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코비진스. 생소하게 들리지만 운동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이름이다. ‘코비진스’ 곽지원 씨는 운동화 수집가이자 이제는 운동화 전문 감별사로도 통한다. 그는 포털사이트의 지식인 랭킹 ‘절대신’에 오르며 자타공인 운동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곽지원 씨는 이름보다 예명인 코비진스로 더욱 유명하다. 이 이름을 알린 건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인 활동 때문이다. 곽지원 씨는 블로그에 신발 리뷰를 올림과 동시에 정품인지를 묻는 인터넷 유저들의 질문에 무려 16만700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이제는 본업에 집중하느라 지식인 활동은 조금 뜸해졌지만 여전히 운동화 분야에서 코비진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코비진스님 도와주세요. 000 스니커즈가 정품인가요’라든가 ‘코비진스 추천의 000 스니커즈입니다’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곽 씨는 대단한 운동화 수집광이다. 한때 천 켤레까지 모았다가 지금은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만 추려 500여 켤레만 남겨두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학원을 하면서 운동화 수집이나 블로그 활동은 취미 활동으로만 여겼다. 그러다가 전문적으로 운동화 전문가이자 감별사로서 업을 달리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제 전공을 살려 실용음악학원을 열었는데 학원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운동화는 제 취미이니까 일로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블로그나 유튜브 활동으로 얻는 부수적인 수입이 본업의 수입을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학원 운영은 어려워지는데, 부업도 아닌 취미 활동으로 하는 일들이 오히려 더 큰 수익을 내고 있으니 아내와 상의한 끝에 학원 일을 접고 운동화 리뷰와 블로그, 유튜브에만 더욱 매진하기로 했죠.”
운동화 애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을 해외구매 하는 경우가 많다. 희소성이 높은 고가의 운동화나 특별한 이유로 갖고 싶은 운동화를 중고거래 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 만큼 진품 감정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높아진 것. 곽 씨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제품의 진품과 가품을 사진만 보고도 척척 가려냈다. 로고의 모양, 제품 태그의 모양, 바느질 등을 보고 진품인지 여부를 감정하는 것.
“가품임을 알려야 할 때 난감하기도 했어요. 실망이 눈에 보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럴수록 더욱 엄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더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그럴듯하게 포장된 가품 사이트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요. 가격도 진품과 크게 차이가 없어 소비자를 혼동하게 하죠.”
곽 씨는 현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신발을 전문적으로 감정하는 회사에 스카우트 돼 일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코비진스의 전문적인 감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만 했을 뿐인데, 그게 업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거예요. 예전에는 취미는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많이 달라진 거죠.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할 수 있는 것, 또 진가를 알아주시는 분이 많으니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코비진스 곽 씨와의 일문일답.
처음 운동화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때였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운동화 매장에 갔는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게 나이키 에어조던8이었죠. 당시 매장가가 9만3000원, 지금 화폐가치로도 30만~4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당연히 어머니에게 핀잔만 듣고서 나이키 조던8은 살 수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조던9이 발매되고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손에 넣었습니다. 그 당시 조던9은 비인기 모델이었거든요. 2년 동안 잘 신고 친구한테 팔아 버렸죠. 조던8은 나중에 한이 맺혀서 시리즈를 모두 모았습니다. 그 모델은 그렇게 인기 있지도, 지금 팔아도 그때와 비슷한 값을 받거나 오히려 못 받을 정도로 값어치도 없는 제품이에요. 하지만 제겐 너무나 특별하죠. 경제적인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진다 한들 절대로 팔 수 없는 신발이기도 하고요. 코비진스라는 이름이 있게 해 준 소중한 신발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신발 외에 그럼, 본인에게 가장 가치가 있는 운동화는 무엇입니까.
“저희 집 한편에 운동화 방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중에서 볼 때마다 뿌듯한 것은 리복의 ‘겐조 퓨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500족만 발매한 신발인데 저는 우연한 기회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운동화 가게가 폐업 세일을 했기 때문인데,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가서 구매했습니다. 당시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그 신발만큼은 놓칠 수 없었기에 감회가 남다르죠. 지금도 저의 운동화 한쪽에 보물처럼 모셔져 있는 신발이 바로 겐조 퓨리입니다. 이건 제 아들들에게도 자신 있게 물려줄 수 있는 신발이죠.”
최근에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신발이 있을까요.
