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당신이 궁금한 여행의 미래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각자 제공] 김 부장은 여행의 미래가 궁금하다. 언제쯤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그때까지 여행업은 버틸 수 있을지, 부자들만이 갈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의 미래는 어디를 향할 것인가. 김 부장의 궁금증을 모아 여행업 전문가들에게 답을 구했다.
지금 여행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 여행에 목마른 자들을 위해 여행업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행에 미래는 있느냐고.

박영운 비단길여행 대표, 오형수 K트래블아카데미 대표, 이민영 관광인류학자, 정란수 한양대 관광과 겸임교수가 그 질문에 답했다. 전대미문의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여행의 미래를 그리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어떤 이는 희망을 말했고, 어떤 이는 우울한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공통된 답은 있었다. 여행하는 이들이 있는 한, 여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왼쪽부터) 오형수 K트래블아카데미 대표, 이민영 관광인류학자, 정란수 한양대 관광과 겸임교수, 박영운 비단길여행 대표

Q. 언제쯤 해외여행을 갈 수 있나요.

오형수) 유럽이 6월부터 서서히 국경을 열고 있는데 7~8월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오느냐, 통제가 잘돼서 큰 문제없이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유럽에서 7~8월을 잘 막아 주면 우리나라도 올해 10~11월이 되면 여행이 제한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한국에서 지난해 2900만 명 정도 출국했는데, 그 수요 중에는 반드시 나가야 하는 비즈니스 여행이나 자격증. 의료 관광 등이 있다. 이분들은 시간과 돈을 생산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안전이 완벽하지 않고 약간의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하반기에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7~8월 유럽에서 섣불리 문을 열었다고 판단이 되면 여행의 시작은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다.

정란수) 세 가지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각국의 입국금지와 항공사의 운항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 2주간 자가격리의 해제가 두 번째다. 셋째, 국가 간 맺은 이동 협약들이 다시 원상 복구가 돼야 한다. 이 같은 3단계에 걸쳐 차츰 바뀔 것 같다. 특히 자가격리가 풀리기 전까지는 백수가 아닌 이상 여행은 어렵다. 결국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불가하다는 것인데, 현재 논의되는 시기를 보면 내년 하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전까지는 조금씩 풀리겠지만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끊어진 협약을 다시 맺는 것도 골칫거리다. 중국을 먼저 풀 것이냐, 대만을 먼저 풀 것이냐. 여행 금지와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정치외교 문제가 결부돼야 해 쉽지 않을 것이다.

박영운) 점차 가능한 지역부터 여행이 재개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제아무리 독한 병이라도 1년을 가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이미 예약된 상품들이 있다. 현지에 비용이 이미 접수됐고, 현지에서는 천재지변이라고 보고 1년간 유예를 해 줬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선택의 시간이 올 것이다. 이미 접수된 여행에 대해 손해를 보고 취소할 것인지, 여행을 가게 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Q. 유럽은 왜 벌써 문을 여나요.

오형수)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산업적으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데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유럽은 산업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해 세계 여행객 14억 명 중 7억 명이 유럽을 방문했다. 50%다. 또한 아무리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더라도 위험 요소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경을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전처럼 속수무책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왔다고 봤기 때문에 개방한 것으로 보인다.
Q. 부자들만 여행을 가는 시대가 오나요.

오형수) 만약 저가 항공사(LCC)가 문을 닫는다고 해도 항공료가 갑자기 2배, 3배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300명이 타던 비행기에 한 칸씩 띄워 앉아 150명이 타니까, 산술적으로는 표 값이 2배 올라야 한다고 보겠지만 항공사든 소비자 입장에서든지 관습적으로 정한 비용의 선이 있다. 항공사도 가격을 높여선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또한 초기에 팬데믹이 끝나도 처음 여행을 가는 사람이 부자는 아닐 것이다. 부자들은 외려 안전이 담보됐다고 판단했을 때 나갈 것이다. 여행업의 관점에서 보면 제일 먼저 나가는 사람은 청년이다. 지금도 ‘우린 안 걸리니까, 치사율이 낮으니까 괜찮아’라고 하는 청년들이 있는 것처럼 실제 팬데믹이 끝나도 제일 먼저 떠나는 사람은 청년이 될 것이다. 이때 여행업계는 청년에게 높은 비용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은 비용을 받고, 여행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이 청년들이 안전하다는 게 확인이 돼야 그 후에 어르신, 그리고 부자들이 움직일 것이다.

정란수) 물론 저가의 패키지 투어가 사라질 수는 있다. 규모의 경제로 이뤄진 패키지 투어의 저가 상품이 사라지면서 일부 상품의 단가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가격이 20~30% 오른다고 해서 일반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본다.

이민영) 산업이 무너진다고 해도 누군가는 공백을 채울 것이다. 몇 달만 출혈을 감수하면 나중에는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여행을 갈 것이다.


Q. 여행업계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요.

오형수) 여행사는 기본적으로 인건비 비율이 높다. 지난 3월 이후 여행사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를 지원받기 때문에 대형사의 경우 단기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소규모 여행사다. 팬데믹이 길어져 하반기가 온다면 버틸 여력이 없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서 고객이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대형 여행사에는 오히려 기회다. 고객 입장에서는 대형사가 작은 곳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대형사의 회복은 빠를 것이다.

정란수 오는 9월이 첫 번째 위기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지원금을 받은 시기가 대부분 3월이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9월이면 끊기는 시기다. 이때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이제는 사람을 잘라야 한다. 가을에 ‘제2의 코로나’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설령 오지 않더라도 가을에 독감이 발병하면 바깥 외출도 위축될 것이다. 상반기 고용지원금으로 버텼는데 해외로 나갈 수도 없고, 국내 여행 수요로는 한계가 있다. 9월 하반기 이후로는 대형사가 아니면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나투어조차 자회사를 정리하지 않았나. 대응하는 곳은 버틸 것이고, 변화하기 어려운 곳은 무너지지 않을까. 하반기가 우울하다.


