납장으로 구성돼 의류와 소지품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특화 상품이다.
환기에 특화된 ‘클린 에어 시스템(Clean Air System)’도 전면 도입한다. 현관 천장에 설치된 에어샤워기와 신발장에 설치된 진공 청소 툴셋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올인홈’ 니즈도 반영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학습으로 인한 침실과 업무공간, 학습공간 분리에 대한 니즈를 반영한 ‘홈 오피스형 평면’을 선보인다. 아울러 고객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해진 공간, 가구, 가전, 마감 선택형을 내놨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주방가전이나 붙박이장 선택형 외에도 호텔 라운지를 연상하는 라운지형 거실을 꾸밀 수 있는 패키지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100년 동안, 고쳐 가며 살 수 있는 장수명 주택도 등장했다. 장수명 주택은 손자, 손녀까지 살 수 있고, 취향대로 변신이 가능한 집이다. 장수명 주택은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에 대해 성능을 인증받은 주택을 이른다. 벽체 대신 주택의 하중을 기둥으로 유지하면, 라이프스타일과 입주자 취향에 맞게 평면을 재배치하기 용이하다. 구조가 튼튼해 주택 수명도 100년까지 거뜬하다.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도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비장수명 주택에 비해 온실가스와 건설폐기물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장수명 주택 공사비는 비장수명 주택 대비 약 3~6% 수준의 공사비용이 증가됨에 따라 일부 고급 주택에만 적용돼 왔다. 국토교통부는 장수명 주택을 늘리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초 100년 살 수 있는 장수명 주택은 세종시 블루시티에 세워진다.
다시 뜨는 중대형 평면, 로망이 된 높은 층고
‘2.3m’ 현재 아파트의 획일화한 층고다. 건축 전문가들은 창의성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층고는 3.8m 수준이라고 한다. 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는 국내에서는 고급 주택들을 중심으로 층고 상향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 포레스트는 고급 주택의 미래형 평면으로 2.9~3.3m의 층고를 적용했다. 한샘이 새롭게 선보이는 고급 주택 바흐하우스는 무려 5.7m의 층고를 적용해 시원한 개방감을 자랑한다.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지은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은 최근 ‘코로나19 이후의 소비자 심리와 일상, 도시의 변화 및 대응 방안’ 기고문에서 “향후 입지보다는 면적과 주거의 질에 대해 고려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도시 사람들은 ‘어디에 살 것인가’ 하는 거리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쾌적한 주택에 살 것인가’ 하는 주택 면적과 주택의 질에 대한 문제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택근무가 확산돼 매일 출퇴근하지 않게 되면 집의 위치보다는 적정 주거면적을 갖췄는지, 얼마나 쾌적한 편의시설이 있는지 등 주택 자체의 질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라고 봤다.
적정 주택 면적을 고려하게 되면서 기존의 소규모 주택 선호 현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침실과 부엌 정도만 필요했다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는 집에서도 업무용 방이나 온라인 강의를 위한 공부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도심 속 ‘자연숲’
고층건축물·이동형 주택에 대한 상상
보에리의 그린프로젝트 ‘수직숲'보에리의 그린프로젝트 ‘수직숲’

녹색 정원을 산책하면 복잡한 머리가 가벼워진다. 근육은 이완되고 심호흡도 안정된다. 이러한 신체와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건축은 비단 전원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도심 속 첨단 고층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밀라노에 있는 보에리의 그린프로젝트 ‘수직숲’은 높이 109m와 76m의 주거용 고층 건물 2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건물은 놀랍게도 태양이 보이는 방향에 따라 900그루가 넘는 나무와 수천 개의 식물을 각 면마다 다르게 배치했다.
전 하버드대 교수이자 건축가인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은 저서 <공간혁명>을 통해 “수직숲은 녹색 가득한 집을 제공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도시 공기를 정화하는 건축물”이라며 “육체와 자연 세계 속 인간의 존재를 끝없이 도시화하는 복잡한 현대 세계와 통합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주택이 스마트 기술과 융합하면 더 자유로운 상상도 가능하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에 따라 이동형 첨단 주택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자동차로 이동의 자유가 생기면 ‘자동차 자체가 이동하는 공간’인 주택, 건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캠핑카로 여행을 다니듯 원하는 곳에서 주정차하며 사는 삶이 가능하다는 상상이다. 윤 교수는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2030년 이전에 획기적인 스마트 도시로의 변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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