“예전에 한창 신발을 모을 때보다는 물욕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수집욕을 살아나게 하는 게 바로 지난 5월에 나이키와 미국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회사인 벤앤제리스(Ben & Jerry’s)가 컬래버레이션한 ‘청키덩키’란 제품입니다. 스포츠용품회사가 아이스크림회사와 협업한 것 자체가 참 독특한데, 이 점에 우선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틀을 깬 시도가 나이키답다는 생각입니다. 디자인은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얼룩무늬 패치와 함께 여러 가지 컬러의 디자인 패치로 색색의 아이스크림 모양을 형상화했습니다. 나이키로고 역시 아이스크림이 녹는 듯한 모양으로 눈길을 끌죠. 전 세계적으로 5만 족도 안 되게 생산했고, 국내에는 극소량으로 출시됐습니다. 그보다 더욱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고 싶다고 누구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추첨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는 거죠. 물론 당첨된 사람이 되파는 리셀(re-sell)로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높은 데다가 희소성 탓에 실물로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제품입니다. 12만9000원에 판매했지만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 가격은 195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유튜브 활동도 겸하고 계신데요. 유튜브를 꽤 일찍 시작하셨습니다.
“초창기라고도 할 수 있는 2016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생각보다 블로그 구독자들이 유튜브로 쉽게 많이 넘어오지 않은 편이죠. 그래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신발 리뷰를 하는 유튜버는 없었어요. 동영상으로 신발 리뷰를 보여 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로 넘어오고 있는 시점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선구적으로 대처한 셈이죠. 유튜브는 저의 성향과도 잘 맞았고 다양한 주제의 랭킹이나 운동화 리뷰, 정품·가품 구별법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물론 유튜브와 함께 저의 뿌리인 블로그 활동도 계속 병행하고 있습니다.”
블로거에서, 또 유튜버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셨는데, 앞으로는 또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장기적으로는 운동화 박물관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많고 다양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다 보니 지금은 예전보다 수집 욕구가 줄어든 데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컬렉션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참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운동화를 업으로 삼기 전까지는 벌이가 불규칙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지금도 아쉬운 게 생각날 정도예요. 가장 대표적인 게 나이키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11개의 패키지로 총 22개 모델(1~22)을 발매한 적이 있어요. 저는 물론 다 모았죠. 패키지 모델이라서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이걸 팔 수밖에 없었어요. 희소성도 있는 데다가 시리즈로 모두 모았다 보니 다른 컬렉터의 눈에 띈 거죠. 한 사람이 이걸 모두 다 사 갔는데 제가 가격을 잘 알아보지 않은 탓에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판매했어요.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한 금액의 몇 배를 더 부르곤 한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이런 아쉬움들이 생겨 박물관을 열고 싶다는 꿈이 자라게 된 거 같아요. 박물관을 열면 우선 보관의 어려움을 해결해야겠죠. 운동화는 에어도 있고, 가죽창으로 만들어서 20년, 30년 장기간 보관이 힘들거든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신발이 모두 주저앉아 형태만 겨우 남은 것들도 있어요. 수집에 한계가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죠. 그럼에도 잘 관리하고 이야기를 모아서 제가 컬렉션한 슈즈들로 전시하고 큐레이팅 하면 노년에도 운동화로 참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비진스가 알려주는 가품 사이트 거르는 팁! ❶ 정품이 아닐 시 100% 환불이란 말에 현혹되지 말라
가품 사이트는 오래 장사할 마음이 없다. 고가의 제품을 팔고 수익만 챙기면 되는 것.
요즘에는 대부분의 가품 사이트가 ‘정품’이라는 말로 현혹하며 환불 정책을 내세우지만 가품임을 알고 환불을 요구했을 때 잠적하거나 배 째라는 식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흔하다.
❷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정품은 아니다
요즘 가품 사이트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정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도 속지 않기 때문이다.
❸ 가품 사이트는 정품 사이트에 비해 월등히 후기가 많다
유명한 정품 사이트는 제품 후기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가품 사이트는 긍정적인 후기들이 넘쳐난다. 인지도도 적고,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가품 사이트가 화려한 후기가 많다.
❹ 가품 사이트는 재고가 넉넉하다
인기 있는 제품의 정품은 사이즈를 찾기 어렵다. 만약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찾는 모델 사이즈가 넉넉히 있다면 가품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❺ 가품 사이트는 생각보다 무수히 많다
인기리에 팔고 있는 제품들은 가품 사이트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인기 있는 제품은 사이즈가 품절인 경우가 많고 프리미엄이 붙어 가품 사이트가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제품일수록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히 구매해야 한다.
❻ 판매자의 정보만 봐도 가품 사이트를 판가름할 수 있다
판매자의 등급이 낮거나 주소지가 홍콩 또는 중국이라면, 또 생긴 지 몇 달 되지 않았다면 가품 사이트일 확률이 높다.