이민영 이번 기회에 여행업계가 완전히 솎아질 것 같다. 정부의 지원과 쇼핑 옵션에 기댔던 여행의 병폐는 이번 기회에 무너져야 한다. 지식 가이드 중심, 테마 중심, 소그룹 중심 등 콘텐츠를 가진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다.

박영운 오히려 작은 회사들은 대표(오너)가 포기하지 않는 한 절대 망하지 않는다. 대표가 곧 그 회사의 전신이기 때문에 대표만 버텨 낼 수 있다면 말이다. 문제는 대형사다. 또다시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할 것인가. 이제는 그 회사가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할 때다. 많은 병폐를 안고 있는 대형사에 돈을 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망하는 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여행업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기회일 수도 있다. 정부 지원금은 더 의미 있는 곳에 쓰여야만 한다.
Q. 해외여행이 사라질 수도 있나요.

오형수 여행에 대한 욕망은 이제 일상의 욕망이다. 우리 국민에게 여행은 졸업하면 교복 사고 취직하면 양복 사듯이, 인생의 전환기가 오면 가는 것이 됐다.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여행을 미룬다는 분들이 있을 뿐 이제 여행을 안 한다는 분들은 거의 없다.

정란수 반일감정이 악화됐을 때 일본 여행의 수요를 국내 여행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잘되지는 않았다.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은 동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대체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아예 나갈 수 없는 특수 상황이기에 국내 여행으로 수요가 높아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와 욕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Q. 여행사가 사라질 수도 있나요.

오형수 여행하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여행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유여행이 늘고 있지만, 여행사를 이용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은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있는 동안에는 여행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란수 여행 산업 자체가 사라지면, 정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산업을 지탱하는 ‘가능성’을 남겨 두어야 한다. 언택트 시대로 전환되면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 OTA)가 대세가 될 텐데 부킹닷컴, 익스피디아처럼 글로벌 대형사로 모든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 이때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가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정부, 산업계, 소비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민영 사람들이 대형사만 보고 있다. 여행은 이미 플랫폼화됐다. 회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여행을 만들 수 있다. 미식가, 건축가, 엔지니어들이 오히려 테마가 분명한 여행을 만들어 낸다. 하나투어가 아니면 여행을 못 갈까. 아니다. 일반인이 만들어 마이리얼트립 같은 플랫폼에 올리면 된다. 인플루언서, 스타트업이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만들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가 지지부진했던 여행 시스템을 빠르게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가 생기면 다크호스들이 등장한다. 이번에도 승자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콘텐츠를 가진 이들과,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에서 출발한 플랫폼기업들이 가져갈 것이다.

박영운 여행 산업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여행사를 찾게 된다. 기존의 패키지를 희망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주요 소비 층이 60대인데, 이들은 혼자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기와 비슷한 부류와 여행 가기를 희망한다. 소규모로, 전문적이고 콘셉트를 갖춘 여행을 찾는다. 이런 여행에는 소규모 회사들이 더 유리하다. 자기 고객을 갖고 있는 회사들. 충성도가 있는 회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Q.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다르다고 했는데, 여행도 달라질까요.

오형수 여행업 내부에서 촉발된 게 아니라 외부 환경에서 닫히는 방식으로 진행됐기에 여행업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1989년 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후 이제 30년이 지났다. 아직 한 세대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의 2030세대가 패키지 투어를 가야 하는 나이가 됐을 때는 지금의 구조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지금의 어르신 대부분은 패키지 투어 서비스에 굉장히 만족한다. 현지 음식, 문화, 언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적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변화에 불씨를 당길 순 있겠지만, 갑자기 여행의 관점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현지 가이드와 관계자들이 국내로 많이 들어온 상황에서 쇼핑 옵션과 같은 패키지 투어의 고질적인 병폐들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정란수 여행의 패턴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패키지여행은 규모와 방향을 달리할 것이다. 내가 알고 믿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가려는 분위기, 여행업에도 ‘살롱 문화’가 확장될 것이다. 그러면서 언택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여행업에 분 ‘언택트’가 코로나19 이후 더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에는 스마트 관광과 결합하면서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예약하는 구조. 즉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민영 진짜 재미있는 여행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지금의 대형사들도 1990년대 말에는 혁신적인 기업이었다. 주먹구구식 상품들을 공장형으로 분업화해 포드주의로, 양산 상품을 찍어내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런 여행을 원하지 않는다. 2017년부터 여행상점이란 곳에서 미식여행 상품을 팔았다. 각지에서 모인 5명과 바르셀로나에 갔는데 오로지 ‘미식’을 위한 여행이었다. 이들은 돈이 아닌 가치에 투자한다. 콘텐츠를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면서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행은 팔릴 것이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살롱’ 형식의 여행이 확대되는 것이다.

Q. 이번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박영운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찾아다닐 것이다. 훼손이 되지 않은 곳, 아마도 섬을 찾아가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정란수 조금 덜 알려진 곳들을 자가용을 타고 찾아가게 될 것이다. ‘블루로드’라고, 포항이나 영덕 쪽 바닷가가 예쁘다. 덜 알려진 곳들이니 비교적 안전하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언제까지 사람들에게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할 순 없다. 가지 말라고 하면 지역 산업은 죽어 나갈 것이다. 이제는, 가더라도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회복 단계를 준비할 시기다. 다만 그 안전함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세심한 부분들이 필요하다. 여행자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통일된 매뉴얼이 필요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