코비진스의 인생 운동화 5선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곽지원 씨는 이름보다 예명인 코비진스로 더욱 유명하다. 이 이름을 알린 건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인 활동 때문이다. 곽지원 씨는 블로그에 신발 리뷰를 올림과 동시에 정품인지를 묻는 인터넷 유저들의 질문에 무려 16만700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이제는 본업에 집중하느라 지식인 활동은 조금 뜸해졌지만 여전히 운동화 분야에서 코비진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코비진스님 도와주세요. 000 스니커즈가 정품인가요’라든가 ‘코비진스 추천의 000 스니커즈입니다’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곽 씨는 대단한 운동화 수집광이다. 한때 천 켤레까지 모았다가 지금은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만 추려 500여 켤레만 남겨두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학원을 하면서 운동화 수집이나 블로그 활동은 취미 활동으로만 여겼다. 그러다가 전문적으로 운동화 전문가이자 감별사로서 업을 달리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제 전공을 살려 실용음악학원을 열었는데 학원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운동화는 제 취미이니까 일로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블로그나 유튜브 활동으로 얻는 부수적인 수입이 본업의 수입을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학원 운영은 어려워지는데, 부업도 아닌 취미 활동으로 하는 일들이 오히려 더 큰 수익을 내고 있으니 아내와 상의한 끝에 학원 일을 접고 운동화 리뷰와 블로그, 유튜브에만 더욱 매진하기로 했죠.”
운동화 애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을 해외구매 하는 경우가 많다. 희소성이 높은 고가의 운동화나 특별한 이유로 갖고 싶은 운동화를 중고거래 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 만큼 진품 감정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높아진 것. 곽 씨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제품의 진품과 가품을 사진만 보고도 척척 가려냈다. 로고의 모양, 제품 태그의 모양, 바느질 등을 보고 진품인지 여부를 감정하는 것.
“가품임을 알려야 할 때 난감하기도 했어요. 실망이 눈에 보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럴수록 더욱 엄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더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그럴듯하게 포장된 가품 사이트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요. 가격도 진품과 크게 차이가 없어 소비자를 혼동하게 하죠.”
곽 씨는 현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신발을 전문적으로 감정하는 회사에 스카우트 돼 일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코비진스의 전문적인 감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만 했을 뿐인데, 그게 업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거예요. 예전에는 취미는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많이 달라진 거죠.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할 수 있는 것, 또 진가를 알아주시는 분이 많으니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코비진스 곽 씨와의 일문일답.
처음 운동화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때였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운동화 매장에 갔는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게 나이키 에어조던8이었죠. 당시 매장가가 9만3000원, 지금 화폐가치로도 30만~4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당연히 어머니에게 핀잔만 듣고서 나이키 조던8은 살 수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조던9이 발매되고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손에 넣었습니다. 그 당시 조던9은 비인기 모델이었거든요. 2년 동안 잘 신고 친구한테 팔아 버렸죠. 조던8은 나중에 한이 맺혀서 시리즈를 모두 모았습니다. 그 모델은 그렇게 인기 있지도, 지금 팔아도 그때와 비슷한 값을 받거나 오히려 못 받을 정도로 값어치도 없는 제품이에요. 하지만 제겐 너무나 특별하죠. 경제적인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진다 한들 절대로 팔 수 없는 신발이기도 하고요. 코비진스라는 이름이 있게 해 준 소중한 신발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신발 외에 그럼, 본인에게 가장 가치가 있는 운동화는 무엇입니까.
“저희 집 한편에 운동화 방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중에서 볼 때마다 뿌듯한 것은 리복의 ‘겐조 퓨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500족만 발매한 신발인데 저는 우연한 기회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운동화 가게가 폐업 세일을 했기 때문인데,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가서 구매했습니다. 당시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그 신발만큼은 놓칠 수 없었기에 감회가 남다르죠. 지금도 저의 운동화 한쪽에 보물처럼 모셔져 있는 신발이 바로 겐조 퓨리입니다. 이건 제 아들들에게도 자신 있게 물려줄 수 있는 신발이죠.”
최근에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신발이 있을까요.
“예전에 한창 신발을 모을 때보다는 물욕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수집욕을 살아나게 하는 게 바로 지난 5월에 나이키와 미국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회사인 벤앤제리스(Ben & Jerry’s)가 컬래버레이션한 ‘청키덩키’란 제품입니다. 스포츠용품회사가 아이스크림회사와 협업한 것 자체가 참 독특한데, 이 점에 우선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틀을 깬 시도가 나이키답다는 생각입니다. 디자인은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얼룩무늬 패치와 함께 여러 가지 컬러의 디자인 패치로 색색의 아이스크림 모양을 형상화했습니다. 나이키로고 역시 아이스크림이 녹는 듯한 모양으로 눈길을 끌죠. 전 세계적으로 5만 족도 안 되게 생산했고, 국내에는 극소량으로 출시됐습니다. 그보다 더욱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고 싶다고 누구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추첨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는 거죠. 물론 당첨된 사람이 되파는 리셀(re-sell)로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높은 데다가 희소성 탓에 실물로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제품입니다. 12만9000원에 판매했지만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 가격은 195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유튜브 활동도 겸하고 계신데요. 유튜브를 꽤 일찍 시작하셨습니다.
“초창기라고도 할 수 있는 2016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생각보다 블로그 구독자들이 유튜브로 쉽게 많이 넘어오지 않은 편이죠. 그래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신발 리뷰를 하는 유튜버는 없었어요. 동영상으로 신발 리뷰를 보여 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로 넘어오고 있는 시점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선구적으로 대처한 셈이죠. 유튜브는 저의 성향과도 잘 맞았고 다양한 주제의 랭킹이나 운동화 리뷰, 정품·가품 구별법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물론 유튜브와 함께 저의 뿌리인 블로그 활동도 계속 병행하고 있습니다.”
블로거에서, 또 유튜버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셨는데, 앞으로는 또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장기적으로는 운동화 박물관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많고 다양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다 보니 지금은 예전보다 수집 욕구가 줄어든 데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컬렉션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참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운동화를 업으로 삼기 전까지는 벌이가 불규칙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지금도 아쉬운 게 생각날 정도예요. 가장 대표적인 게 나이키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11개의 패키지로 총 22개 모델(1~22)을 발매한 적이 있어요. 저는 물론 다 모았죠. 패키지 모델이라서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이걸 팔 수밖에 없었어요. 희소성도 있는 데다가 시리즈로 모두 모았다 보니 다른 컬렉터의 눈에 띈 거죠. 한 사람이 이걸 모두 다 사 갔는데 제가 가격을 잘 알아보지 않은 탓에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판매했어요.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한 금액의 몇 배를 더 부르곤 한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이런 아쉬움들이 생겨 박물관을 열고 싶다는 꿈이 자라게 된 거 같아요. 박물관을 열면 우선 보관의 어려움을 해결해야겠죠. 운동화는 에어도 있고, 가죽창으로 만들어서 20년, 30년 장기간 보관이 힘들거든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신발이 모두 주저앉아 형태만 겨우 남은 것들도 있어요. 수집에 한계가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죠. 그럼에도 잘 관리하고 이야기를 모아서 제가 컬렉션한 슈즈들로 전시하고 큐레이팅 하면 노년에도 운동화로 참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비진스가 알려주는 가품 사이트 거르는 팁! ❶ 정품이 아닐 시 100% 환불이란 말에 현혹되지 말라
가품 사이트는 오래 장사할 마음이 없다. 고가의 제품을 팔고 수익만 챙기면 되는 것.
요즘에는 대부분의 가품 사이트가 ‘정품’이라는 말로 현혹하며 환불 정책을 내세우지만 가품임을 알고 환불을 요구했을 때 잠적하거나 배 째라는 식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흔하다.
❷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정품은 아니다
요즘 가품 사이트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정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도 속지 않기 때문이다.
❸ 가품 사이트는 정품 사이트에 비해 월등히 후기가 많다
유명한 정품 사이트는 제품 후기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가품 사이트는 긍정적인 후기들이 넘쳐난다. 인지도도 적고,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가품 사이트가 화려한 후기가 많다.
❹ 가품 사이트는 재고가 넉넉하다
인기 있는 제품의 정품은 사이즈를 찾기 어렵다. 만약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찾는 모델 사이즈가 넉넉히 있다면 가품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❺ 가품 사이트는 생각보다 무수히 많다
인기리에 팔고 있는 제품들은 가품 사이트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인기 있는 제품은 사이즈가 품절인 경우가 많고 프리미엄이 붙어 가품 사이트가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제품일수록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히 구매해야 한다.
❻ 판매자의 정보만 봐도 가품 사이트를 판가름할 수 있다
판매자의 등급이 낮거나 주소지가 홍콩 또는 중국이라면, 또 생긴 지 몇 달 되지 않았다면 가품 사이트일 확률이 높다.
코비진스의 인생 운동화 5선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